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부동산뉴스

1억 드릴게요…전세 좀 빼주세요" 세입자 퇴거 위로금 1억 찍었다

지난해 7월 31일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등장한 '세입자 위로금'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법 시행 초기 200만~300만원 수준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사례 이후 수천만 원으로 치솟았고 최근 서울 강남에서는 1억원에 육박하는 위로금도 등장했다.

임대차법 시행으로 같은 아파트, 같은 평형이라도 계약 갱신과 신규 계약의 전세금 차이가 두 배 넘게 벌어진 것이 계기다. 목돈을 주고서라도 세입자를 내보내려는 집주인과, 집을 비워주는 조건으로 한몫 챙겨보려는 세입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30평형대를 소유한 A씨는 최근 세입자를 내보내는 조건으로 8500만원을 건넸다. 여기에 이사비와 중개비용은 별도로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전부 합하면 A씨가 세입자 퇴거를 위해 쓴 비용은 1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나마 A씨가 법무법인의 도움을 받아 어렵사리 낮춘 금액이다. 세입자가 처음 요구한 금액은 무려 4억8000만원에 달했다. 세입자가 이 같은 금액을 요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월세상한제로 해당 아파트의 갱신 계약과 신규 계약 시 전셋값 차이가 10억원 가까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2019년 초 입주가 시작된 래미안블레스티지의 30평형대 전세금은 당시 7억원대였다. 임대차법이란 시장 왜곡이 없었고 송파 헬리오시티 등 대단지가 한꺼번에 들어서면서 전셋값이 낮게 형성됐던 시기다. 2년이 지난 지금 이 아파트의 신규 계약 전세보증금은 15억원을 넘어 최고 17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만일 A씨가 기존 세입자와 갱신 계약을 맺었다면 5%룰에 묶여 전세금을 인상할 수 있는 한도는 4000만원 이하로 제한된다. 따라서 A씨 입장에서는 적정선에서 기존 세입자의 위로금 요구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세입자를 찾는 게 유리하다. 기존 세입자에게 건넨 8500만원은 새로운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 있으니 크게 아까울 것이 없다. 시장을 규제로 자꾸 옥죄다 보니 뒤편에서 주고받는 위로금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 횡행하는 '암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사례는 점점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임대차법 시행 전인 지난해 7월 서울시에서 이뤄진 갱신 계약의 평균 전셋값은 5억2675만원, 신규 계약은 4억4227만원이었지만 지난 3월에는 갱신 계약 평균 4억6199만원, 신규 계약은 5억1999만원을 기록했다. 신규 계약이 평균 8000만원가량 오를 동안 갱신 계약은 거꾸로 6000만원가량 하락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세가격 이원화와 과도한 위로금 요구가 관행으로 정착될 경우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동은 기자 / 유준호 기자]

 

같은 단지 전세인데 13층은 6억, 3층은 11억…"이런 법도 있나"


이중가격 판치는 전세시장

집주인 "올릴수 있을때 올리자"
정부 시장통제가 '비정상' 부추겨

상계 주공 등 중저가 전세도
갱신땐 1.2억, 신규는 3.3억 계약

첫 '5% 갱신' 만료되는 1~2년후
전국적인 전셋값 인상 강타 우려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전셋값이 연일 상승하고 있다. 31일 서울시 송파구 공인중개사 사무소 앞에 전월세 매물 시세가 게재돼 있다. [김호영 기자]
사진설명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전셋값이 연일 상승하고 있다. 31일 서울시 송파구 공인중개사 사무소 앞에 전월세 매물 시세가 게재돼 있다. [김호영 기자]

# 지난해 서울 신대방동 소재 본인 소유 주택을 처분하고 서울 서초구 신축 아파트에 전세로 이사한 A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중학생인 자녀의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큰 결심을 하고 이사한 것이다.

그런데 매도한 집값이 크게 오른 것도 속 쓰리지만 집주인이 계약 만료 후 갱신 계약을 하지 않고 본인이 실거주하겠다고 엄포를 놨기 때문이다. 인근 단지 신규 계약 전셋값은 이미 A씨 전세보증금의 두 배가 돼 전셋집을 옮기려면 수억 원이 더 필요하다. A씨는 집주인에게 전세를 더 살게 해달라고 설득하기 위해 일종의 위로금으로 계약서에도 없는 30만원 정도 월세를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집주인에게 실거주로 입주하지 말아달라는 일종의 뇌물인 셈이다.

