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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첫 출근지’ 현대차 원효로사옥 개발 탄력 받나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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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서울 용산구 소재 원효로사옥 부지에 48층 높이의 호텔 및 업무시설 등을 조성하겠다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계획이 이행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자체의 만류로 답보상태였던 해당 부지개발이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19일 재계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원효로 4가 118-16번지 일대 용산구 산호아파트 재건축사업 특별건축구역 건축계획안이 지난 15일 개최된 제6차 서울시 건축위원회서 통과됐다. 1977년 4월 준공된 산호아파트는 12층규모 6개동, 554세대 규모다. 심의를 통과한 계획안이 시행되면 지하 3층 최고 35층, 8개동 647세대로 개편된다.

현대차 원효로사옥은 산호아파트와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뒀다. 본관은 현대엠엔소프트 본사로 사용됐다. 최근 현대엠엔소프트가 현대오토에 합병되면서 법인은 소멸했지만 직원들은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의 한강 북부지역 거점 서비스센터였던 원효서비스센터가 일산으로 이전한 이후 대다수 부지는 현재 비어있다.

2018년 현대차가 후원하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제로원’의 행사가 한 차례 개최되고, 지난달 아이오닉5의 실물을 처음 공개한 행사장으로 활용된 것 외에 사실 상 방치됐지만 그룹 내 상징성은 큰 곳이다.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의 첫 출근지이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1970년 현대차 서울사업소 부품과 과장으로 부임했는데, 당시 근무지가 원효로였다. 

한 때 현대차그룹 통합사옥 GBC 건립이 추진되던 곳이다. 당시 현대차는 서울 성동구 뚝섬부지에 GBC를 추진했으나 각종 규제에 발이 묶였다. 이후 ‘W프로젝트’란 이름의 TF를 구성하고 원효로에 통합사옥 건립을 추진했다. 2014년 한전으로부터 현재 GBC부지를 10조5000억원에 사들이며 W프로젝트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원효로사옥이 재차 관심을 얻은 것은 2017년이다. 그해 1월 서비스센터가 일산으로 이전을 마치면서 유휴지가 된 뒤, 현대엔지니어링이 용산구청에 이곳을 지구단위계획 구역으로 지정해달라는 제안서를 제출했다. 최고 48층 높이의 호텔 및 업무시설 등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된 이곳을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해 용적률 420%로 확대해 줄 것을 요구했다.

용산구는 긍정적이었다. 성장현 구청장도 “용산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며 의욕을 보이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사업은 추진되지 않았다. 종상향은 고사하고 현재까지 지구단위계획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과 용산구청의 전언을 종합하면 당시 서울시가 난색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용산구에서는 국제업무지구 등과의 연계개발 가능성과 서울시의 대규모 광역개발 계획에 포함될 가능성 등을 시사하며 현대엔지니어링 측에 사업보류를 통보했다.

당시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박원순 전 시장이 한강변 아파트를 35층으로 일률적으로 제한했던 영향이 컸다”면서 “현대엔지니어링 계획은 아파트와는 무관하지만, 허가할 경우 주변 재개발·재건축 단지들이 동요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문제시 됐다”고 귀띔했다. 또 “도심·강남·여의도 등을 서울의 3대 축으로 개발하겠다는 박 시장의 구상이 나온 이후였기 때문에, 도심과 여의도를 잇는 길목이라는 점도 보류의 원인이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부지뿐 아니라 원효로 일대 재개발사업도 비슷한 이유로 상당기간 답보상태였다. 산호아파트 외에도 1971년 지어진 풍전아파트, 재난위험시설(D등급)로 지정된 이촌동 중산아파트, 원효로 3·4가 등 원효대교 북단 인근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구역·단지 별 사정은 있었지만 연계개발 가능성 역시 각 지역의 재개발·재건축이 추진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산호아파트 재건축 건축계획이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서, 이웃한 현대차 원효로사옥 개발이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보류판정 이후 현재까지 현대차그룹과 관련 지자체가 원효로사옥 부지와 관련한 논의는 전무했다고 전해진다. 다만 일대의 개발이 속도를 낼 경우 그룹 내부에서도 원효로 개발 방향성을 논의할 것이라 부동산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업성을 이유로 원효로사옥과 산호아파트의 통합개발을 점치고 있다. 현 계획안대로 재개발될 경우 기존 554세대와 임대 73세대를 제외한 일반분양은 20세대에 불과하다. 복수의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대형건설사가 참여할 수준은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산호아파트 인근 부동산업자들도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등이 원효로사옥 부지와의 통합개발을 전제로 한 참여가 아니라면 대형 건설사들이 참여는 불가할 전망이다”고 지적했다.

정 명예회장의 첫 출근지라는 상징성 있는 부지가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할지는 전적으로 정의선 회장에 달렸다는 해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실권을 잡으면서 현대차그룹은 실용성 중심으로 변모하는 모습이다”면서 “국내 최고층 건축물이 될 GBC 층고를 낮춰 상징보단 실용에 무게를 둔 의사결정을 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부친의 첫 출근지라는 의미를 정 회장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여부에 따라 개발 방향성도 설정되지 않겠느냐”며 “다만 실용성 측면에서 봤을 때 서울 한복판 요지라 할 수 있는 원효로 부지를 현행과 같이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한편,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건립 중인 GBC를 상업적으로만 활용하고 원효로사옥부지에 별도의 통합사옥을 마련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최종 백지화 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몽구 첫 출근지’ 현대차 원효로사옥 개발 탄력 받나 - 시사저널e - 온라인 저널리즘의 미래 (sisajourna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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