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부동산뉴스

장사 안되니 오피스텔 지어요”… 골목마다 공사중인 이대앞

  • 신축부지매매

지난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일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이전까지만 해도 관광객과 학생들로 붐볐던 골목마다 오피스텔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화여대 5길의 한 골목은 불과 100m 남짓 구간에서 오피스텔 신축을 위해 철거 공사 및 토목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곳이 다섯 곳이나 됐다. 대부분 7층 이하 ‘꼬마빌딩'들이 있던 자리다.

27일 오피스텔 신축을 위해 이화여대 일대의 저층 상가건물이 허물어지고 있다. /김송이 기자
 
27일 오피스텔 신축을 위해 이화여대 일대의 저층 상가건물이 허물어지고 있다. /김송이 기자

서울 강북의 주요 상권 중 하나인 이화여대 일대가 오피스텔촌으로 변신하고 있다. 28일 서대문구청에 따르면 서대문구 대현동에는 현재 10개의 오피스텔 신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대현동 일대 공인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지하철 2호선 이대역에서 이화여대 방면으로 올 들어만 5개 오피스텔, 총 300여실이 준공을 마쳤다.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일대에 꼬마빌딩을 새로 산 사람들이 기존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지을 건물로 오피스텔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면서 “아무래도 수익을 맞추는 데 제일 낫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화여대 일대에서 오피스텔이 각광받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상권 침체'다. 이화여대 일대는 2000년대까지 ‘패션의 메카'로 불렸다. 개성 넘치는 패션과 문화의 상징이자 유행의 발화점이었다. 지금의 ‘이랜드그룹’도 이화여대 앞 6.6㎡의 작은 공간에서 시작한 회사다.

그랬던 이화여대 앞 골목 일대가 쇄락기에 접어든 것은 2000년대 온라인 쇼핑몰이 급속도로 발전하고부터다. 2006년 들어선 오프라인 쇼핑몰 ‘예스apm’은 흥행에 실패하기도 했다. 홍대입구 앞으로 유행의 상징이 넘어간 것도 영향을 줬다.

인근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그래도 중국과 일본 관광객이 어느 정도 거리를 채워줬는데, 한한령(限韓令)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줄고,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니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신촌·이대 중대형 상가(연면적 330㎡ 초과 혹은 건물 층수 3층 이상) 공실률은 올해 1분기 13.3%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의 경우 1분기 10.3%, 2분기 10.5%, 3분기 12%, 4분기 10.7%였다.

오는 8월 완공 예정인 지상 10층 규모의 오피스텔 시공사 관계자는 “일대 상권 침체로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임대 수익이 감소한 건물주들이 상가를 내놨다”라며 “작은 규모의 상가를 사들여 상가 건물을 다시 지어봐야 수익성이 떨어지니, 매수자 입장에서는 임대 수익이 높은 오피스텔을 지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27일 오전 이화여대 인근 상가들의 문이 닫혀있다. 주변 상가건물은 오피스텔 신축을 위해 허물어지고 있다. /김송이 기자
 
27일 오전 이화여대 인근 상가들의 문이 닫혀있다. 주변 상가건물은 오피스텔 신축을 위해 허물어지고 있다. /김송이 기자

최근 지어지는 오피스텔들은 대부분 이화여대·연세대·서강대 등 인근 대학생들과 세브란스병원 등 인근 직장인들의 월세 수요를 노리고 있다. 전용면적 18㎡ 오피스텔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0만~75만원 정도다. 재작년과 지난해 80만원대를 웃도는 곳도 많았지만, 코로나 사태로 대학생 임대인이 빠지면서 잠시 조정을 받고 있다는 게 일선 공인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이화여대 인근 C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지난해엔 코로나로 대부분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공실률이 잠시 높아졌다”면서 “전용 18㎡ 오피스텔 월세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85만원까지 간 경우도 많았는데 월세를 내리니 세브란스, 광화문 등 주변 직장인들이 들어와 빈 방들은 금새 채워졌다”고 했다.

D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직장 새내기들이 주로 계약을 하는데, 이 곳이 학교 옆이라 익숙한 데다 회사와도 가까워서 좋다고 한다”면서 “2012년에 신촌 자이엘라(GS건설이 지은 오피스텔)가 들어올 때만 하더라도 학생들이 비싼 월세를 내고 저기에 살까, 다 채워질까 걱정했는데 지금은 자금력을 갖춘 직장인들이 속속 둥지로 삼으면서 세가 잘 나간다”고 했다.

실제로 신촌 일대에 들어서는 신축 오피스텔의 공실률은 계속된 공급에도 높지 않은 수준이라고 한다. 지난 1월 완공된 후 ‘선시공 후분양' 중인 48가구 규모의 오피스텔 관계자는 “시공사에서 전세로만 임대를 놓다보니 월세에 비해 공실률은 조금 높아 30% 수준”이라며 “대부분의 방들은 대학생과 인근 직장인들로 채워졌다. 그 비율은 6대 4 정도”라고 말했다.

지하철 2호선 이대역 인근 E 공인중개소 관계자도 “오피스텔 따라 공실률에 차이가 있지만 웬만한 곳은 전체 호실의 90% 이상 임차인들이 들어와 살고 있다”면서 “점차 대면 수업이 늘어나면서 대학생 임차인들도 다시 돌아오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분양업계에서는 저층 상가 건물 자리에 오피스텔이 들어서는 현상이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신축을 위해 5층 규모 상가 건물을 허물고 있는 한 오피스텔 건설사 관계자는 “5년 안에 저층 상가 건물들은 대부분 사라지고 그 자리에 오피스텔이 올라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라며 “지금은 코로나 사태로 대학생들이 빠졌지만 점점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 교수는 “홍대 등 주변 상권으로 ‘쏠림현상’이 나타나면서 이대는 코로나 사태와 한한령 이전 부터 침체되기 시작했다”며 “서울 시내 역세권이면서 주된 업무지구에서 가깝다는 장점이 있어 오피스텔 공급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수요가 몰리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사 안되니 오피스텔 지어요”… 골목마다 공사중인 이대앞 - 조선비즈 (chosun.com)

댓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