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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ㆍ명품만 불티나게 팔린다

코로나19로 ‘플렉스(flex)’ 소비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다. 플렉스는 큰돈을 쓰거나 명품 등을 구입하며 부를 과시하는 소비 행태를 뜻한다. 소비를 자기 표현으로 생각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큰손이다. 집과 결혼을 포기하는 대신 명품, 가전, 수입차 등 고가 품목을 무섭게 쓸어 담으면서 내수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장기화로 소비가 전반적으로 위축됐지만, MZ 세대를 중심으로 오히려 고가 제품들의 판매는 부쩍 늘어나고 있다.

백화점 3사의 지난해 총매출은 전년보다 9.8% 감소했지만, 명품 매출은 오히려 15.1% 늘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오프라인을 찾는 방문객이 줄면서 다른 상품 판매는 크게 부진했지만, 해외 명품은 잇단 가격 인상에도 불티나게 팔린 것이다. 특히 백화점 3사 명품 매출 중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육박했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고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제공]



올해 들어서도 명품의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최근 백화점 3사가 매주 집계하는 주말 매출 상위권에 항상 명품이 이름을 올렸다. 명품관 앞에는 백화점 개점 전부터 몰려온 손님들로 ‘오픈런’ 대란이란 진풍경까지 펼쳐지고 있다. 오픈런이란 백화점 앞에서 개장을 기다렸다가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매장으로 달려가는 것을 말한다. 샤넬의 경우 새벽 6시부터 줄을 서서 백화점 문이 열리는 오전 10시까지 4시간을 기다려도 재고가 부족해 원하는 제품을 얻기가 쉽지 않을 만큼 인기가 뜨겁다.

고가 수입차도 수요 급증으로 없어서 못 파는 실정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에 1억원 이상 고가 수입차는 8257대 팔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880대)에 비해 69.2% 늘어난 수치다. 이 중 1억5000만원 이상의 수입차는 1850대 팔리며 지난해보다 47.2% 더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전 시장에서도 프리미엄 열풍이 거세다. 이른바 명품 가전으로 불리는 삼성전자 ‘비스포크’는 2019년 첫 출시 이후 다양한 가전제품으로 확장하며 지난해까지 누적 출하량 100만대를 돌파했다.

TV 시장에서도 ‘거거익선(巨巨益善)’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억대’ 고가 제품이 시장을 주도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이 주력으로 하는 QLED와 OLED 등 프리미엄 TV의 올해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최대 60%까지 늘면서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KB증권은 “LCD TV보다 화질, 디자인 등의 차별화가 부각되고, 제품 라인업이 88, 77형 등 대형부터 48형, 55형 등 중소형으로 확대되면서 LG전자의 OLED TV 판매도 작년보다 2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이에 따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지갑사정이 팍팍해진 사람들이 늘어난 가운데 MZ세대의 ‘보복성 소비’가 소비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여행길이 막혀 목돈이 굳으면서 생긴 금전적인 여유로 평소에 사기 어려웠던 명품을 사들이는 젊은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목돈을 털어 800만원대 명품 가방을 산 은모(31)씨는 “지난해 가을에 유럽여행을 길게 계획했었는데 코로나19로 포기했다”며 “당분간 해외여행이 힘들 것 같다는 판단 아래, 그 돈으로 평소 가지고 싶었던 가방을 사게 됐다”고 말했다.

또 집값 상승으로 결혼과 집을 포기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난 것도 플렉스 소비의 원인으로 꼽힌다.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당장 즐거움에 투자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직장인 정모(33)씨는 취업 후 6년 동안 모은 돈에다 할부까지 해서 외제차를 구입했다. 정씨는 “터무니없이 비싼 집값 때문에 결혼과 집을 포기하고 나니 크게 목돈이 들어갈 일이 없어졌다”며 “즐길 수 있을 때 즐기자는 생각으로 나를 위한 소비에 더 투자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e대한경제 (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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