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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세입자 '비명'…세금폭탄 집주인 부담전가에 ‘월세 폭등

A씨는 2017년 경기도 화성의 다세대주택을 사들이고, 민간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 남편의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아 노후 대비 차원이었다. 23가구로 구성된 다세대주택 매매가격은 31억원, 이 중 대출과 보증금 28억원을 뺀 3억원이 A씨가 실제로 낸 돈이다.

매달 700만원 정도의 임대료가 들어오지만 금융이자와 각종 비용, 세금 등을 제하고 나면 실제로 남는 돈은 거의 없다. 게다가 4년 단기 임대사업자 등록까지 곧 끝나기 때문에 확 높아진 종합부동산세 부담마저 떠안아야 할 판이다. A씨가 세무사 도움을 받아 대략 계산해본 종부세 부담액은 3400만원에 이른다. 감당할 여력이 없는 A씨는 다세대주택을 처분하고 싶지만 쉽지 않았다. 임대사업자를 위한 혜택이 다 없어진 상황에서 다세대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도 없기 때문이다. A씨는 "정 안 팔리면 다세대를 부수고 단독주택을 짓는 방법도 생각 중"이라며 "나라에서 임대 사업을 하라고 해서 시작했는데, 이제 와서 등에 칼을 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올랐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여당은 임대사업자에게 '화살'을 돌려 이제는 아예 세제 혜택을 없애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임대사업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아 집값 상승의 '불씨'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1주택자에게 재산세·종부세 인하 등 혜택을 주는 대신 다주택자인 임대사업자들에게는 세 부담을 강화해 '집토끼' 지지층의 반발을 누르려는 계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번에도 정부가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압박은 결국 서민 주거지인 다세대주택과 빌라의 월세만 폭등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7·10 대책 이후 수십만 가구의 등록임대주택 혜택이 말소되자 세금폭탄을 맞게 된 이들이 전월세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후 등록임대 자동 말소 대상으로 분류된 주택은 지난 4월 말까지 총 50만708가구로 집계됐다. 정부는 지난해 7·10 대책을 통해 4년 단기 임대와 8년 장기 임대 중 아파트 매입 임대 유형을 폐지한다고 발표하고, 8월에 민간임대주택특별법을 시행했다. 이에 따른 자동 말소 대상이 지난달까지 50만가구가 나온 것이다. 자동 말소 외에 자진 말소된 등록임대주택도 총 2만2825가구에 달했다. 문제는 이런 말소 대상 주택 중 상당수가 A씨 사례처럼 세금폭탄을 맞게 된 다세대·다가구주택이라는 것이다. 말소 대상 50만가구 중 약 11만6000가구가 아파트이고, 나머지 38만4000가구는 다세대 등 비아파트에 속하는 주택으로 76.8%에 달한다. 이 중 서울에서는 지난 4월까지 15만3900가구가 등록 말소 대상인데 90%에 달하는 13만8500가구가 다세대·다가구 등 비아파트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등록 말소 주택 중 90%가 다세대·다가구라는 의미는 정부가 의도하는 아파트 가격 안정 효과는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작고 서민층 주택의 전월세 가격에 미칠 영향이 훨씬 클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등록임대에서 해제되면서 세금폭탄을 맞게 된 집주인들이 택하는 방법은 A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세를 월세로 바꾸거나, 월세를 올려받거나, 이마저 안되면 집을 팔거나 아예 부숴서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또는 상가주택 등으로 개조하는 것이다. 결국 저렴하게 거주하고 있는 서민층 전월세 주택이 갈수록 사라지게 된다는 얘기다. 서울 성산동 소재 한 건축사무소 관계자는 "건축법상 몇 가지 규정을 맞추면 다세대를 다가구 상가주택으로 다시 짓는 것이 가능하다"며 "불리한 점도 있지만 일단 단독주택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다주택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세금폭탄에 비명을 지르는 집주인과 마찬가지로 월세 세입자들은 임대료 폭등에 비명을 지른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 1인 이상(농림어가 포함) 월세 거주 가구는 한 달 평균 32만8000원을 실제 주거비로 지출했다. 한 해 전(30만8000원)보다 6.2% 오른 수치다. 월세 주거비는 정부의 임대 사업 혜택 축소가 발표된 작년 3분기 이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2분기까지만 해도 전년 대비 -7.1%였는데 3분기(-2.1%) 감소폭이 축소하더니 작년 4분기(4.5%)부터는 본격적인 증가세로 전환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3법과 함께 임대사업자들의 사업 위축 등 여러 가지 영향이 전월세 시장에 상승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민 세입자 `비명`…세금폭탄 집주인 부담전가에 ‘월세 폭등’ - 매일경제 (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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