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부동산뉴스

고속도로도 철도도 지하화 계획 봇물… “현실성은 글쎄”

  • 신축부지매매

경부고속도로·경부선 철도·강변북로 등 서울 주요 교통망 지하화 구상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장밋빛 청사진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예산과 대체 교통망 등 현실적 난관을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과 함께 공간 활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내년도 추가경정예산안에 ‘경부고속도로 기능 고도화’ 용역 예산 6억원을 반영했다. 해당 사업은 경부고속도로 한남IC에서 양재IC까지 6.8㎞구간을 지하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그간 서초구가 주장해오던 사업을 서울시가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하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강변북로 가양대교~영동대교 구간 17.8㎞를 지하화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수립 용역 예산도 함께 편성했다.

지난 1일에는 용산구가 용산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을 공개했는데, 여기서도 지하화 사업이 등장했다. 용산구의 재정비안은 서울역에서 용산역을 거쳐 한강까지 이어지는 현행 철로 지역의 경관계획을 구상하면서 공원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경부고속도로·강변북로만큼 지하화 사업이 구체화되진 않았지만 최소한 장기적으로는 서울 강북지역의 경부선 철도를 지하화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 서초구가 제시하고 있는 경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 조감도.
 
서울 서초구가 제시하고 있는 경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 조감도.

◇ “청사진은 아름답지만 난제도 많다”

지하화 사업은 철도나 고속도로 등으로 끊긴 공간을 다시 이어 공간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 또 경부고속도로 반포~양재 구간의 경우 상습정체 구간이라 확장이 필요하지만, 일대 지상개발이 포화 상태라 지상에서는 더이상 답을 찾기 어려웠다. 지하화를 통한 도로망 확장도 가능해 일석이조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하화 사업의 청사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예산 마련방안이나 도시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더 깊은 고민이 병행돼야 한다고 본다.

가장 큰 현실적 난관은 역시 예산이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의제를 먼저 꺼내들었던 서초구는 지하화 사업비로 3조3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4월 개통된 신월·여의 지하도로의 사업비가 7.53㎞ 구간에 6742억원 가량이었다는 점이 근거였다.

하지만 이같은 추산은 낙관적인 추산이란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전신주 하나를 지하에 묻는데도 3억원 정도 든다”며 “지반이나 공사 난도 등 구체적인 용역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소요 예산은 더 보수적으로 추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부선 철도 지하화의 경우 비용 추계도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한국 철도교통의 중심지라는 특성상 지하화 사업에 영향을 받는 노선이 워낙 많아 착수 자체가 쉽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서울역의 경우 지상으로 운행하는 노선만 KTX·ITX·새마을호 등 경부선과 일부 호남선, 수도권 전철 경의중앙선 등이 있다. 지하로도 전철 1·4호선, 인천국제공항철도 등이 있다. 이처럼 철도 운행량이 한국에서 가장 많이 집중된 구간을 지하화할 경우 공사 기간 동안 대체선로를 찾기도 어려워 국가 철도교통망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또 기존 지하 철로와의 연결선로와 환승 통로도 모두 손을 봐야 한다. 용산역 역시 서울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정도가 나을 뿐 지하화에 따른 난제들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경부선 철도 지하화는 오래전부터 나왔던 얘기지만 노선과 비용 등 현실적 문제 때문에 항상 구상으로만 존재할 수밖에 없던 사업”이라며 “워낙 얽힌 문제가 많아 용산구나 서울시에서 의지가 있다고 해도 국토교통부가 쉽사리 동의하리라 보긴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실제로 삽을 푸게 되면 전 세계에 길이 남을 사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도시 가치를 높일 활용방안 찾아야”

예산과 공정 등의 현실적 장애물을 극복하고 지하화 작업에 착수하더라도 공간 활용 방안에 대해 더 깊이 있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부선 철도 서울역~용산역 구간 지하화 구상의 경우, 용산구는 우선 녹지 공원을 상정해뒀다. 강변북로 지하화로 인한 지상 여유공간 역시 한강공원 확장·연결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부고속도로 한남~양재 구간 지하화의 경우, 유관 기관 간 지상 구간의 활용에 대한 구상이 다르다. 국토부는 현재 지하 고속도로가 개통되더라도 지상부의 고속도로도 그대로 두어 교통량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서초구는 녹지 공원과 주택 지구를 조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도 서초구와 비슷한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서울시는 양측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단순 녹지 공원이나 주거 지역보다는 도시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경부고속도로·경부선 지하화는 단순한 교통망 개선을 넘어 도시 경쟁력·국가 경쟁력 제고로 연결될 수 있는 모멘텀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서울을 넘어 서울 대도심권과 국가적 차원에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무 교수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의 경우 이미 반포·양재에 완충 녹지나 주거 지구가 있는 만큼, 판교까지 이어지는 경부고속도로축을 연구·개발(R&D) 메카로 키우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경부선 철도 지하화와 관련해서도 “단순 녹지·공원 등 수동적 형태로 공간을 활용하기엔 지하화에 따르는 노력과 비용이 아까운 측면이 있다”며 “보다 적극적인 활용을 고려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원보다는 차라리 지상 도로로 활용하는 것이 그간 지상철로 때문에 동·서로 나뉘어 정체됐던 용산의 발전을 다시 추동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용산이나 반포 같은 황금 입지에 주택을 공급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인근 단지 주민들만 편익을 누리기 보다는 전 국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속도로도 철도도 지하화 계획 봇물… “현실성은 글쎄” - 조선비즈 (chosun.com)

댓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