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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 “집도 사무실도 싫어”… 하이브리드 오피스 산업이 뜬다

  • 사무실임대,사옥이전

부동산 개발회사 SK디앤디의 함윤성(60) 대표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부터 본다. 본사가 아닌 거점 오피스의 자리를 미리 스마트폰으로 예약하기 위해서다. 사무실 출근과 사무실 밖 근무를 혼용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hybrid·혼합형) 근무 형태다. SK디앤디는 여기 사용한 기술과 경험을 아예 사업화하는 데도 뛰어들었다. 변화 중인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에 맞는 사무실을 구현하고, 그에 걸맞는 운영 노하우를 전수하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일러스트=김영석
 
/일러스트=김영석

재택근무의 보편화를 지나, 상황에 따라 재택과 사무실 출근을 선택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가 현실화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너무 답답해 사무실 출근은 하고 싶지만, 막상 매일 같은 자리로 출근하기는 싫은 직장인이 많기 때문이다. 줌(Zoom)이 전 세계 직장인 1500여명에게 설문 조사를 해보니 ‘사무실 복귀를 간절히 기대한다’는 직장인이 66%에 달하면서도, 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를 혼용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원한 사람이 또 65%였다. 이는 기업들에 새로운 사업 기회로 부상했다. 부동산과 IT(정보기술) 업계에서는 벌써 ‘하이브리드 오피스’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뜨겁다.

◇재도약하는 공유 오피스

이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은 공유 오피스 업계다. 공유 오피스란 건물의 큰 공간을 여러 개로 쪼개 기업이나 개인에게 빌려주는 사업을 말한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초기에는 이용률이 급감해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일부 기업이 코로나 팬데믹 대응책으로 공유 오피스를 빌려 쓰기 시작하면서 기사회생해 다시 붐비고 있다. 위워크(WeWork), 패스트파이브(Fast Five) 등 주요 공유 오피스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년 전보다 20~40% 늘었다. 외국계 IT 클라우드 회사의 한 부장급 직원은 “전체 직원의 20%만 회사로 출근할 수 있다 보니 요즘 회사로 출근하려면 대기표까지 뽑아야 한다”며 “집에서는 도저히 일할 수 없어 회사 지원을 받아 근처 공유 오피스 등을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공유 오피스 회사들은 건물 일부를 ‘하이브리드 오피스’로 쓸 수 있도록 한창 개조 중이다. 위워크는 이와 더불어 사무 공간과 회의실, 라운지 등을 하루나 시간 단위로 쪼개 빌려 쓸 수 있는 상품도 준비 중이다. 하이브리드 근무를 하는 직원들이 사무실이나 카페 대신 집중해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패스트파이브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개별 사무실 대신 공용 라운지만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1인 기업’ 혹은 직장인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중이다. 스파크플러스는 19개 지점의 지정석과 회의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최근 출시했다.

하이브리드 오피스 수요를 겨냥한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분산 오피스 스타트업인 ‘집무실(執務室)’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서울 정동과 석촌동 등에 독서실처럼 사무 공간을 꾸며 놓고 직장인들에게 업무 공간을 제공한다. SK디앤디가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오피스’는 직원들이 근무 형태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유석, 스탠딩석 등을 설치했다. 또 회의 예약 시스템, 안면 인식 출입 시스템 등을 회사 사정에 맞게 설치해준다. 이 회사는 현재 서울 관훈동 SK건설 사옥에 SK케미컬, SK가스 등 관계사 직원들이 쓸 스마트 오피스를 만들고 있고, 하반기에는 서울 신사동에도 추가로 거점 오피스를 만들 예정이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SK디앤디의 스마트 오피스에는 직원들이 각자 근무 형태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유석, 독실 형태의 좌석, 스탠딩석 등이 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SK디앤디의 스마트 오피스에는 직원들이 각자 근무 형태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유석, 독실 형태의 좌석, 스탠딩석 등이 있다.

◇빈 열차도 사무실로 개조

일본에서는 주택 규모가 작아 재택근무를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다. 이 때문에 각종 빈 공간을 사무실로 고쳐 쓰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지하철역 내 또는 빌딩 1층에 가로세로 각 2m 크기로 들어선 ‘박스 오피스’가 대표적이다.

후지제록스와 텔레큐브 등은 1인용 사무실에 대형 모니터를 완비해 화상회의에 쓸 수 있도록 했다. 자동차 회사인 닛산은 캠핑카를 사무실로 고쳐 제공하고 있다. 나리타 공항과 도쿄 도심을 잇는 나리타 익스프레스는 열차를 사무실처럼 개조해 빌려주고 있다. 해외여행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이용객이 줄자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방책이나, 의외로 이용자가 꽤 있다고 한다.

미국 부동산 정보회사 VTS에 따르면 올 1분기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의 사무실 신규 계약 면적은 작년 동기 대비 평균 10% 감소했다. 재택근무의 확산 때문이다. 미국 기업들은 대신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얼굴을 맞대는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을 찾아내려 고심하고 있다. 심지어 커피머신의 위치까지도 작업 능률의 변수로 연구할 정도로 사무실 내부 배치에 공을 들인다.

미국 뉴욕의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 ‘실버스타인 프로퍼티’는 이를 위해 직원들의 사무실 내 발자취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는 서비스를 내놨다. 직원들의 회의 평균 소요 시간, 각 회의 시간의 간격, 담소를 나누는 시간, 직원들의 밀집 장소 등을 추적해 분석한다. 그 결과를 토대로 회의실 등 사무 공간의 위치는 물론 가구, 사무용품, 화상회의 기계 등을 재배치한다.

직장인들 “집도 사무실도 싫어”… 하이브리드 오피스 산업이 뜬다 - 조선일보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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