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유통시장에서의 ‘ON·OFF’ 기업들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들 중심에 '물류'가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 이들의 현재와 미래 생사 여탈권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미국 유통시장은 오프라인의 대표 주자들인 월마트와 아마존이 치열하게 물류투자 부문에서 경쟁, 新유통 기준을 확립하고 있다. 반면 국내시장에선 네이버와 신세계, CJ대한통운 등이 주식 스와핑등 합종연횡을 통해 연합전선을 구축,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해 든든한 실탄을 확보한 쿠팡에 전면전을 선언하고 치열한 시장 쟁탈을 예고하고 있다.
그럼 글로벌 온·오프 시장은 어떤 형태로 시장 경쟁에 나서고 있을까? 당장 오프라인 유통업 대표 월마트는 ‘아마존 프라임’을 겨냥한 ‘월마트 플러스’를 개발, 단시간 내 상품배송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 아마존의 경우 끊임없는 물류 혁명을 통해 다양한 배송 루트를 만들어 양 측의 신경전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시장 역시 미국의 온오프 간 시장 선점 경쟁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국내 온라인 검색 최고 기업인 네이버는 유통기반이 전혀 없는 자신들의 검색기능 플랫폼으로 오프라인 유통기반이 탄탄히 한 신세계와 국내 최대 택배사인 CJ대한통운등과 제휴를 통해 쿠팡의 유통물류혁신사업 도전장으로 던졌다.
여기다 매물로 나와 향후 시장에 또 다른 영향을 미칠 이베이까지 신 유통시장 선점을 위한 국내외 온·오프 유통 물류경쟁 국면에서 ‘물류 4.0’ 역할이 미국과 국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망해 봤다.
미국 월마트 · 아마존, ‘당일 배송’ 물류기준 삼아 경쟁
온·오프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월마트와 아마존은 막대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한 첨단 물류시스템을 구축, 전 방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양사는 물류배송 부문에 적극 투자, 예전엔 없던 ‘당일 배송’을 물류의 기준으로 만들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양 측의 경쟁은 상대방의 사업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등 신경전도 이어진다. 첨단 물류기술 개발과 융합,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는 차세대 ‘옴니채널’ 유통 모델 창출이 그것이다. 그 중심엔 어김없이 ‘물류 4.0’이 자리하고 있다. 그럼 새로운 유통 물류산업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양사의 경쟁 현황과 파급 효과 및 향후 시장은 어떻게 전개될까?
이들이 들고 나온 대표 충돌 아이템은 ‘당일 배송’이다. 양사는 이를 통해 새로운 업계 표준을 만들고 있다. 이처럼 통상적으로 미국은 국내와 달리 국토 넓고 인건비가 높아 당일 배송이 쉽지 않은 나라다. 하지만 이곳 유통시장에 당일 배송이 부각되는 배경은 코로나 팬더믹에 따른 비대면 배송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
美 유통업계는 이전에도 온라인 판매가 확대되는 추세긴 했지만 코로나에 따른 구매패턴의 급변과 신속한 물류배송 수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월마트와 아마존가 기존 소매업체가 흉내 내기 어려운 첨단 물류시스템을 구축, 특히 빠른 물류 배송부문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와 달리 ‘당일 배송’이란 신 유통 기준을 표방, 이제 미국 소비자들은 이 신속 저렴하고 편리한 배송 서비스를 당연시하게 인식하고 있다. 반면 자금력이 약한 중소 소매 유통업체들은 이들과 동일한 수준의 물류서비스가 불가능해 고객 이탈 방지 자구책 마련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재정적 여유없는 중소 소매업체 고민 커져, 대응력 점차 하락
한편 ‘물류 4.0’ 시대를 이끄는 월마트와 아마존의 경쟁은 첨단 기술 개발과 융합,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는 차세대 ‘옴니채널’ 유통 모델 창출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시키고 있다. 당일 배송은 첨단 물류 인프라 구축이 관건이다. 따라서 재정적 여유가 없는 소매업체들은 대형 물류기업들에게 배송을 위탁하지만, 월마트와 아마존은 이들 물류기업들과 별개로 시장을 장악해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페덱스(FedEx)와 UPS등 대형 물류기업들은 중소 소매업체들을 대상으로 풀필먼트와 요금할인 등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고 있지만 월마트와 아마존에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제한된 시간 내 한정된 자원을 통해 빠른 배송을 하기란 쉽지 않은 프로세스다. 특히 배송시간이 짧다보니 예상치 못한 상황 혹은 오류가 발생할 경우 대응하기가 어렵고 결과적으로 배송지연이 발생, 소비자 불만에 따른 악순환이 거듭되는 셈이다. 반면 월마트와 아마존은 첨단 물류 시스템으로 대형 물류기업들과 별개로 물류배송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월마트, 빠른 배송조직 구축, 오프라인 강점 접목해 미국 유통 산업시장에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월마트다.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을 겨냥한 ‘월마트 플러스(Walmart +)’ 서비스를 개발한 월마트는 고객에게 단시간 내 상품을 무료 배송으로 아마존 프라임을 능가한다는 평가다.
