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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家 후계자들-(5) 대림그룹] 대림 ‘3세 체제’ 드라이브에 ‘3대 악재’ 발목

“사이드 미러를 접고 운전해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지시였다. 하지만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의 운전을 맡은 이들은 이 지시를 따라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폭언이 날아들었다. 지난해 CBS를 통해 보도된 ‘이 부회장의 운전기사 갑(甲)질 논란’ 사건이다. 이 부회장은 결국 이 사건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2014~15년 운전기사 두 명에게 상습적으로 폭언·폭행을 한 혐의(근로기준법 위반 등)로 벌금 1000만원에 약식기소 됐다. 하지만 여론이 들끓자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하태한 판사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그를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이 부회장은 10여 년 전부터 대림그룹 3세 승계의 ‘정점’에 섰다. 그는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창업주 고(故) 이재준 회장의 손자다. 이 명예회장은 3남2녀를 두고 있지만, 이 부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자녀들에게는 핵심 회사인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1% 미만의 미미한 의결권만을 물려줬다. 반면 이 부회장에게는 달랐다. 이 부회장은 2007년 대림코퍼레이션 대표이사를 맡았다. 그는 이듬해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32.1%를 확보하고, 2015년에는 지분율을 52.3%로 확대했다. 이는 대림코퍼레이션이 대림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림코퍼레이션은 그룹의 주력회사인 대림산업의 지분 21.7%를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아버지보다 많은 그룹 내 의결권을 보유하게 됐다.

2016년 3월25일 운전기사 갑질 논란에 휩싸인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서울 수송동 본사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장에서 사과문을 읽고 있다. © 뉴시스

대림H&L과 대림I&S, 편법 승계 의혹 중심에 

하지만 이 명예회장의 대림그룹 지분이 장남 이 부회장에게로 흘러간 과정은 석연치 않다. 이 부회장이 재계 13위, 추정자산 수십조원에 달하는 대림그룹을 이어받는 데 든 돈은 불과 200억~3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 ‘마법’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해욱 부회장의 편법 승계 의혹 중심에는 두 곳의 ‘내부거래’ 계열사가 있다. 우선 살펴야 할 곳은 대림H&L이다. 대림H&L은 2001년에 세워진 회사다. 대림그룹의 해운·화물운송업을 맡았다. 설립 초기 이 부회장은 10억원을 투자해 이 회사 지분 100%를 보유했다. 주식 80만 주를 무상 배정받고, 유상증자로 액면가 5000원에 200만 주를 받은 결과였다. 이 과정에서 주당 가격이 6만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대림H&L 주식을 이 부회장이 헐값에 샀다는 논란도 나왔다. 대림H&L은 대림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규모를 키웠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총매출의 약 57.5%가 대림 관계사와의 거래에서 발생할 정도였다. 

2008년 10월,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H&L과 합병한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이를 두고 합병비율이 이 부회장에게 과도하게 유리하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일었다. 당시 대림코퍼레이션의 매출 규모가 대림H&L에 비해 약 10배가 많았는데, 합병비율은 1대0.1 수준이 아닌 1대0.78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부회장이 소유한 대림H&L의 가치를 약 8배 가까이 높게 산정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합병비율이 불합리하며,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막대한 이득을 취했다는 ‘회사기회 유용’ 의혹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합병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 부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이 없었지만, 이 합병으로 32.1%를 보유하게 됐다. 

이 부회장 승계 작업에 활용된 또 다른 계열사는 대림I&S다. 과정은 대림H&L 때와 판박이다. 대림I&S는 대림그룹의 소프트웨어 시스템 구축 사업을 담당하는 회사였다. 계열사 거래 비율은 70%를 웃돌았고, 2012년엔 90%에 달하기도 했다. 재벌 일가 ‘일감 몰아주기’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된 적도 있다. 이 부회장은 대림H&L이 대림코퍼레이션과 합병한 이후, 대림I&S 지분을 늘리기 시작했다. 2010년 7월 대림I&S 지분 18.8%를 매입하며 이 회사 지분 72.5%를 보유하게 됐다. 이 일이 있은 뒤 대림I&S는 이 부회장의 지분을 제외한 자기 회사 주식들을 사들인 뒤 없애버렸다. 이 ‘자사주 소각’은 이 부회장의 지분율을 높였다. 이 작업 이후 이 부회장의 지분은 2015년 89.69%까지 늘었다.

 


ⓒ 시사저널 미술팀

미르재단과 통일과나눔 참여로 정권과 친분설도

 

이런 ‘자사주 소각’은 논란을 빚었다. 대림I&S는 자사주를 대림산업·삼호 등 그룹 계열사로부터 주당 3만5000원에 샀는데, 이 가격이 헐값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정상적으로 가격 산정을 할 경우, 대림I&S의 자사주 매입액은 주당 8만9696원이 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주장대로라면 대림그룹 계열사들은 이 부회장의 대림I&S 지분 확대를 위해 손실을 본 셈이다. 

