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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부영 회장, 신세계家와 '영토 전쟁' 벌이나

'남산캐슬' 중심부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라길. 북쪽으로 그랜드하얏트 서울이 보이는 이 언덕길 중턱에는 빨간 벽돌집이 있다. 현관문의 화려한 금속 장식은 오랜 세월에 군데군데 녹슨 모습. 모던한 디자인의 인근 재벌가 저택들과 확연히 대비되는 이 집은 남산캐슬의 터줏대감 분위기를 풍긴다.
 

▲ 이중근 부영 회장의 남산캐슬 빨간벽돌집(한남동 73X-XX번지). 뒤로 그랜드하얏트 서울이 보인다. [탐사보도팀]


빨간 벽돌집 한남동 73X-XX번지(아래 [그림] 속 ①) 주인은 횡령과 탈세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이중근 부영 회장이다. 1941년생인 그는 공교롭게도 회장에 취임한 해인 1994년 5월 면적 765.3㎡(231평)인 이곳 부지를 매입했다. 매입가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상 2층, 지하 1층에 연면적 438.15㎡(132평)인 빨간 벽돌집은 1994년 12월 말 완공됐다. 건물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회장은 1995년 1월 중순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이 집으로 이사했다. 부영 법인등기부등본에도 이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퇴임한 지난해 9월까지 이 집이 주소지로 돼 있다. 회장에 오른 직후 마련한 한남동 자택에 25년 넘게 거주한 셈이다.

이중근 벽돌집값 99억…15년 동안 6배 상승

1983년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시작한 부영을 지난해 자산총액 23조 원, 재계서열 17위 대기업으로 키운 이 회장. 임대주택사업으로 자수성가한 그의 땅 보는 안목이 뛰어난 걸까. 한남동 일대 부동산 가격이 꾸준히 오르면서 이 회장 자택의 국토교통부 공시가격은 2005년 16억4000만 원에서 2020년 99억200만 원으로 15년 만에 6배가 됐다. 주택가격 공시제도는 2005년 처음 도입됐다.

 

▲ 서울 '남산캐슬' 이중근 부영 회장 소유 부동산 [그림 김상선]


이 회장의 남산캐슬 애정은 나날이 커졌다. 이 회장은 빨간 벽돌집과 맞붙은 양쪽 주택을 2011년과 2015년 연이어 사들였다. 매입가는 총 250억 원. 2015년 130억 원에 매입한 주택(한남동 73X-OO, 위 [그림] 속 ③)과 그 부속토지는 이 회장 자택 북동쪽에 위치해 있다. 지상 2층, 지하 1층에 연면적 413.16㎡(125평) 규모. 지난해 공시가는 110억3000만 원이다.

2011년 120억 원에 매입한 집(한남동 73X-△△, [그림] 속 ②)과 그 부속토지는 이 회장 자택 북서쪽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는 조만간 재건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말 철거 공사가 시작돼 지금은 집 형체가 사라진 이곳 주택은 지상 2층, 지하 1층에 연면적 325.86㎡(99평) 규모였다. 지난해 공시가는 85억3000만 원이었다.

 

▲ 지난 3월 말 철거 공사가 시작돼 건물 형체가 사라진 한남동 73X-△△번지 [탐사보도팀]


빨간 벽돌집 양쪽 주택 용도는 베일에 가려 있다. 이 회장의 자녀가 가족과 함께 거주할 가능성이 크다. 이 회장은 3남 1녀를 두고 있다. 이 회장의 차남 이성욱 천원종합개발 대표와 삼남 이성한 전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이곳에 거주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각 회사 및 건물 등기부등본을 종합하면 이성욱 대표는 대표적인 고가 아파트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에 세 들어 살고 있다. 이성한 전 대표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빌라를 매입해 거주하고 있다. 장남인 이성훈 부영주택 부사장과 막내딸인 이서정 부영주택 상무의 주소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이중근, 12년 전 신세계家와 신축 소송전 '판정승'

이 회장이 2011년 매입한 주택을 10년 만에 재건축하는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재계 일각에서 이웃 주민이자 이 일대에서 영역을 무섭게 확장 중인 신세계가(家)와의 자존심 싸움일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측은 12년 전 이 일대 주택 신축을 두고 소송전까지 벌인 바 있다. 당시의 앙금이 여전히 남아 있을 개연성이 짙다.

12년 전 소송전을 요약하면 이렇다. 이중근 회장의 빨간 벽돌집 남동쪽에 위치한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소유 부지에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 주택을 새로 짓는 공사를 2008년 10월 시작했다. 그러자 이중근 회장은 조망권 침해를 이유로 2009년 7월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 및 건축허가취소 소송을 진행했다. 서울서부지법은 건축허가취소 소송 판결 확정시까지 공사를 중지하라고 결정했다. 이명희 회장이 새 주택을 지상 2층이 아닌 1층까지만 올리겠다고 한발 물러서면서 양측 갈등은 일단락됐다. 이중근 회장의 판정승이었다.

 

▲ 이중근 부영 회장과 신세계가(家)의 건축물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삼거리. 왼쪽 빨간벽돌집은 이중근 회장, 오른쪽 공사장 토지는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소유다. 12년 전에 가운데 멀리 보이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주택 건설 과정에서 이중근 회장이 신세계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탐사보도팀]


공교롭게도 이 소송전 이후 이중근 회장과 신세계가는 경쟁적으로 남산캐슬 내 영역을 넓혀나갔다. 신세계가는 2009년 이 소송에 휘말린 이후 2012년과 2013년, 2018년, 2020년 인근 주택 총 4채를 연달아 사들였다.

이명희 회장은 기존에 갖고 있던 주택을 2014년 헐고 재건축을 거쳐 2017년 새 저택을 지었다. 여기에 더해 2018년과 2020년 각각 매입한 정유경 사장 소유 부지에 새 주택을 올릴 예정이다. 기존 주택은 지난해 이미 철거했다. 심지어 이중 한 곳은 이중근 회장의 빨간 벽돌집 대문 바로 맞은 편이다. 앞서 언급했듯 이중근 회장도 2011년과 2015년 주택 두 채를 매입하며 영역을 넓혀나갔다. 하지만 지금은 신세계가 저택에 둘러싸인 형국이다.

이중근 부영 회장, 신세계家와 '영토 전쟁' 벌이나 (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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