상품을 들고 스마트폰 앱으로 스캔해 결제한 후 계산대가 아닌 ‘스캔 & 고’ 시스템 도입은 코로나로 줄 서는 것을 기피하는 고객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특히 월마트는 월마트 플러스를 시작하면서 오프라인 점포마다 물류 배송인력을 전진 배치, 유사 직종보다 3~4달러나 높은 시급을 제공하는 등 2만 여 배송인력을 추가 고용하기도 했다.
월마트, 도심형 미니 물류센터 통해 빠른 문전 서비스 제공
이와 함께 월마트는 미국 전역에 4,700여 오프라인 점포를 보유, 고객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점포를 ‘미니 물류센터’로 활용, 상품을 아마존보다 더 빨리 고객 문전까지 배송하고 있다. 이처럼 월마트 플러스는 상위 고객 절반 정도가 ‘아마존 프라임’ 회원일 정도로 아마존 고객을 자사로 유치하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여기다 월마트는 캐나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 쇼피파이와의 업무 제휴도 아마존의 장점인 품목 다양성에 아성을 깨겠다는 전략을 담고 있다. 이밖에도 월마트는 아마존 텃밭인 인도에서 온라인 거래 1위 플립카트를 인수하는 한편 중국 2위 징둥닷컴 주식도 매입하는 등 외부수혈을 통해서 온라인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유통 전문가들은 “월마트가 아마존의 디지털 혁신을 학습했지만 진정한 승부처는 온라인 기업이 갖기 어려운 오프라인의 강점을 결합한 서비스에서 찾고 있다”고 진단한다.
반면 아마존은 월마트 맹공에 2020년 9월부터 미국 전역에 1,000여 개에 달하는 오프라인 ‘미니 물류센터’ 구축에 착수, 배송 속도에서 월마트를 추월하겠다며 반격에 나섰다. 이와 함께 지난 2017년 인수한 홀푸드마켓 점포 475개를 미니 물류센터로 활용했다. 하지만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에서 주문받은 상품의 포장과 홀푸드마켓 직원의 접객 업무가 혼재돼 충돌이 빈번, 효과가 미미해 별도 ‘미니 물류센터’ 구축으로 전략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아마존의 스태튼 아일랜드 물류센터는 캐나다 물류기술기업 아타보틱스의 수직적 자동화 모델을 도입, 기존에 비해 규모가 현저하게 작은 물류센터를 뉴욕에 설립해 운영 중이다. 이 센터는 좁은 공간에 종업원보다 많은 수의 로봇을 배치, 기존 물류센터보다 50% 정도 많은 주문을 처리하면서 뉴욕 도심고객에 즉각적인 물류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아마존은 아타보틱스의 자동 보관, 검색 및 회수 시스템을 높게 평가, 뉴욕 스태튼과 같은 유형의 미니 풀필먼트 형태의 물류센터를 다른 도시로도 확대하고 있다. 아타보틱스 시스템은 로봇 셔틀이 3차원 공간 창고 내부 X· Y· Z 축을 따라 이동, 고객 주문 상품을 찾아 가져오는 ‘올인원(all-in-one)’ 공급사슬 시스템 기능을 수행하는 한편 아마존의 기존 물류거점에선 원거리 배송에 특화하고 있다. 불룸버그 통신은 이 같은 양사의 전략들과 현상을 두고 “유통 물류사업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며 “기존 유통업계에 널리 알려진 ‘아마존화’가 아닌 ‘아마존의 월마트화’라고 지적했다.
한편 아마존은 심층학습, 가상 쇼핑카트, 전자영수증 등 신기술이 총 망라된 ‘아마존 고(Amazon Go)’에서 취합한 소비자들의 구매 습성과 빈도 및 주기와 함께 결제 금액 등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스마트 데이터’로 활용, 온·오프라인 쇼핑을 결합하고 있다. 특히 아마존은 아마존 고의 ‘JWO(Just Walk Out)’ 기술을 통해, 다양한 정보가 한 가닥 실처럼 꿰어지는 ‘디지털 스레드’ 프레임 워크로 고객 동선과 구매주기 및 빈도, 선호상품과 결제액 등 방대한 자료를 수집,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온·오프 쇼핑을 융합하고 있다.
