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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에 꽂힌 한섬 창업자...4200억 M&A 후 사우스케이프로 대박 난 ‘인생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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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 일군 회사를 성공적으로 매각(엑시트)한 창업자들은 어떤 인생 2막을 살고 있을까. 수백억에서 수조원대 자금을 한 번에 거머쥔 이들은 다른 업종으로 창업에 재도전하거나 동종 업계로 복귀하는 등 다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래픽=송윤혜
 
그래픽=송윤혜

◇ 한섬 정재봉, 패션계 성공 복귀… ‘1조 잭팟' 이상록, 화장품 시장 복귀나서

패션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정재봉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 회장은 지난해 골프의류 브랜드 ‘사우스케이프’로 패션 업계에 복귀했다. 그는 2018년부터 골프 의류 사업을 구상해왔다. 사우스케이프는 백화점에 입점하지 않고 서울 강남구 청담동 도산공원 근처에 있는 플래그십스토어(대표 매장) ‘메종 사우스케이프’와 남해 리조트 내 프로샵, 자체 온라인몰 ‘사우스케이프숍’을 통해서만 제품을 판매한다. 제품 가격은 티셔츠 등 상의가 20만~30만원, 바지와 치마 등 하의가 30만~40만원대다.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그룹이 운영 중인 패션 계열사 한섬의 창업자다. 그는 1987년 한섬을 세우고 마인, 타임, 시스템 등 고급 의류 브랜드를 잇달아 선보여 연 매출 5000억원, 순수익 1000억원 규모로 일궜다. 그는 2012년 현대백화점그룹에 한섬 지분 34.6%를 약 4200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이듬해 그는 경남 남해에 골프 리조트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을 세웠다. 당시 이 회장은 한섬 매각 대금 대부분을 이 리조트 건설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골프 산업이 호황을 맞은 가운데 사우스케이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18% 급증한 93억원을 기록했고, 매출은 469억원으로 전년 대비 46% 늘었다. 정 회장은 지난 3월 말 기준 사우스케이프 지분 75.29%(1767만1772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1조원 잭팟’ 신화를 쓴 이상록 전 카버코리아 회장은 화장품 업계 복귀 가능성이 주목되는 인물이다. 이 회장이 1999년 설립한 카버코리아는 대표 브랜드 AHC의 ‘이보영 아이크림’ 등이 홈쇼핑을 통해 인기를 얻으며 연 매출 4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 회장은 2016년 베인캐피탈과 골드만삭스 컨소시엄에 지분 60.39%를 약 4300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2017년 글로벌 생활용품 업체 유니레버에 남은 지분 35%까지 넘겼다. 당시 유니레버는 카버코리아 지분 95.39%를 22억7000만유로(약 3조600억원)에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1조원 규모의 현금을 거머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이후 엔터테인먼트 사업, 부동산 매입 등에 주력했다. 아울러 지분을 100% 보유한 투자회사 너브를 통해 마스크 제조, 영화제작, 부동산 입대업, 외식업 등에 투자하고 있다.

그는 최근 화장품 사업에도 손을 대고 있다. 업계는 이 회장이 2016년 지분을 매각할 당시 맺은 경업 금지 조항이 지난해 풀린 것으로 본다. 경업 조항은 기업 인수합병(M&A)시 매각자가 동종 업계 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조항으로, 통상 매각 이후 3~5년 정도로 설정된다.

그가 세운 회사인 너브 대표를 패션·화장품 전자상거래업체 ‘피피비스튜디오스’의 최대주주(61.12%)인 위더코어의 최홍진 대표가 겸하고 있다. 너브가 지분 88.2%를 보유한 ‘필트’는 지난 1월 화장품 브랜드 ‘코에티카’를 출시,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다.

◇ 락앤락 김준일, 국내외서 신사업 도전…잇단 M&A 성공 신화 김여진

‘자수성가’의 대명사로 꼽히는 김준일 하나코비 회장은 국내외에서 활발한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1978년 락앤락의 전신인 주방 생활용품 유통기업 국진유통을 설립해 락앤락을 연매출 5000억원대 기업으로 키웠다.

김 회장은 2017년 본인의 건강 악화와 회사의 성장 정체 등을 이유로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락앤락 지분 63.56%(3496만1267주)를 약 6300억원에 팔았다. 매각 당시 김 회장 소유 지분은 2903만5919주로, 5200억원 규모(주당 1만8000원)다.