이는 대림I&S와 대림코퍼레이션 합병의 ‘정지작업’이었다. 2015년 대림그룹은 지주사 대림코퍼레이션이 대림I&S를 흡수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합병비율은 1대4.19였다. 이 합병으로 이 부회장은 아버지가 보유한 의결권을 넘어선다. 이 명예회장 지분은 60.9%에서 42.7%로 낮아졌다. 반면 아들 이 부회장의 지분율은 42.7%에 52.7%로 과반을 넘어섰다. 

‘편법승계’ 의혹과 관련해서 대림 측은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H&L 합병비율 평가는 공정하게 진행됐다. 2010년 대림I&S 자사주 소각은 당시 매각을 희망하는 주주로부터 동일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해 소각했다”면서 “국세청의 세무조사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대림그룹과 정권의 친분설도 돌았다. 이는 지난해 1월 유일호 경제부총리(당시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졌다. 당시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 부총리가 조세재정연구원장 시절 부당 사업비 집행으로 감사를 받았고, 이 사업이 대림그룹과 관련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유 부총리가 조세연구원장이던 시절, 데이터베이스(DB) 사업비 10억원이 부당하게 집행됐다”면서 “2억2000만원짜리 사업도 5억2000만원에 계약을 해서 대림I&S(당시 대림정보통신)에 3억원의 부당이득을 제공했다. 그 당시 대림I&S 사장 A씨(A씨는 대림그룹 최고위 임원을 지냈다)가 유 부총리의 경기고·서울대 선배다. 이후 감사원은 감사를 통해 ‘한국조세연구원장(유 부총리)에 대하여 앞으로 이러한 일이 없도록 엄중히 주의를 촉구한다’고 요청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유 부총리는 “이 사안을 몰랐고, 앞으로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대림그룹 측은 “18년 전 사건으로, A씨가 감사원 조사 시 참고인 조사를 받은 사실은 있다. 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대림그룹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서도 등장했다. 최순실씨와 청와대가 공모해 대기업과 ‘대가성’ 거래를 했다는 의혹의 핵심인 미르재단에서다. 지난해 9월 미르재단의 이사진이 새롭게 임명됐는데, 이사진 중 대림산업의 홍보담당 임원인 배아무개씨가 포함됐다. 배씨는 지난해 11월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소환조사를 받기도 했다. 대림그룹은 미르재단에 6억원을 출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대림산업 관계자는 “(대림그룹이) 현 정권과 가깝다는 의혹은 전혀 근거 없는 억측에 불과하다. 미르재단 이사 선임은 미르재단 문제가 불거지자 이사진 교체를 위해 전경련에서 회원사 중 문화사업에 관심이 많은 대림과 CJ에 이사진 참여를 요청한 것이다. 대림그룹은 전경련의 거듭된 요청으로 마지못해 이사진 참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2015년 대림그룹은 ‘기부’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15년 7월 이준용 명예회장이 2000억원 상당의 대림그룹 보유 주식을 통일 관련 사업 재단 ‘통일과나눔’에 기부한다고 밝히면서다. 그런데 이를 두고 의심의 시선이 있었다. 통일과나눔 이사장은 조선일보 부사장을 지낸 안병훈 기파랑 대표였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2007년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대선 경선 과정에 선대위원장을 맡았고, 친박(親朴) 실세인 ‘7인회’ 멤버로 꼽힌다. 통일과나눔 전병길 사무국장은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이 명예회장의 비상장 대림그룹 주식 소유권이 재단 측으로 넘어왔다. 회계평가를 해 보니 가치가 2800억~2900억원 수준이다”며 “의결 참여보다는 기업의 경영은 경영대로 존중하면서 배당금 수익 등으로 재단을 운영할 것이다. 이 명예회장과 안 대표는 사회적으로 일면식도 없던 사이였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수송동 대림산업 본사 © 시사저널 포토

대림 “이 부회장 사업 성과 많아”…지난해 흑자전환 

‘3세 경영’이 본격화한 대림그룹은 여러 논란 속에서도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 2014년 대림산업은 해외 플랜트 사업 부진으로 2702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2015년과 지난해 2년 연속 가파른 회복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 478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56% 이익 증가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015년에 비해 44% 늘었다. 

