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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역 지하상가도 코로나19 여파에 양극화…”줄폐업이거나 프리미엄 붙거나

지난 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대유행으로 타격을 입은 서울 지하철역 지하상권의 경기가 쉽사리 회복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하상가의 공실률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16일 조선비즈가 서울교통공사를 통해 취재한 결과, 올해 3월 31일 기준 서울 지하철역 내 1600개 상가 중 공실은 391곳으로 조사됐다. 전체 공실률을 따지면 약 24.4%다. 서울 지하철역 지하상가 공실률 추이를 보면 ▲2019년 11.2%, ▲2020년 26.4%로, 올해 1분기 공실률이 작년 연말 대비 2% 해소된 데 그쳤다. 지난 해 코로나19 영향으로 급격히 늘어난 지하상가 공실 상황이 아직은 쉽사리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같은 서울 지하철역 내 지하상가 사이에서 입점 경쟁이 치열해 빈 가게가 하나도 없는 곳이 있는 반면, 빈 가게가 늘어나면서 그늘진 곳도 있다.

공실률이 가장 높은 역은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이었다. 어린이대공원역 지하상가의 경우 12곳 중 11곳이 공실로, 공실률이 91.7%에 달했다. 그 다음 ▲ 7호선 신대방삼거리역(75%), ▲ 7호선 청담역 70.6% ▲7호선 이수역 66.7% ▲7호선 군자역(64.3%)의 순으로 공실률이 높았다.

반대로 공실이 아예 없는 지하철역 지하상가도 있다. ▲2호선 건대입구역, ▲3호선 고속터미널역, ▲4호선 신용산역, ▲5호선 오목교▲5호선 강동역 ▲5호선 공덕역 ▲5호선 천호역 ▲5호선 김포공항역 ▲8호선 잠실역 등 9개 역사 지하상가는 공실률이 0%다.

서울 지하철 지하상가 가운데 가장 공실률이 높은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 지하상가(사진 왼쪽)와 공실이 없는 3호선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 /이신혜 인턴기자
 
서울 지하철 지하상가 가운데 가장 공실률이 높은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 지하상가(사진 왼쪽)와 공실이 없는 3호선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 /이신혜 인턴기자

공실률이 높은 지하철역 지하상가에서는 경영난을 호소하거나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에서 3년여 간 편의점을 운영 중인 정모(51)씨는 “이곳 상가에서 우리만 유일하게 문을 열고 있다”면서 “임대료 감면 지원을 받지 못했으면 가게 운영이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타격을 입은 상권 보호를 위해 임대료 50% 감면해주고 있다.

7호선 청담역에서 1년째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47)씨는“코로나 이전에는 하루에 100명 정도 가게에 들어왔고 임대료 걱정도 없었지만, 지금은 하루에 50명이 들어오는 수준”이라며 “재계약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지하상권의 경기 침체에 상가 임대차 계약 방식과 임대료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상인도 있었다. 서울 지하철 지하상가 계약 요건 상 5년 이상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

코로나 대유행 이전 다른 지하철역 지하상가에서 가게 한 곳을 운영하다 올해 2월부터 7호선 군자역 내 지하상가에서 호두과자점을 추가 운영하는 정모(24)씨는 “코로나로 가게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면서 “지금은 아르바이트생 인건비를 주기도 벅찬 상황인데 10년 계약을 맺은 탓에 ‘울며 겨자먹기'로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철역 지하상가 임대료가 날씨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유동인구가 많다는 이유로 일반 상가 임대료보다 훨씬 높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상가팀 관계자는 “지하철 지하상가는 기본 5년 계약이고 계약갱신을 통해 최대 10년 계약이 가능하다”면서 “법기준에 따라 계약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하철 지하상가가 일반 상가 대비 임대료가 비싸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지하철역 상가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라 시장 수요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면서 “임대료는 아무래도 유동인구가 많다는 지하철역의 장점이 좀 반영된 가격이라고 할 수 있으나, 단순히 비싸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반면 입점 경쟁이 치열해 암암리에 웃돈이 붙어 거래되는 지하상가도 있다. 지하철 3호선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가 대표적이다. 고속터미널역에서만 7년째 옷가게를 운영 중 김모(60)씨는 “코로나로 장사가 힘들어지긴 했지만 고속터미널역은 상가가 없어서 난리”라고 했다. 그는 “여기 상가는 권리금만 2억원에 달한다”면서 “서울시가 지하상가에 대해 웃돈(프리미엄)을 붙여 거래하는 것을 막고 있지만 암암리에 계약금보다 더 비싸게 세를 놓는 소위 ‘프리미엄 월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도 했다. 물론 코로나 타격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곳에서 6년째 옷가게를 운영 중인 구모(30)씨는 “코로나 이전에는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온 손님들 덕에 매출이 나왔는데, 지금은 그 때보다 매출이 70% 정도 줄었다”면서 “서울교통공사가 임대료를 감면해줘도 수입이 줄어 임대료 부담이 크다”고 했다.

이처럼 서울 지하철역 지하상권 안에서도 공실률 양극화가 나타난 데는 입지적 특성과 유동(소비)인구의 영향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하상가의 성패는 유동인구의 확보와 유동인구의 소비를 이끌어내는 게 핵심으로, 지하상가 바깥 지역 상권의 활기와 유흥문화 발달 정도가 지하 상가에도 밀접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공실률이 낮은 지하철역 상권을 보면 지상의 상권도 발달돼 지갑을 여는 젊은이들이 적극적으로 찾는 지역인 반면, 공실률이 높은 지하철역은 유동인구도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소비인구의 방문이 적은 지역들”이라고 분석했다.

지하상가의 공실 증가와 경기 침체는 서울교통공사로서도 손실이다. 송도호 서울시의회 의원에 따르면 작년 기준 서울 지하철 상가 공실로 발생한 예상 손실 규모 연 20억원 가량이다. 더구나 온라인 시장의 가파른 성장으로 오프라인 상권에 미치는 영향도 불가피해, 지하상가 활성화 및 공간 재구성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제언이다.

조현택 연구원은 “온라인 상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기존 지하상가들이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의류나 휴대폰 케이스판매점 등 특정 업종에 쏠려있는 측면이 있는데 각 지하상가별 핵심 유동인구나 연령층을 분석해 업종을 다변화하거나, 오랫동안 방치된 빈 공간에 대해서는 새롭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등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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