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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으로 집값 산정·매매·임대·대출·결제까지… ‘프롭테크’가 온다

  • 오피스빌딩

미국에선 요즘 집을 파는 일이 빠르고 쉬워졌다. ‘오픈도어(Opendoor)’ 같은 부동산 중개앱에 매물 등록만 하면 이 업체가 집값을 자동으로 산정해 바로 매입까지 해준다. 원하는 날짜에 전액 현금으로 집값을 받을 수 있고, 각종 서류 작업 부담도 없다. 이른바 ‘프롭테크(Proptech)’다. 프롭테크는 부동산(property)에 기술(technology)을 합친 말이다. 인터넷이나 앱으로 부동산 매물 정보를 제공하는 데서 한 발 더 나가, 부동산 감정과 매매, 임대, 대출, 에스크로(안심결제)까지 부동산과 관련된 온갖 문제를 온라인에서 원스톱(one-stop)으로 처리해 준다. 중개사무소를 통할 때 생기는 시간과 비용 손실을 줄이고, 좀 더 투명하게 부동산을 거래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 이후 글로벌 주택 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프롭테크도 빠르게 세를 불려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프롭테크 투자액은 2011년 1억8000만달러(약 203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72억달러(약 8조1220억원)로 10년 새 40배가 됐다. 삼성증권 이경자 연구원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가 주요 주택 구매 계층으로 부상하며 미국 주택시장은 이미 온라인으로 대(大)전환 중”이라며 “한국에서도 단순한 검색·중개를 넘어 프롭테크가 건물 임대나 개발 등 전통적인 부동산 시장 전반에 침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감정·매매·대출까지 ‘원스톱’

프롭테크의 확산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아파트처럼 정형화된 구조의 주택이 많은 한국과 달리, 미국은 개성 넘치는 단독주택의 비중이 높다. 이 때문에 집을 매매할 때 적정 가격을 산출하기가 쉽지 않다. 매매가격을 정하고 협상하는 데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프롭테크 업계 1위인 질로(Zillow)는 이런 불편을 줄이기 위해 ‘제스티메이트(Zestimate)’라는 자체 주택 감정 시스템을 개발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주택별로 적정 매매가와 임대료, 중개 수수료 등을 산정하고 가격 추이 데이터까지 제공한다. 현재 미국 전체 주택의 97%에 해당하는 1억3500만호의 정보가 질로의 데이터베이스에 들어있다.

질로에선 주택 가격뿐만 아니라 주택 내·외부 사진, 주택담보대출 상환 추정액, 학군 정보(인근 학교 평점)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방문자의 검색 기록을 분석해 적합한 매물도 추천해 준다. 질로는 2018년 ‘모기지 렌더 오브 아메리카(MloA)’라는 모기지 대부업체를 인수해 직접 주택담보대출도 시작했다. 자사 대출 외에 수십 개 기관의 대출 조건을 비교해준다. 앱 하나로 주택 매매를 위한 거의 모든 일처리가 가능한 셈이다.

신종 코로나로 직접 집을 방문하기 힘들어지자, 질로에서 이른바 ‘온라인 3차원(3D) 홈투어’를 하는 사람들이 폭증했다. 이 서비스의 인기가 폭발하면서 질로닷컴을 자주 방문하는 사람을 ‘질로 스크롤러(Zillow Scroller)’라고 부르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지난해 질로 방문자 수는 96억명으로 2019년보다 19% 늘었다.

◇부동산 즉석 매입, 판매까지

프롭테크는 최근 부동산 직접 매입과 판매 사업에까지 영역을 넓혔다. 이른바 ‘아이바잉(iBuyer)’ 서비스다. ‘아이(i)’는 ‘즉석(instant)’에서 따온 것으로, 부동산을 곧장 사준다는 뜻이다. 프롭테크 업체가 주택 판매자로부터 직접 주택을 매입한 뒤, 내부 수리 등을 거쳐 다시 매각 또는 임대해 수익을 낸다.

전통적인 거래 방식으로 집을 팔면 평균 3개월 이상이 걸리지만, 아이바이어를 이용하면 1~2주 내에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 집주인이 프롭테크 업체에 매물을 등록하면 업체가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가격을 산정, 24시간 내에 적정 가격을 제시한다. 집주인이 이 가격을 수락하면 조사원이 나와 주택 정보가 정확한지 확인하고, 문제가 없으면 거래가 완료된다. 거래 수수료는 집값의 7~10%로 오프라인 중개료(5.5%)보다 비싸다. 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전액 현금을 받고 집을 팔 수 있어 선호도가 높다.

아이바이어 서비스는 2014년 ‘오픈도어(Opendoor)’란 스타트업이 시작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가 2018년 4억달러를 투자해 화제가 된 업체다. 오픈도어가 거래한 주택은 2017년 3172호에서 2019년 1만8799호로 2년 만에 6배가 됐다. 지난해 12월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통해 나스닥에 상장했다.

아이바이어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질로나 레드핀(Redfin) 등 기존 프롭테크 업체들도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했다. 시티그룹의 니컬러스 존스 연구원은 “아이바이어 서비스는 부동산 시장의 전통적 규범을 파괴, 더 확실하고 통제 가능한 거래 방식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앱으로 집값 산정·매매·임대·대출·결제까지… ‘프롭테크’가 온다 - 조선일보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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