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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장으로, 영화관으로···家치를 재설계하다





싱글남 직장인 염창선 씨는 집에서 다양한 취미를 즐기는 홈루덴스족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늦은 저녁에 만나기가 어려워져 가장 안전한 공간인 집에서 모이는 경우가 많아지자 염 씨는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라는 판단으로 수백만 원을 들여 고급 홈시어터를 사들였다. 친구 2~3명이 대형 화면으로 공연장에 가기 어려워진 뮤지컬이나 오페라를 보기도 하고 각자 평소 즐기는 유튜브 영상을 공유하며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염 씨는 “친구들을 집에 몇 번 초대하다 보니 갈수록 놀기 좋은 유희 공간으로 꾸미려고 노력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며 “혼자 있을 때는 유튜브로 뉴질랜드나 뉴욕 영상을 틀어놓고 여행하는 듯한 대리 만족도 누린다”고 귀띔했다.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스타일링이 나를 꾸미는 것에서 홈큐레이션으로 옮겨가고 있다. ‘나 이렇게 하고 다녀’에서 ‘나 이렇게 살아’로 바뀌어가면서 집도 보여주기 위한 ‘플렉스’ 수단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동안 패션이나 자동차 등이 드러내 놓고 자신의 캐릭터를 상징하는 ‘본캐’였다면 집은 숨겨진 또 다른 나를 표현하는 ‘부캐’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외부 활동이 제한된 요즘 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내 집에서 ‘집순이’ ‘집돌이’의 삶을 시작한 이들은 집을 ‘홈트’ 공간으로, 홈시어터를 통해 게임·영화·음악 등을 즐기는 레저 공간으로, ‘먹방’을 찍는 파인다이닝 공간으로 큐레이션한다.

최근의 TV 콘텐츠는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한다. 먹방 위주였던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혼자 산다’ ‘구해줘 홈즈’ ‘바꿔줘 홈즈’ ‘신박한 정리’ 등 집·인테리어 등과 관련한 콘텐츠가 생겨나며 홈큐레이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홈, 자랑하고 싶은 ‘노출 공간’…버킷플레이스 되다=집으로 ‘개취(개인 취향)’ 드러내기 열풍이 불면서 프라이빗한 공간은 염 씨의 경우처럼 갈수록 오픈되고 있다. 강난희 까사미아 대리는 “젊은 층 사이에서는 나의 취향을 반영해 나를 보여주는 수단으로 집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다”며 “집을 찍어 노출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고 전했다. 그는 “30대 중반의 결혼한 친구들은 지금 열심히 집 꾸미기를 하고 있다”며 “‘오늘의집’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꾸미고 사는지 보는 것이 취미라는 싱글 친구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에는 1,000만 장의 집 사진이 공개돼 있다. 잡지에서나 셀럽들의 연출된 집 사진을 볼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일면식도 없는 이웃의 집을 들여다보며 우리 집 꾸미기의 영감을 얻는다. 영상 집들이를 자발적으로 만들어 올리고 자연스럽게 인테리어 관련 팁을 공유하며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소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사진에서 원하는 제품이 보이면 바로 태그 버튼을 눌러 제품 정보를 확인한 뒤 구입할 수도 있다.

◇집, 어디까지 왔니=잦은 재택근무와 주말 등 여가 시간에도 ‘집콕’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은 자연스럽게 멀티 공간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일하기 좋은 홈오피스 공간을 만드는 것은 물론 자연에 대한 갈증으로 집을 자연 공간과 비슷하게 꾸미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독일 프리미엄 하이엔드 모듈가구로 상승가를 달리는 보쎄. 모듈가구는 마음대로 조립해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서 사용해 나만의 홈 스타일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부각돼 요즘 리빙 트렌드의 정점을 찍고 있다. 협소한 공간에도 작은 모듈 가구 하나로 엄청난 수납력을 과시, 홈 큐레이션의 포인트 소품으로 인기다. /사진제공=보쎄


 

디자인과 실용성, 포인트 등을 모두 갖춰 리빙 열풍 시대에 상종가를 달리고 있는 모듈가구 보쎄가 모던하면서 실용적인 감수성의 베드룸을 제안했다. /사진제공=보쎄


 

거실에 자연을 들여 놓아 숲 속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한 플랜테리어 사례.



재택근무가 안착되면서 이제는 가성비보다 디자인과 기능을 앞세운 프리미엄 홈오피스 가구가 인기다. 현대리바트의 홈퍼니싱 브랜드 웨스트엘름과 포터리반의 경우 홈오피스 관련 상품군의 온라인 매출이 올 1·4분기에 전년보다 300% 가까이 늘었다. 대리석 북엔드나 원목 미니 서랍 등 고급 소품의 매출은 지난 2019년 대비 7배 가까이 성장했다.