그는 베트남에서 인생 2막에 도전했다. 락앤락의 전신인 ‘하나코비’를 되살리고 베트남에서 코비원(부동산개발), 코비인(외식업), 코비로지스(물류업), 코비홈(인테리어 자재 및 가구 쇼핑몰)등 4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유전체 분석 기업 ‘EDGC(이원다이애그노믹스)’와 환경가전 전문 기술 기업인 ‘코비플라텍’ 등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지난해 10월엔 코비플라텍 대표이사에 올랐다. 코비플라텍은 공기 중 세균·바이러스를 없애면서 오존을 발생시키지 않는 리얼 벌크플라즈마 기술을 개발해 지난해 이 기술을 적용한 공기살균청정기 등 제품을 출시했으며, 올 초부터 경기도 평택에 공장과 연구소를 짓고 있다.

김여진 전 공차코리아 대표는 무려 두 번의 엑시트를 성공시켰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는 싱가포르에서 처음 접한 밀크티에 반해 2012년 공차코리아를 설립했다. 김 전 대표는 2년 만에 200개가 넘는 점포를 내며 성공 궤도에 오른 공차코리아 지분 100%를 2014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유니슨캐피탈에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340억원 규모였다.

이후 육아에 전념하던 김 전 대표는 실내 스포츠 테마파크 사업에 출사표를 던진다. 그는 2016년 경기 용인시 죽전에 트램펄린 전용 테마파크인 ‘바운스 트램폴린 파크' 1호점을 내고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입점해 지점을 5개까지 늘렸다.

이후 2년여 만인 2018년 김 전 대표는 바운스 지분 100% 전량을 건설∙건자재 기업 아이에스동서 (59,100원 ▼ 600 -1.01%)에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총 235억원 규모. 이로써 김 전 대표는 총 500억원대 수익을 거머쥐었다. 이후 그는 다시 육아에 전념하면서 또 다른 창업 아이템을 찾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아직 별다른 행보는 보이지 않고 있다.

◇ 까사미아 이현구, 조용히 가족 경영…‘매각 잡음' 맘스터치 정현식

가구 업체 까사미아의 이현구 전 회장은 회사 매각 후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는 1982년에 설립한 까사미아를 세웠다. 성장 정체를 맞은 까사미아는 2016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했지만, 증시가 하락하고 공모 흥행에 실패하자 상장계획을 철회하고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회장은 2018년 유통 대기업 신세계 (305,500원 ▼ 1,000 -0.33%)백화점에 본인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 전량 92.4%(681만3441주)을 약 1837억원에 팔았다.

이후 이 회장은 두 아들과 특판용 가구 전문 업체 우피아와 라까사 호텔(서울·광명), 보관 서비스 업체 까사 스토리지(라까사웍스) 등을 운영해왔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기준 라까사웍스 지분 43.86%를, 2019년 12월 기준 라까사호텔 지분 36.15%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 매각으로 논란을 산 인물도 있다. 정현식 해마로푸드서비스(현 맘스터치앤컴퍼니) 전 회장은 파파이스에서 근무하다 독립해 2004년 회사를 세웠다. 대표 브랜드인 햄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를 성공적으로 일궈냈으며, 2019년 10월 제7대 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에 당선됐다. 임기는 2022년 12월까지다.

그러나 정 회장은 협회장 당선 한 달여 만인 2019년 11월 보유 지분 62.71% 중 57.85%를 PEF 운용사인 케이엘앤파트너스에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약 2000억원 규모였다. 갑작스러운 매각에 회사 안팎으로 잡음이 나왔다. 직원들은 고용 불안 등을 호소하며 노동조합을 설립했고, 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프랜차이즈협회장, 선거 출마 적절성 논란이 일었다.

정 회장은 현재 주방·세탁세제 제조업체인 슈가버블 회장을 겸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2월 해마로푸드서비스로부터 슈가버블 지분 100%(1620만주)를 250억원에 인수했다. 해마로푸드서비스는 2016년 회생절차 진행 중인 슈가버블을 약 81억원에 인수했다. 슈가버블의 지난해 매출은 252억원으로 전년 대비 11%가량 늘었고, 영업이익은 6% 감소한 22억원을 기록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기준 이 회사 지분 98.8%를 보유했다.

골프에 꽂힌 한섬 창업자...4200억 M&A 후 사우스케이프로 대박 난 ‘인생2막’ - 조선비즈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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