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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쿠팡 물류센터?… 소상공인 전용 ‘동대문 풀필먼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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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서울 종로 창신동 딜리셔스 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전국의 온라인 소매업자들이 주문한 의류를 분리 검품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21. 5. 4 / 장련성 기자
 
4일 오전 서울 종로 창신동 딜리셔스 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전국의 온라인 소매업자들이 주문한 의류를 분리 검품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21. 5. 4 / 장련성 기자

지난 4일 오전 4시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한 의류 전문 풀필먼트(fulfillment·통합 물류) 센터. 한 직원이 의류에 바코드 스캐너를 갖다 대자 모니터에 ‘셀러가 주문한 상품입니다’라는 문구가 떴다. ‘딜리버드'라는 이름이 붙은 물류서비스를 하는 이곳은 서울 동대문의 의류 도·소매상 연결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딜리셔스가 작년 2월 설립했다. 전국의 의류 소매업자가 온라인으로 동대문 도매시장 옷을 주문하면, 해당 옷을 골라 포장·배송해주고 반품과 재고 관리까지 대행한다. 1km 떨어진 시장에서 옷을 모아오는 건 딜리버드와 계약을 맺은 ‘사입삼촌’(구매대행)들의 몫이다. 딜리셔스 강동형 파트장은 “요즘엔 하루 150~200여 소매업자들이 주문한 옷 1만여 장이 전국으로 보내진다”고 했다.

중소 상공인을 위한 풀필먼트 서비스가 최근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풀필먼트는 상품의 입고와 재고 관리에서 분류·배송·반품까지 일괄 처리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쿠팡 등 거대 유통업체의 대형 물류센터를 떠올리지만, 최근 중소 상공인의 판로 개척을 돕는 물류 전문 스타트업의 풀필먼트 센터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과거 심야에 동대문까지 올라와 직접 옷을 떼가던 전국의 온·오프라인 옷가게 주인들은 이제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가만히 앉아 ‘동대문제' 옷들을 받아본다. 물류 스타트업 업체와 중소 상공인들의 ‘공생 네트워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쇼핑몰의 ‘물류 심장’ 동대문

동대문 의류시장은 1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온라인 소매업자들과 풀필먼트 서비스가 맞물려 돌아가는 대표 지역이다. 4일 새벽 딜리버드 3층에선 직원 80여명이 물 흐르듯 움직이며 수만 장의 옷을 분류·검품하고 있었다. 전날 밤 10시까지 온라인 의류 소매업자들이 앱으로 옷을 주문하면, 옷들은 다음 날 새벽까지 주문대로 물류센터에 도착한다. 옷을 분류하고 지퍼나 단추에 불량이 없는지를 살피는 작업이 이어진다. 주문된 옷은 그날 오전 안에 포장돼 출고된다. 5월부터 여름까지인 성수기엔 하루 1만 장 넘게 나간다.

이런 풀필먼트는 딜리셔스·브랜디·에이블리 같은 패션 플랫폼 업체가 자체적으로 구축해 운영한다. 딜리셔스는 서울 창신동에 8900㎡(2690여 평), 브랜디는 동대문에 7272㎡(2200평), 에이블리는 성수동에 3305㎡(1000평) 규모의 풀필먼트 센터를 각각 설립했다. ‘동대문 풀필먼트 시스템’라고 불리는 이곳들은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들에겐 손발인 셈이다. 최홍주(26)씨는 동대문 의류를 골라 판매하는 쇼핑몰 ‘디유디’를 운영한다. 전북 정읍에 살지만 동대문까지 직접 갈 필요 없다.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해 의류를 고르고 사들여 고객에게 포장·배송한다. 최씨는 “재고관리 부담 없이 신품들을 빨리빨리 내놓고 영업에만 집중하면서 매출이 석 달 만에 70배쯤 늘었다”고 했다.

◇풀필먼트 스타트업과 공생하는 중소 상인

중소 상공인에게 다양한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은 전국 각지에 생기는 추세다. 대기업과 비교해 규모는 작지만, 특화 서비스와 지방 배송망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 중이다.

두손컴퍼니는 경기도 남양주·파주·용인 등에 2만8000㎡(8500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운영한다. 필요한 기간만 물류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고, 입고부터 포장·출고까지 고객 맞춤형으로 처리하는 서비스도 있다. 중소 상인들이 꼭 필요한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도록 세분화한 것이다. 박찬재 대표는 “물류 인프라가 대기업에 편중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며 “중소기업 200여 곳과 계약을 맺었는데 재계약률이 95.4% 정도 된다”고 했다.

제주박스는 제주도 물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년 1월 설립됐다. 처음엔 육지에서 제주도로 보내기 힘든 가구, 신선식품 등을 주로 배송했다. 이후 제주도 내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이커머스 업체들 요청으로 식자재 콜드체인 배송을 시작, 냉장 배송 시스템을 갖추면서 제주도 내 당일·새벽배송까지 하고 있다. 이현경 대표는 “거래 업체의 60%가 중소 상공인”이라고 했다.

네이버 등 IT 기업도 중소 풀필먼트 스타트업을 주목하고 있다. 점점 다양해지는 온라인 이커머스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선 전국 각지의 풀필먼트 스타트업을 활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작년 네이버가 투자한 풀필먼트 스타트업은 두손컴퍼니 등 6곳. 총 264억원을 투자했다.

새벽 4시, 쿠팡 물류센터?… 소상공인 전용 ‘동대문 풀필먼트’예요 - 조선일보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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