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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사업자 세금특혜, 최악의 갭투기 불렀다

"순수 다세대주택으로 등기된 매물, 1주택 보유자도 임대사업자 등록하여 취득세 절감하실 수 있는…"
"이런(주거용) 오피스텔은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이 가능합니다."
"저는 주택임대사업자를 이용해서 아파텔을 구입했고 5년 임대를 채운 후 매도하면서 차익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만약 임대사업자 등록이 되신 분이라면 취득세 역시 85% 할인을 받을 수 있어 큰돈 안 들이고 갭투자가 가능하시겠지요?"


포털사이트에 '갭투자'를 입력하면 나오는 문구들이다. 이 홍보 문구들의 공통점은 '주택임대사업자'를 거론한다는 것. 문재인 정부 들어 더욱 기승을 부리는 갭투기가 주택임대사업자 세금 특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증거다.

시작부터 잘못... 투기 수요를 급증시킨 8.2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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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섞여 있는 서울 강북지역 주택가. ⓒ 권우성

문재인 정부 초창기인 2017년 8월로 가보자. 김현미 당시 국토부장관은 "자기가 사는 게 아닌 집은 파시라"고 큰소리를 치며 8.2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8.2대책의 골자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였다. 그러나 정부의 조치는 말만 거창했을 뿐, 실제로는 그 말과 정반대인 정책을 시행했다. 8.2대책 발표와 동시에 다주택자들을 향해 각종 세제 혜택이 있으니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라고 장려했던 것이다. 입으로는 집을 팔라고 말하면서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한 것은 집을 팔지 말라는 정책이었다.

부동산을 아는 사람이라면 주택을 매각하는 쪽보다 계속 보유하면서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세금 특혜를 받고 나중에 시세 차익까지 보장받는 쪽이 훨씬 이익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래서 2018년부터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이 급증했다. 자금 여유가 있는 부유층들은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해 세금 부담 없이 공격적인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

그런데 자금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이 집을 사들인 것은 아니다. 자금 여유가 없는 사람들도 갭투기라는 방법으로 투기 행렬에 가담했다. 세입자의 보증금에 약간의 금액을 더해 주택을 구매하고 시세차익을 노린 것이다.

당시 공인중개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한 자리에서 아파트 40여 채가 거래되기도 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집을 보지도 않고 그냥 계약서를 썼다는 증언도 있다. 갭투기자들이 한번 휩쓸고 가면 지방의 아파트 단지도 적게는 1억, 많게는 2~3억원까지 집값이 급등했다. 집값과 전월세값 상승은 예견된 결과였다.

물론 갭투기는 문재인 정부 출범 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임대사업자 등록 유도 정책은 갭투기를 합법적으로 장려하는 정책이 되고 말았다. 갭투기로 주택을 구입해서 임대주택으로 등록하기만 하면 파격적인 세금 감면 혜택을 누리고 이례적으로 임대소득분에 대한 건강보험료 감면까지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사람들의 탐욕에 불을 붙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제 혜택을 믿고 수십 채, 수백 채를 갭투자로 매입 후 임대 등록하는 다주택자가 늘어났다. 특히 적은 자본으로 매입 가능한 빌라나 다세대주택에 대한 갭투기가 많았다. 빌라의 경우 면적에 따라 3000만 원에서 1억 원 정도의 자본을 투입하면 이른바 전세를 끼고 갭투자가 가능했다. 나중에는 신축 빌라의 전세가를 높게 책정해 자기 자본이 전혀 없이 주택 소유자가 되는 '무갭투자'까지 등장했다.

소극적인 규제와 풍선 효과

투자자들의 묻지마 매수 때문에 집값이 신고가 행진을 거듭하자 문재인 정부는 2018년 9.13대책에서 주택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시의 혜택을 일부 줄였다. 1주택 이상자가 조정지역에서 주택을 신규 취득해서 임대주택을 등록할 때 양도세와 종부세 혜택을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또 기존과 달리 임대사업자 대출에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9.13대책의 양도세와 종부세 혜택 축소는 조정지역에만 적용했으며, 조정지역 내에서도 9.13 대책 발표 이전에 취득한 주택을 신규 등록하는 경우에는 양도세와 종부세 혜택을 그대로 남겨두었다. 법인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도 시행하지 않았다. 정부가 규제를 시행하긴 하는데 그 규제를 빠져나갈 구멍이 더 커 보이는 이상한 상황이었다.