‘월마트 플러스’ 전략 보면 반 쿠팡 연합 ‘어떤 길’ 갈지 보여
미국 온 오프 유통시장의 치열한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서는 것과 달리 국내 시장은 온 오프 유통업체들 간 시장 공략 국면을 조금 다르게 연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1위 이커머스 플랫폼 매출기업 네이버의 경우 직접 물류에 뛰어들기보단 CJ대한통운과 신세계그룹 등 다양한 제휴기업과 ‘反 쿠팡 연합전선’을 구축, 차별화된 물류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당장 네이버의 경우 속도 경쟁 보다는 ‘서비스 중심’, 다양한 이용자를 겨냥한 맞춤형 ‘풀필먼트 얼라이언스’로 이커머스 사업 확장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미국의 온 오프 유통업체간 경쟁국면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유통 물류업계 관계자는 “당장 이들의 제휴가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실제 협력과정에서 다양한 업종특성상 빠른 의가결정과 실행이 뒤따라야 하는데, 연합체들 간 의견일치가 쉽지 않고, 각각의 생각이 다를 경우 실행에서 난관에 봉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 쿠팡 혹은 여타 이커머스 기업과 달리 상품은 없고, 단순 플랫폼만을 가지고 소비자 구매가 일어나는 만큼 수수료만 챙기고, 이에 대한 물류서비스는 CJ대한통운에 위탁하는 형태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와 SSG.COM 역시 물류부문에 투자는 최근 축소하는 반면 온라인 사업에 집중, 미국의 유통시장 선점 전략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반 쿠팡 연합체에서의 물류배송 투자는 네이버와 신세계그룹 모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인데다 CJ대한통운 역시 택배비 인상과 더불어 물류배송능력을 배가시키기 쉽지 않아져 현 전략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당장 한국의 월마트 격인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온라인 사업인 SSG닷컴의 물류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월마트가 월마트 플러스를 통해 빠른 배송을 위한 대단위 물류투자에 나서고 있는데 반해 네이버 연합체의 한 축인 이마트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확충 속도 조절은 미국과 정 반대 행보인 셈이다. 또 이마트는 경기도 자체 물류센터까지 매각에 나서는 등 물류부문에서의 자산까지 축소하고 있다. 물론 여기엔 매물로 나와 있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과 네이버와의 공동 사업에 우선 힘을 쏟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온라인 이커머스 유통시장이 빠르게 비대면화 되고, 새벽 배송과 빠른 물류서비스가 시장을 주도하는 등 물류배송 속도전에서 신세계의 현 행보는 네이버 연합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하는 행보란 지적이다.
아주대 물류대학원 최시영 겸임교수는 “이커머스와 달리 월마트와 이마트와 같은 오프라인 점포들은 물류거점으로 빠른 배송을 할 수 있는 물리적 시설”이라며 “오프라인 매장엔 영업시간 제한이 있어 향후 유통시장을 주도할 새벽배송을 하려면 24시간 운영되는 물류거점이 필수적인데 네이버 연합의 행보는 거꾸로”라고 말했다.
반면 뉴욕증시 상장에 따라 5조원의 실탄을 확보한 쿠팡은 전국적인 물류 석권에 포문을 열고 전북 완주 이어 창원·김해에도 물류센터 구축에 나서면서 적극적인 빠른 배송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SSG의 오프라인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쿠팡의 경우 전국 170여 개의 물류 거점을 확보하고 콜드체인 관련 물류거점 역시 지속적으로 늘려 전국 단위의 빠른 배송이 가능한 신선식품 능력을 높이고 있는데 반해 정작 SSG.COM은 큰 폭의 물류투자를 낮추고 있는 셈이다.
특히 SSG닷컴 예산은 1년 새 1조 947억 원에서 2,690억 원으로 축소되는 한편 향후 3년간 투자 계획도 3,662억 원에 그치면서 시장 공략 방향을 잘못 잡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SSG닷컴의 전임 대표였던 최우정 대표의 경우 수년 내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11곳(수도권 6개, 주요 광역시 5개)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반면 현 강희석 이마트 대표에게 SSG닷컴 대표를 겸직시킨 이후 줄어든 물류부문 투자 결과에 관련업계의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유통 물류시장의 월마트와 아마존의 빠른 배송 행보가 무조건적 해법은 아니다. 그렇다고 현재 네이버 연합이 추구하고 있는 물류전략이 정답도 아니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에 따른 유통시장의 급변과 빠른 물류배송에 편익을 만끽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선택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진 아무도 모른다.
각각의 특성에 맞춰 최적의 전략을 짜고 있는 온 오프유통기업의 해법들 가운데 어떤 방향이 정답일지는 현재 진행되고 기업들의 행보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소비자들은 무조건적인 물류배송 속도경쟁이 불필요하다는 측과 빠른 배송을 통한 시장 확대에 나선 측의 전략 중 어느 것이 정답일지만 즐기면 되는 시점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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