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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관찰] 배달, 골목에서 다시 도로로

과거만 하더라도 상권의 핵심은 도로에 있었다. 도로에서 대중교통이 멈추고, 그 대중교통과 주거지, 사무실을 잇는 도로를 따라 상점이 들어서고 상권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상권은 대중교통과 주거지, 사무실 같은 도착점을 중심으로 도보로 도달할 수 있는 권역으로 정해졌고 이 안에서 개별적으로 경쟁해왔다.

그러다 21세기 이후 이 같은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프랜차이즈 같은 대량생산을 통해 만든 상품과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넘어서는 영세 사업가들이 등장했고, 이들이 제공하는 특색 있는 비즈니스에 이끌린 소비자들로 새로운 권역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골목에서 형성된 신흥 상권들이다.

뛰어난 사업가들이 골목으로 몰려든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로 고정비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저렴한 임대료라는 골목의 장점은 금방 한계점을 맞고 말았다. 소비자들이 몰려들고 유동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개발이 이어지고 임대료가 계속 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신흥 상권은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경우가 많았기에 이들 지역이 지닌 내재가치는 제대로 된 상권이 형성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주말에 신흥 상권지로 찾아오는 외부 관광객이 주요 매출의 대상이 되고 주중 매출은 적은 기형적 구조가 만들어졌다. 주말 장사로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자 상권지가 해체되는 결과를 맞았다. 이 때문에 2010년대 중반 이후 본격화된 신흥 상권은 접근성이 좋으면서 매출 공백 없이 상시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높은 펀더멘털을 가진 곳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쪽으로 변했다.

어찌 됐든 이러한 골목 속 상가들은 소비자들이 직접 찾아가야 하는 여행지 역할을 가지고 있기에 도로에서 벗어난 골목 안에서 매우 큰 성황을 이룰 수 있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이 같은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배달이었다.

201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배달의 시대는 상권의 역학에도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이전까지는 도로든, 골목이든 도보를 중심으로 형성됐지만 배달은 도보로 분리됐던 상권과 상권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도로다. 도보 중심 시대에서 도로는 상권과 상권의 경계를 나누는 경계선에 해당했다. 하지만 배달의 시대가 되면서 도로는 경계선이 아닌 동선이 되며 도로의 어느 방향에 위치해 있느냐는 점점 중요하지 않은 요소가 되고 있다.

배후지 범위 또한 배달로 확장되면서 도보로 도달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닌 배달로 도달할 수 있는 권역이 중요해졌다. 일반적으로 도보로 구분 짓는 배후지의 범위는 여유롭게 잡아도 반경 500m 이내다. 하지만 배달은 이 권역을 최소 1㎞ 이상으로 확장시킨 상태다. 따라서 도보로 이동하는 동선이 아닌 배달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접근성이 중요해진 것이다.

일찌감치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치킨 프랜차이즈는 이를 고려해 점포 위치를 배후지로의 도로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 두고 있으며, 이는 비슷하게 배달 서비스를 확장해 현재는 배달 전문으로 운영하는 피자 프랜차이즈 또한 마찬가지다. 떡볶이 프랜차이즈는 이러한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업종이다. 과거에는 학교 주변의 도보 접근성을 고려해 위치했던 것이 2010년대 배달 서비스의 최대 수혜 업종 중 하나가 되면서 적극적으로 도로변으로 진출해 자리 잡고 있다.

배달은 골목 안쪽으로 확장하던 가게들을 다시금 도로로 끌어내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우리 삶의 공간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한번 자세히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마켓관찰] 배달, 골목에서 다시 도로로 - 매일경제 (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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