전월세신고제 전면 시행으로 지난해 정부와 여당이 강행 추진했던 임대차3법이 모두 부동산 시장에 도입됐다. 이런 가운데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간 전세보증금 격차가 2배 이상 벌어진 서울 아파트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이후 체결한 갱신 계약이 내년 7월부터 만기가 돌아오고, 통상 만기 6개월 전에 계약 당사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1년 안에 '전셋값 인상 폭탄'이 전국을 강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공받은 '서울 아파트 전세 신규 및 갱신 계약'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주요 자치구에서는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간 격차가 평균 1억원 이상 벌어진 곳이 속출했다. 종로구는 1분기 1126건의 신규 전세 계약이 이뤄졌는데, 평균 계약 금액은 9억1902만원으로 갱신 계약(793건)의 평균 전세 계약 금액 7억5605만원보다 1억6297만원 웃돌았다. 중랑구(1억4647만원) 은평구(1억1355만원) 중구(1억134만원) 등 서울 내 대표 서민·중산층 주거 지역에서도 신규·갱신 계약 간 평균 전세보증금 격차가 1억원 이상 벌어졌다.

매일경제가 서울 자치구별 대표 아파트 단지들을 분석해본 결과 전셋값이 2배 이상 벌어진 곳이 속출했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 84㎡(13층)는 지난 11일 13억원에 전세로 거래됐다. 같은 달 1일 같은 전용 매물(16층)이 6억3000만원에 거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같은 단지 안에 같은 전용 매물의 가격 차이가 2배 이상 벌어진 것이다. 마포구 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 역시 같은 전용 매물이 하나는 11억7000만원(3층)에, 다른 하나(13층)는 6억원에 거래됐다.

이중 전세가격은 고가 전세에만 국한된 상황은 아니다. 노원구 상계주공2단지 전용 32㎡는 사흘 간격을 두고 전세 계약이 이뤄졌는데, 8층 매물은 1억2600만원에 거래된 반면, 5층 매물은 3억3700만원에 거래돼 2배 이상의 격차가 났다.

지난 3월에는 은마 전용 76㎡가 하나는 9억원(8층), 다른 하나(6층)는 3억78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단지별 현재 전세 호가를 감안하면 낮은 가격의 전세 계약은 갱신 계약, 높은 가격은 신규 계약일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정상적인 가격 형성 과정을 억지로 통제하려는 정부 정책이 낳은 결과라는 평가다. 신규 계약은 갱신 계약처럼 전월세상한제(5%)를 적용받지 않는데, 한 번 체결한 전세 계약에 4년간 묶여 있어야 하는 집주인으로서는 4년 후 가격 전망이 불가능해 '받을 수 있을 때 많이 올려 받자'는 심리가 작동한다.

갱신 물량이 모두 신규로 전환되면 전세 이원화는 잦아들겠지만 또 한 번의 전셋값 급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계약갱신권이나 전월세상한제는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이중 가격을 형성하는 요인이 된다"며 "공급 정책이 가시화하지 않는다면 정부와 여당이 생각하는 임대차3법을 통한 시장 안정 효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전월세신고제로 인한 전세 물량 감소와 재산세 중과 등 새로 도입되는 정부 규제도 향후 전세가격 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소득 노출을 꺼리는 집주인들로 인해 전월세신고제는 전세 물량을 줄어들게 할 가능성이 크고,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중과세는 전세를 반전세, 월세 등으로 전환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여기에 여당이 그나마 임대 공급의 숨통을 틔웠던 매입임대까지 폐지하면서 전세 시장은 당분간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정부·여당이 밀어붙인 임대차3법으로 인해 '한 아파트 두 전세금' 현상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며 "시장논리에 맞지 않게 전세금 인상폭을 강제하면서 역으로 신규 시장의 진입장벽만 키워 서민들 부담만 키웠다"고 지적했다.

[단독] "1억 드릴게요…전세 좀 빼주세요" 세입자 퇴거 위로금 1억 찍었다 - 매일경제 (mk.co.kr)

댓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