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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도 소유에서 공유로” 한 지붕 아홉 교회

16일 찾은 경기 김포시의 한 상가 건물 7층에는 특이한 이정표가 있다. 작은 십자가가 어우러진 ‘Co-Worship station(코워십 스테이션)’이라는 알쏭달쏭한 글자다. 아래에는 시간 표시와 함께 주향교회, 더사랑교회, 하늘백성교회, 시와사랑이있는교회, 또오고싶은교회, 샘솟는교회 등 무려 9개 교회의 이름이 나온다.
온라인 사역이 중심인 주향교회를 빼면 나머지 8개 교회는 같은 공간에서 1시간 반 간격으로 주일(일요일) 예배를 올린다. 코워십 스테이션은 기차가 시간에 맞춰 잇달아 출발하듯 한 공간에서 교회들의 예배가 이어진다는 플랫폼의 의미다.
개신교계에서 2, 3개 교회가 한 공간을 나누는 사례는 있었지만 ‘한 지붕 아홉 가족’은 이례적이다. 소속 교단도 7개나 된다. 7층은 예배당이고 6층은 전시와 소모임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돼 있다.

‘교회 공유’의 씨앗을 뿌린 김포명성교회 김학범 목사(60)와 스테이션에 입주한 시와사랑이있는교회 박경철 목사(59), 샘솟는교회 안남기 목사(53)를 만났다.

1999년 김포명성교회를 개척한 김 목사는 교회를 매각한 뒤 지난해 그 재원으로 교회 공유를 담당하는 선교단체 ‘어시스트 미션’을 설립했다.

“세상은 빠르게 공유로 바뀌고 있는데 교회만 자기 것을 고집하며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이곳은 작은 교회들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플랫폼이자 인큐베이터가 될 것이다.”(김 목사)

이들의 동행 실험은 대형 교회 건축으로 상징되는 한국 교회의 성장주의에 대한 깊은 반성이 깔려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이른바 ‘작은 교회’의 어려움이 더욱 커졌다는 시기적 요인도 더해졌다.

지난해 4월 부활절 예배로 본격화한 이곳은 ‘르호봇’으로, 12월 인근에서 또 다른 6개 교회가 입주한 공간은 ‘엔학고레’로 불린다. 명칭은 성경에 나오는 우물이다. 입주 교회들은 임차료 10만 원과 최소한의 관리비만을 부담한다.

시와사랑이있는교회 박 목사는 17년간 목회를 하다가 포기하고 2년간 가정 예배를 올렸다. 그는 “적지 않은 기간 목회를 하면서 ‘내 교회 한번 키워보자’는 욕심이 컸던 것 같다”며 “현재 신자는 많지 않지만 선교의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에게 신앙을 전할 수 있는 사역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샘솟는교회 안 목사는 20년간 군종목사로 활동했다. 그는 “유튜브 설교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며 “이곳 교회를 베이스캠프로 해서 전국 군 부대를 대상으로 선교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종을 쳤는데 곳곳에서 그 소리가 울려 감격스럽다는 게 김 목사의 자평이다. 르호봇은 비교적 경력이 많은 목회자들이 재기하고, 엔학고레는 기업으로 치면 스타트업에 가까운 30, 40대 젊은 목회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두 곳을 합치면 9개 교단 15개 교회가 입주해 있어 “다양한 교단에 진보와 보수 성향 교회들이 골고루 있어 교회 일치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공간의 공유뿐 아니라 한국 교회에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싶다는 게 이들의 말이다. 김 목사는 “우리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없다”며 “교회의 건축과 공간 유지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서 온라인과 특정 대상을 중심으로 선교를 강화하는 ‘강소형’ 교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작은 교회의 경우 교회 운영과 생활을 위해 다른 부업을 하는 목회자들도 적지 않다”며 “교회 유지를 위해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면 목회자들이 더욱 열심히 목회할 수 있다”고 했다

예배당도 소유에서 공유로” 한 지붕 아홉 교회 (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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