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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이 천국' 연희동 골목…알고보니 설계자가 있었다

김종석 쿠움건축 대표 [자료 제공 = 쿠움건축]
사진설명김종석 쿠움건축 대표 [자료 제공 = 쿠움건축]

"반짝 유행하는 인테리어 트렌드만 좇아서는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들기 쉽지 않습니다. 거리의 풍경이 되는 건축물이 달라져야 점진적으로 동네가 변하고, 지속적으로 사람이 찾는 지역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을 건축가들이 활발하게 뛸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공공디자인 설계 공급정책이 필요합니다" (김종석 쿠움파트너스 대표)
 

쿠움건축의 손을 거치며 1층과 2층의 심리적 접근감을 줄어든 건축물 전경 [이축복 기자]
사진설명쿠움건축의 손을 거치며 1층과 2층의 심리적 접근감을 줄어든 건축물 전경 [이축복 기자]

5층 이하 건물들이 늘어서 걷기 좋은 `휴먼 스케일` 마을 연희동. 번잡한 홍대입구역 인근과 대비되는 이른바 `뚜벅이 천국`으로 꼽히는 곳이다. 연희동 일대는 용도지역상 제1종 전용주거지역과 제1종 일반주거지역이 주를 이루다보니 자연스레 나지막한 건물 위주 마을로 아직 남아있다.

도심이든 근교지역이든 고밀·고층개발을 위해 용도지역을 상향변경하려는 움직임이 대세인 시대에 김대표와 그 이웃들 생각은 조금 다르다. 개발 압력으로 연희동 고유의 정취가 사라지고 서울의 특색없는 일부분으로 전락하거나 임대료 인상 등 여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다분한 것을 우려한다.

 


김종석 대표는 1988년 연희동에 상경해 전파사를 운영하다 2002년부터 건축과 본격 인연을 쌓게 됐다. 낡고 오래된 주택을 개조하고 보강해 건물주에게 새 주거와 독특한 임대공간을 만들어내는 일이었다. 쓸모없이 넓기만 했던 낡은 집이, 새 집으로 둔갑하면서 수익도 내는 공간이 된 것이다. 이웃들 의뢰가 이어지며 연희동은 어느덧 그의 손을 거쳐 변했다. 그가 연희·연남·합정동 일대 신축 및 증·개축과 함께 컨설팅한 건물만 100여채에 달한다.

그의 대표적 전략은 반지하와 외부계단을 활용해 심리적 접근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통상 상가건물 임대료는 1층이 가장 높고 지하는 비선호 공간으로 꼽힌다. 김 대표는 대지 높이가 도로보다 현저히 높다는 지형적 특성을 활용해 기존 지하공간을 개방하고 기존 건물과 새로운 건물 동선을 외부계단으로 이어냈다. 이런 방식으로 작은 건물 여럿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듯한 독특한 느낌을 자아내고 방문객들도 기꺼이 올라가고 싶게끔 호기심을 자극했다.

 

김종석 쿠움파트너스 대표
사진설명김종석 쿠움파트너스 대표

그는 `마을기업` 개념을 적용해 민간 주도 도시재생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그는 이웃의 건물 리모델링을 지원하는 동시에 건물 운영권을 10년간 넘겨받아 임대수익으로 공사비를 충당했다. 이 공사비는 또다른 주민에게 전액 투자받았다. 기획설계 및 건축디자인과 시공, 운영을 하나로 엮은 것이다. 이 건물의 운영권은 곧 원래 주인에게 돌아갈 예정이다. 이웃간 탄탄한 신뢰관계 덕분이다.

그는 건물주-임차인-방문객으로 이어지는 마을상권의 경제주체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지속가능한 마을도 가능하다고 본다. 김 대표는 "당장의 높은 임대료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마을 전체가 빈 곳 없는 만실(滿室)의 지속성이다"라며 "인근 이웃에게도 임대료를 올리지 말자 제안하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최근 전국적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골목길 재생사업을 두고 "건축디자인 뿐 아니라 정확한 기획설계를 통해 경제적으로도 성공해야 지속가능한 마을이 된다"고 말했다. 일부 골목길 재생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한다며, 각 지역 특성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도입하면 디자인적으로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결국 경제적으로도 실패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형 골목길 재생사업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2018년 연남동·용답동 등 10개소에서 골목길 재생사업을 진행하는 한편 지난해 자치구 공모사업지로 21곳을 선정받아 골목길 재생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건물 소유주 중에도 설계 비용만 제대로 지원받으면 공공 제안에 참여할 곳이 많다"며 "정부에서 제대로 상권분석을 해 디자인 제안까지 판을 본격 깔아줘야 한다"고 했다.

유럽도시의 거리처럼 화강암 소재인 사고석 등을 활용하면 유지·보수 및 미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도 내놨다. 김 대표는 "공공에서 골목길 재생을 많이 하는데 지속성이 있는 재료는 아니다"라며 "지속성과 디자인을 동시에 갖추면 상권 활성화와 주민 만족감이 높아져 지금보다 수십 배는 더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김대표가 참여하고 제안한 골목길 활성화사업에 연남동 세모길 재생사업이 있다. 경의선 숲길과 경의중앙선 철길이 교차되면서 만들어진 연남동 끝자락에 위치한 삼각형 형태의 필지군. 김대표는 이 지역 주민들과 마을공동체를 구성해 낡고 허름한 저층 건물들에 낮은 임대료로 작고 예쁜 상점들을 들일 것을 제안했다. 집들 사이사이 있던 담장들을 모두 없애 수많은 골목길을 연결하자는 아이디어도 냈다. 이른바 `담장없는 거리 프로젝트`이다. 이를 통해 세모길 내부 골목길은 모세혈관처럼 연결됐고, 이 길의 아주 깊숙한 곳에 위치한 상점들까지 인파가 북적이는 명소가 되고 있다.


김 대표는 "길은 몸 속 혈관과 같아서 서로 연결되고 뚫려있을 때 길에 면한 모든 건물이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전략들로 세모길은 이전보다 활성화됐고 지난해 서울시에서 골목길 재생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대표는 "정부의 정책과 지원이 조금더 각 지역 여건에 맞게 현실적으로 고려되어야 각 지역의 정체성이 녹아있는 진정한 의미의 도시재생이 될수 있다"고 말했다.

 

`뚜벅이 천국` 연희동 골목…알고보니 설계자가 있었다 - 매일경제 (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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