대림산업의 실적 호전은 석유화학사업과 국내 주택사업의 성장 덕이다. 특히 석유화학사업부는 영업이익이 1976억원으로 전년보다 22% 늘었고, 유화계열 지분법 이익은 3110억원으로 전년보다 69% 증가했다. 올해도 대림산업의 전망은 비교적 밝은 편이다. 박현욱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대림산업의 예상실적은 매출액 10조6650억원, 영업이익 5270억원, 순이익 4340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유화부문 이익 둔화가 예상되지만, 주택부문의 실적 증가와 플랜트 수익 정상화, 사우디 법인의 실적 개선이 성장 배경이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림그룹의 실적 호조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과를 함께 만든 구성원들에 대한 처우에서 문제가 드러난 탓이다. 이는 지난해 대림산업 건설현장의 산업재해 은폐 의혹이 대표적이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5년 4월 강원도 화천 평화의댐 건설현장에서 하청 노동자 3명이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하청업체 H사와 대림산업 측은 3명 중 1명만 산업재해 은폐 사실을 보고했다. 이를 두고 H사와 대림산업이 산재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대림산업은 산업별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방침으로 논란을 사기도 했다. 대림산업 측은 전주공장 노동자들이 산별노조인 화학섬유노동조합(화섬노조) 소속으로 조직을 변경하자 기업별 노조가 아니라는 이유로 단체교섭을 거부한 바 있다. 지난해 2월, 법원은 대림산업 측이 산별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또 해당 노조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아울러 대림그룹 계열사인 대림자동차가 2009년부터 노동자를 정리해고 하는 과정에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았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창조컨설팅은 기업의 ‘노조파괴’를 기획한다는 논란으로 해산한 노무법인이다. 

 이에 대해 대림그룹 측은 “대림산업은 산재 사망 사고에 대해 은폐를 하지 않았으며, 법적 절차에 따라 유관기관에 신고하고 유족에게 보상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해욱 부회장이 최근 (갑질) 논란은 있었지만, ‘이편한세상’ 브랜드를 만드는 데 공을 세웠고, 석유화학사업부문의 체질 개선을 위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했다. 또 한화와 NCC사업부문을 통합해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여천 NCC를 출범시키는 등 사업부문에 성과가 많았다”고 강조했다. 

대림그룹 가계도

인천 부평의 목재소 기반, 재벌가로 성장​ 

ⓒ 시사저널 미술팀
대림그룹의 시작은 목재소였다. 대림산업 고(故) 이재준 창업주와 그의 고종사촌형 이석구 풍림산업 회장, 이석구 회장의 매제 원장희씨는 1939년 인천 부평에 ‘부림상회’를 차렸다. 초기 출자금은 4만원. 이재준 창업주와 이석구 회장이 각 1만5000원, 원씨가 1만원을 냈다. 부림상회는 1947년 사명을 지금의 대림산업으로 바꾼 뒤 부평경찰서 신축, 피란민 수용소 건설, 청계천 복구, 소양강댐 건설 공사 등을 맡으며 승승장구했다. 1960년 풍림산업을 인수했고, 1970년대에는 대림통상과 대림엔지니어링을 설립했다. 1981년에 공동창업자인 이석구 회장이 풍림산업을 맡아 독립했다. 

이 창업주는 조선 14대 임금 선조의 일곱째 왕자인 인성군의 9대손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부유한 지주였던 이규응씨와 양남옥씨 사이 5남4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형제 중 대림 계열 경영에 관여한 인물은 동생 이재우 대림통상 회장이다. 욕실용품 전문업체 대림통상은 대림그룹에 속했다가 1989년 분리됐다. 이 창업주의 큰형은 7선 의원을 거친 이재형 전 국회의장이고, 막내동생은 이재연 아시안스타 회장이다. 이 두 사람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 창업주는 19세 때 이경숙씨와 결혼했으나, 이씨는 장남 이준용 명예회장이 4살 때 세상을 떠났다. 이후 이 창업주는 박영복씨와 재혼해 차남 이부용 전 대림산업 부회장을 슬하에 뒀다. 이 창업주의 장남 이준용 명예회장은 1979년 대림산업 사장으로 임명되며 본격적으로 가업 승계에 나섰다. 그는 석유화학 분야에 진출해 대림그룹의 규모를 키웠다. 이 명예회장은 한경진 전 대림미술관 이사장과 결혼해 3남2녀를 뒀다. 이 중 장녀인 이진숙씨, 차남 이해승씨, 막내딸 이윤영씨는 대림그룹 경영에 실질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 반면 장남인 이해욱 부회장은 대림그룹의 실질적 지주사인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52.7%를 보유해 그룹 내에서 의결권이 가장 많다. 삼남 이해창씨는 대림그룹 계열사인 켐텍의 지분 68.37%를 보유하고 있다. 켐텍은 2015년 매출 1047억원을 기록한 중소기업이다.​ 

[재벌家 후계자들-(5) 대림그룹] 대림 ‘3세 체제’ 드라이브에 ‘3대 악재’ 발목 - 시사저널 (sisa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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