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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률 치솟아도 임대료는 요지부동인 명동의 ‘아이러니’

지난 2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1가. 2년 전만 해도 쇼핑을 온 외국인 관광객과 이들의 지갑을 열려고 애쓰는 상인들로 붐볐던 거리이지만, 이날은 지나가는 행인의 수를 셀 수 있을 만큼 텅 비어 있었다. 상품 진열대가 빠진 매장 유리창엔 ‘임대 문의' 종이가 붙어 있을 뿐이었다.

2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한 상가 건물 유리창에 '임대 문의'라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바로 옆 상가 건물에도 비슷한 내용의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 김송이 기자
 
2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한 상가 건물 유리창에 '임대 문의'라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바로 옆 상가 건물에도 비슷한 내용의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 김송이 기자

한국의 대표 거리 명동이 코로나 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추락하고 있다. 상점 열 곳 중 네 곳이 비어있을 정도로 상가 공실률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명동 상가 임대료는 여전히 전국 1위를 기록하는 등 공실률이 높아지면 임대료가 낮아지는 공식이 무색한 상황이다.

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관광객이 급감한 명동의 공실률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명동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38.4%에 달했다. 코로나 사태 초반인 작년 1분기만해도 7.4%였던 공실률은 같은해 2분기와 3분기, 각각 8.4%와 9.8%로 높아지더니 4분기에는 22.3%까지 육박했다.

소규모 상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올해 1분기 명동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38.3%로 중대형 상가와 같았다. 작년 1· 2분기 0%를 기록했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작년 3분기 28.5%, 4분기 41.2%로 치솟았다.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던 소상공인들이 임대계약이 만료하자마자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상가 건물 1층의 공실률은 더 심각하다. 명동 주요 거리인 명동지하쇼핑센터 18번출구부터 명동예술극장까지 약 200m를 걸으며 1층 상가 공실률을 헤아려보니 28개의 건물 중 13개의 건물 1층에서 1개 이상의 상가가 공실이거나 휴업 중이었다. 전체의 약 46%다.

공실률이 큰 폭으로 높아지졌만, 임대료는 요지부동이다. 올해 1분기 명동 중대형 상가의 평균 임대료는 1제곱미터(㎡) 당 월 22만 5000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싼 수준이다. 작년 1분기(29만 7000원)대비 약 24% 낮아지긴 했지만, 같은 기간 공실률 증가폭과 비교하면 하락 폭이 작은 셈이다.

명동의 임대료는 서울 다른 중심 상권과 비교해 여전히 월등히 높다. 명동을 포함한 광화문, 남대문, 시청 등 올해 1분기 서울 도심 상권 월 평균 임대료는 1제곱미터 당 8만8000원 수준이었다. 명동 임대료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명동 임대료는 강남 평균 임대료 5만8000원보다도 4배 가량 높다.

2일 오전 한가한 서울 중구 명동 거리 / 김송이 기자
 
2일 오전 한가한 서울 중구 명동 거리 / 김송이 기자

다른 상권에 비해 임대료가 높다보니, 수익이 줄어든 상인들은 계약 당시 보증금에 턱 없이 못 미치는 돈을 갖고 명동을 떠나는 경우도 많다. 명동 일대 업계와 상인들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직전 보증금 3억에 월세 계약을 맺었던 한 상인은 임대 계약이 만료된 후 밀린 임대료를 보증금에서 제하고 1억여원만 손에 쥔 채 명동에서의 영업을 끝냈다.

전문가들은 자산 가치를 유지하려는 심리와 작년부터 시작된 임대차보호법이 명동 상가의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한다. 영세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2018년 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이 임차인과 계약을 하면 최대 10년까지 계약을 갱신을 해야 하고, 갱신 시 임대료를 5%까지만 올릴 수 있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낮추면 자산 가치가 떨어진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매도 시 시세차익을 더 많이 얻기 위해 임대료를 낮추지 않고 공실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번 임대료를 낮추면 매번 5%까지만 올릴 수 있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일선 공인중개업소들은 명동의 상가 임대료에 ‘거품’이 끼어있다고 지적했다. 명동 A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유동인구가 많을 당시에는 10평 미만의 작은 상가라도 들어와 장사를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었다”면서 “임대 계약이 남은 상가에도 선 계약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당시 형성된 임대료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투자형 건물주가 많은 명동의 특성이 임대료 방어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있다. 명동 일대에서 15년 영업을 했다는 B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소상공인들이 1제곱미터 당 수억원에 이르는 땅값을 감당할 수 없으니, 명동 건물주 대부분은 기업이나 자본가”라며 “이들에겐 월 임대료를 얻는 것보다 대기업 홍보 매장이 들어서는 것을 기다려 건물 가치를 끌어올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조 연구원도 “생계형 건물주들에게는 상가 임대료가 생계 수단이기 때문에 임대료를 기존보다 낮춰서라도 임차인을 받으려 한다”며 “그러나 명동은 다른 상권에 비해 가진 자들이 상가를 임대하는 경우가 더 많아 건물가치 보존을 위해 임대료를 낮추는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공실률 치솟아도 임대료는 요지부동인 명동의 ‘아이러니’ - 조선비즈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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