자연 방식으로 공기를 정화하는 ‘스마트 그린월’로 숲을 연출하는 플랜테리어도 최근 크게 부상했다. 핀란드 기술 기반의 나아바코리아 측은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해 까사리빙과 협업하고 “숲으로 나가지 않아도 소파에 앉아 숲의 공기를 즐길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남규 대표는 “최근에는 한 가정에서 방마다 그린월을 총 5개나 설치한 곳도 있을 정도로 자연을 홈인테리어로 활용하려는 집이 늘었다”며 “디자인 관점에서 초록 공간뿐 아니라 공기 정화라는 무형 가치까지 원하는 수요가 늘어 당초 타깃이 아니었던 홈 수요가 팬데믹 이후 2배가량 성장했다”고 전했다.

 

회사원 염창선씨가 홈시어터를 장착해 집을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꾸민 사례.



집은 이미 놀이 공간으로 변신했다. 올 1·4분기 롯데하이마트의 홈시어터 및 1인 미디어 관련 품목 매출은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75인치 이상 TV 40%, 사운드바 80%, 웹카메라 405%, 마이크는 45%나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말에는 지인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기도 하고 평일 저녁에는 조용한 서재로 변신하는 복합 취미 공간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한샘은 파티룸이자 취미룸인 멀티룸을 제안했다. 한쪽에는 새로 출시된 다이닝장을 배치해 홈파티에 필요한 와인잔이나 그릇 등을 수납할 수 있고, 중간에는 6인용 대형 식탁을 배치해 파티가 가능하며, 상부에는 펜던트등을 설치해 파티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또 평일에는 혼자서 책을 읽거나 오피스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외식이 늘어 부엌의 조리 공간이 점점 작아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식당·카페 영업시간 단축으로 가족과 식사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넓은 부엌과 다이닝 공간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샘 측은 “간편식과 배달 음식 덕분에 메인 부엌이 콤팩트해지는 반면 아일랜드를 확장하거나 식탁을 대형화하는 것 등이 눈에 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덩달아 식기류 매출도 급증했다. 1~3월 롯데백화점의 테이블웨어상품군 매출이 전년보다 41.3% 늘어난 가운데 로얄코펜하겐과 웨지우드가 각각 124.4%, 89.2%씩 성장했다. 특히 로얄코펜하겐에서도 최상위 라인인 ‘플루플레인(한식 16피스, 207만 5,000원)’ 등은 전년보다 184%나 신장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로얄코펜하겐 한식기는 지난해 1~3월 매출이 1.5배 오른 데 이어 올해는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한국 시장의 큰 성장세로 로얄코펜하겐은 신규 컬렉션을 오는 5월 한국에서 세계 처음으로 공개한다.

◇명품 가방 대신 ‘이색 소품’ 찾는 홈루덴스족=“이제 샤넬·루이비통·구찌 가방 든다고 그의 구매력에 놀라워하는 시대는 아니잖아요. 하지만 집을 방문하거나 집 사진을 보고 독특한 그림이나 러그 등 찾기 힘든 소품을 발견하면 거기에 더 눈이 가더라고요(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서현정 이사).”

자연스럽게 온라인에서 가구나 리빙 소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까사미아가 지난해 7월 론칭한 전문 온라인 플랫폼 ‘굳닷컴’ 매출을 분석한 결과 1·4분기 까사미아 온라인몰의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00%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굳닷컴 매출 데이터를 살펴보면 가구 매출이 70% 증가한 반면 소품류는 320% 이상 늘었다. 상대적으로 예산이 적게 들면서 유니크하고 차별화된 소품으로 집안 분위기를 바꾸려는 젊은 층의 소비 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우드 또는 라탄 소재를 사용한 트렌디한 느낌의 책상·협탁 등이 많이 팔렸으며 까사미아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캄포 소파가 소파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오늘의집 큐레이터는 “조명은 작지만 빛이 넓은 곳에 비치고 이불이나 커튼은 차지하는 영역이 넓기 때문에 가장 적은 비용으로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이라며 “포스터·액자 등으로도 집의 분위기를 색다르게 바꿀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아기자기한 수납 소품으로 작은 공간의 활용도를 높인 사례./사진제공=이케아


 

프리미엄 식기 로얄 코펜하겐의 한식기로 스타일링한 다이닝룸. /사진제공=로얄 코펜하겐.



홈데코,아트 소품, 아기자기한 식기 등 홈스타일링에 꽂힌 30~40대 여성을 타깃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셀프 인테리어 소품으로 각광 받는 브랜드를 한데 모은 곳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구매 대행으로 이미 ‘패피’들에게 유명한 노르딕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아르켓’은 8일 가로수길에 아시아 최초로 플래그십 매장을 열고 미니멀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자연친화적 소재인 면·리넨·라탄·흙·도자기·유리 등을 사용한 홈데코 상품들을 선보였다.

파티장으로, 영화관으로…家치를 재설계하다 (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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