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부동산뉴스

스타트업처럼 바꾸자"…통신3사 이어 현대차도 '거점오피스

  • 사무실임대,사옥이전

KT에스테이트가 12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KT고양타워에 분산 오피스 '집무실 일산점'을 열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KT고양타워에 들어선 '집무실 일산점'. 2021.5.12 [사진=KT에스테이트 제공]

KT에스테이트가 12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KT고양타워에 분산 오피스 '집무실 일산점'을 열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KT고양타워에 들어선 '집무실 일산점'. 2021.5.12 [사진=KT에스테이트 제공]

현대자동차가 '거점오피스'를 들고 나왔다. 대기업들 중에선 통신3사에 이은 시도로 '상명하복'의 수직적 의사전달 구조라는 이미지가 남아있는 현대차(242,500 +0.41%) 조직문화를 바꾸려는 "정의선 회장식 개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비대면 업무 방식에 대한 요구가 커진 게 발단이 됐다. 업무 효율성 증대뿐 아니라 평소 만날 수 없었던 다양한 직군 간 자연스러운 만남을 유도해 화학적 융합을 시도한다는 복안이다.

현대차, '에이치 워크 스테이션' 오픈
SK텔레콤의 종로 거점오피스 모습 [사진=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의 종로 거점오피스 모습 [사진=SK텔레콤 제공]

4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본사 외에 △서울 종로구 계동사옥 △용산구 원효로사옥 △동작구 대방사옥 △강동구 성내사옥 △인천 부평구 삼산사옥 △경기 안양사옥 △의왕연구소까지 7곳에 약 400석 규모의 거점오피스 '에이치 워크 스테이션'을 열었다.

에이치 워크 스테이션은 실시간 온라인 예약 시스템을 통해 자유롭게 좌석을 이용할 수 있고 회의실, 폰 부스, 라운지 등 다양한 사무·휴식 공간을 갖췄다.

현대차는 거점오피스 도입 이유를 "출퇴근 시간을 줄여 임직원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재택근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올 3분기 중 추가로 100석 규모의 거점 오피스를 판교에 오픈한다.

몸집이 큰 대기업들이 거점오피스를 유행처럼 도입하고 있다. 중앙통제 구조에서 분산형 근무 형태로 바꿔 의사결정 시스템을 단순화하고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한 자구책이란 분석이 나온다.

SKT(33,150 -0.15%) KT LGU+ 통신업계 거점 오피스 대대적 도입
LG이노텍이 최근 서울시 중구 연세 세브란스 빌딩에 첫 거점 오피스를 개설했다고 18일 밝혔다. 사진은 거점 오피스에서 온라인 화상 회의시스템으로 의견을 나누고 있는 LG이노텍 직원들. 2021.3.18 [사진=LG이노텍 제공]

LG이노텍이 최근 서울시 중구 연세 세브란스 빌딩에 첫 거점 오피스를 개설했다고 18일 밝혔다. 사진은 거점 오피스에서 온라인 화상 회의시스템으로 의견을 나누고 있는 LG이노텍 직원들. 2021.3.18 [사진=LG이노텍 제공]

앞서 통신 대기업들이 판교의 스타트업 스타일로 체질 개선을 꾀하며 거점오피스를 도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 확산 직후 대기업 중 가장 먼저 전사적 재택근무에 들어간 SK텔레콤(322,500 +0.62%)은 전 직원이 회사, 집, 거점 오피스 등 근무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워크 프롬 애니웨어'를 시행 중이다. 회사 측은 지난해 거점 오피스를 을지로, 종로, 서대문, 분당, 판교 등 5개 지역에 마련했다. 현재 하루 100~200명이 거점 오피스를 이용하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해 11월 "워크 프롬 애니웨어로 부산에서도 서울 본사팀에 소속돼 일할 수 있다. 가족과 해외에 체류해야 하는 직원이나 해외에서 선발된 인재가 반드시 우리나라에 오지 않아도 같이 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T는 지난달부터 기존 광화문, 우면, 분당 오피스 외에 서울과 경기에 총 8곳의 추가 거점 오피스를 마련했다. LG유플러스(15,400 +0.98%)도 지난해 11월부터 용산 본사 이외에 강서구 마곡사옥, 경기도 과천국사에 거점오피스를 운영 중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쿠팡이 개발자들을 위해 판교에 '쿠팡 스마트 워크 스테이션'을 열었다. 이곳은 최대 100명이 동시에 업무를 볼 수 있는 오픈형 구조의 사무 공간으로 화상회의가 가능한 회의실과 휴식 공간 등이 마련됐다.

LG이노텍(213,500 0.00%)은 서울 연세세브란스빌딩에 첫 거점 오피스를 개설했다. 위치는 KTX·지하철·공항 등 교통 접근성이 좋은 서울역 주변으로 선정했다. 롯데호텔, 롯데쇼핑(121,500 +0.83%)한화시스템(17,650 +1.15%) 정보통신기술(ICT) 부문도 이 행렬에 동참했다.

거점오피스의 장점은 단순한 출·퇴근 시간 단축에 그치지 않는다. 본사처럼 자기 자리가 정해진 게 아니라 전혀 다른 부서의 직원끼리 마주칠 기회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거점오피스를 이용하는 한 통신업계 직원은 "처음에는 재택근무가 마냥 좋았지만 집에서 계속 근무하다 보니 집중이 안 되고 점점 업무 시간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었다"며 "거점오피스는 업무 방식에 있어서 재택과 출근 선택권이 있어 그 부분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새로운 공간에서 근무하면 은근한 긴장감이 들어 집중이 잘 된다"며 "이제는 정해진 사무실에 출근하라고 하면 효율성이 떨어질 것 같다. 직장 상사나 불편한 관계의 동료를 보지 않고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부연했다.

현대차 '자동차 공룡→스타트업 스타일' 다이어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19년 10월22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본사 2층 대강당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을 마친 후 임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19년 10월22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본사 2층 대강당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을 마친 후 임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완성차 업계에선 현대차의 거점오피스 도입을 '정의선식 개혁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대차가 기존 조직문화 때문에 혁신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은 만큼, 일하는 방식부터 바꿔 비대한 조직을 스타트업처럼 다이어트 하겠다는 정 회장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올 들어 직원들과 가진 온라인 타운홀미팅에서 장거리 출퇴근 개선 방안에 대한 직원들의 물음에 "(집과) 가까운 곳에 위성 오피스를 만들어 거기서 일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출퇴근 시간이 단축돼 더 효율적이면 좋겠다는데 동의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 회장은 일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앞서도 드러낸 바 있다. 2019년 10월22일 서울 양재동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도 "대면 보고하는 문화를 예전부터 싫어해서 바꾸려고 많이 노력했다. 마주앉아 설명하고 보고하는 것을 제발 하지 말자"고 주문하기도 했다.

"업무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효율성이다. 신속하게 일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그는 "필요하면 해야 한다. 앞으로 변화가 더 많아질텐데 지금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면서 대대적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본사와 핵심 연구소가 각각 서울 양재와 경기도 화성에 위치해 거점오피스에 대한 서울 거주 직원들 만족도가 더 높을 것"이라며 "현대차의 거점오피스 도입은 과거 자동차 생산만 하던 '제조업체'에서 벗어나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가 엿보이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사무실의 중요성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사옥 관리에 들어가는 고정 비용을 줄여 연구개발(R&D)이나 인적 개발에 투자하는 경향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타트업처럼 바꾸자…통신3사 이어 현대차도 거점오피스 | 한경닷컴 (hankyung.com)

댓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