정부가 다시 주택임대사업자 혜택에 손을 댄 것은 2020년 6월과 7월이었다. 2020년 6.17대책에서 정부는 법인이 보유한 부동산에 최고 수준의 종부세율을 일괄 적용하고, 법인 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시 종부세 합산배제 혜택을 주지 않기로 했다. 또 정부는 갭투자를 차단하겠다고 장담하면서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내 3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전세자금대출을 사실상 금지했다. 이때부터 법인을 통한 투자 수요는 급격히 감소했고, 법인 명의로 보유하고 있었던 주택의 일부가 매물로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3억 이하 아파트와 다세대주택, 빌라 등은 여전히 갭투기가 가능했다.

원래 국토부는 기존 주택임대사업자들의 세금 특혜도 손을 보겠다고 밝혔으나, 주택임대사업자들이 반발하자 금방 입장을 바꿔버렸다. 7.10대책에서 정부는 4년 단기임대와 아파트 장기일반매입임대 사업자 신규 등록만 중단했다. 다세대, 다가구, 빌라, 오피스텔 등 다른 유형의 주택에 대해서는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당시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공개한 바에 따르면 등록 임대주택 160만 채 중 40만 채가 아파트였는데, 정부는 아파트 신규 등록만 폐지하고 기존 등록한 아파트 임대사업자와 나머지 120만 채의 서민 주거에 대한 세금 특혜에는 손도 대지 않은 것이다.

서민 주거권 위협하는 갭투기와 전세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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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송파구의 다세대·연립주택 밀집촌의 모습. ⓒ 연합뉴스


그러면 7.10대책 이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갭투기는 빌라, 오피스텔로 옮겨 계속되었다. 게다가 공공재개발 등의 무분별한 개발 정책과 겹치면서 빌라와 다세대주택의 매매가는 급증하고 가격 상승률도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관료들의 진정성 없는 규제가 상황을 점점 악화시킨 것이다. 그리고 무분별한 갭투기의 피해는 서민들에게 돌아간다.

주택임대사업자들의 전세 사기사건은 이제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최근에도 두 딸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524채의 주택을 매점매석한 김씨 세 모녀의 전세 사기사건이 발생했다. 전세 사기는 사회초년생인 2030세대 및 서민들의 전 재산을 앗아갈 수도 있는 질 나쁜 범죄인데도 정부의 대응은 방치에 가깝다. 전세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은 "국토부에 민원을 넣어도 답변 한 번 듣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국회가 전세사기 관련 법안을 만들었다는 소식도 없다. 기재부는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제도를 '문재인 정부 4년 성과 자료집'에 버젓이 수록했다.

이른바 '나쁜 임대인'에게서 회수하지 못한 전세반환보증금 금액도 매년 수천 억 누적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지불한 대위변제 금액은 2017년 1823억 원에서 2020년 6801억 원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사고 건수도 2017년에 33건에서 2020년에 2408건으로 폭증했다.

전세 사기 피해를 당한 세입자의 입장에서는 반환보증 제도를 통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으면 천만다행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나쁜 임대인과 컨설팅 업자 등이 먹튀한 돈을 국민의 세금으로 대신 지불해 준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못 된다. 주택임대사업자 세금 특혜와 전세자금대출, 전세반환보증제도의 결합이 합법적 갭투기와 전세 사기를 부추기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자칭 촛불 정부라던 문재인 정부 들어 갭투기의 폐단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정책 실무자들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고 대응 방법도 알고 있을 텐데도 갭투기를 잡지 않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른바 '생계형 임대사업자'는 보호해야 한다면서 주택 수가 적으면 특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채 핀셋을 한번 더 휘두르고 면피하려 한다. 이런 식이라면 갭투기 천국은 계속될 것이다.

임대사업자 세금특혜, 최악의 갭투기 불렀다 - 오마이뉴스 모바일 (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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