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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혀둔 기업 부동산, 돈 굴리는 방법 여기 있소

두산이 올 1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새로 지은 '분당두산타워'. 지하 7층~지상 27층 규모로 두산,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 주요 계열사가 입주했다. 두산은 총 사업비 약 7000억원을 리츠로 조달해 사옥 건설 비용을 아꼈다. /두산
 
두산이 올 1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새로 지은 '분당두산타워'. 지하 7층~지상 27층 규모로 두산,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 주요 계열사가 입주했다. 두산은 총 사업비 약 7000억원을 리츠로 조달해 사옥 건설 비용을 아꼈다. /두산

“기업이 보유 부동산 가치가 오르는 걸 그냥 지켜만 보는 건 큰 손해입니다. 부동산 가치가 오르면 오를수록 그 자금을 묶어 두면서 생기는 기회비용도 커지기 때문이죠.”

최근 몇 년 새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기업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기업이 보유한 사옥 등 부동산은 전통적으로 영업 활동과 관련없는 비영업 자산에 속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보유 부동산을 얼마나 영업활동에 잘 활용하느냐가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고 있다. 서광덕<사진> 삼정KPMG 상무는 “기업 보유 부동산 개발의 핵심 목표는 ‘부동산 자산 가치 증대’가 아니라 ‘부동산을 통한 기업 가치 극대화’가 돼야 한다”고 했다.

2004년부터 부동산 매입매각·개발자문 등 컨설팅 업무를 맡고 있는 서 상무는 국내 주요 대기업 부동산 투자관리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오는 5월7일 땅집고가 주최하는 ‘기업 보유 부동산 개발 실전과정’ 강의에서 ‘기업의 부동산 개발할 것이냐, 팔 것이냐’란 주제로 강연한다.

◇“불필요한 부동산은 매각하거나 유동화하라”

기업 보유 부동산을 영업 활동에 활용하는 대표적 방식이 유동화다. 부동산에 막대한 자금을 묶어두는 대신 이를 활용해 실탄(현금)을 확보하고, 신사업 개발 등에 투자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것.

서 상무는 SK그룹의 서울 종로구 서린동 사옥 매각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SK는 2005년 본사 사옥을 ‘매각 후 임대(세일앤리스백·Sale & Lease Back)’ 방식으로 유동화해 현금 4400억원을 확보했다. 메릴린치-신한은행 컨소시엄에 사옥을 팔고 일정 기간 임차한 뒤 향후 다시 살 수 있는 권리를 갖는 방식이었다. SK는 사원들이 먼 곳으로 이전할 필요 없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면서 사옥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다른 분야에 투자할 수 있었다.

현재 이 빌딩은 1조원대까지 오른 것으로 추산된다. 그렇다면 SK는 수천억원대 빌딩 시세 차익을 손해본 것 아닐까. 서 상무는 “SK는 연간 영업이익만 수조원을 올리는데, 이런 성과는 결국 투자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투자 기회를 포기하고 빌딩 자산 가치 상승만 바라보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손해가 아니냐”고 했다. 그는 “우선매입권을 활용해 다시 건물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부동산 시세 차익은 영업이익 넘기 어려워

서 상무는 “최근 대기업들은 사옥을 자산으로 한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를 설립해 사업비를 조달하고 있는데, 이 역시 유동화 전략 중 하나”라고 했다. 두산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새로 지은 ‘분당두산타워’ 사업비 약 7000억원을 리츠로 조달했다. 투자자로부터 현금을 조달해 사옥 건설 비용을 절감한 셈이다. 신한리츠운용은 신한생명이 본사로 쓰는 서울 중구 장교동 ‘신한엘타워’를 2798억원에 사들여 이 빌딩을 ‘신한케이제1호리츠’를 통해 운용하고 있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도 영업에 활용하지 않는 불필요한 자산은 적절한 시기에 처분하거나 유동화할 필요가 있다. 오너가 보유한 땅 주변에 운이 좋으면 개발 호재가 집중되면서 상당한 시세차익을 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정상적인 회사라면 부동산 시세 차익이 투자에서 발생하는 영업이익 증가를 넘어서기 어렵다. 서 상무는 “기업이 과도하게 부동산에 투자하면 부채 비율이 높아져 재무제표가 나빠질 수 있다”면서 “비사업용 토지는 양도소득세가 20%포인트 중과세되는데다 장기보유 특별공제도 받지 못해 세금 부담마저 크다”고 했다.

부동산 개발을 위한 매입 시점과 이를 현금화하는 매각 시점을 잘 잡는 것은 부동산 개발업체뿐 아니라 자산 유동화를 계획하는 일반 회사에도 중요한 대목이다. 예컨대 골프장의 경우 5년 전만 해도 평균 매매가격이 홀당 50억원 미만이었는데, 최근 100억원으로 배 가까이 치솟았다. 최근 가치가 뛰고 있는 대표적 부동산으로는 물류센터와 데이터센터가 꼽힌다. 서 상무는 “기업 보유 부동산 개발의 핵심은 입지 변화를 이해해 적절한 시기에 매각하는 것”이라며 “시장 흐름을 파악하고 매각 사이클을 이해해 적절한 타이밍을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묵혀둔 기업 부동산, 돈 굴리는 방법 여기 있소” - 조선일보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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