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파트에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

요즘 아파트에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생겨나는 이유는?

"도저히 버티기가 힘들어서 원래 운영하던 코인 노래방을 폐업하고 아이스크림 가게를 열었습니다. 생각보다 도난으로 인한 손실액이 적고, 있다고 해도 최저임금보다 싸다고 생각하면 크게 불안하지는 않습니다."

23일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한 아파트 상가. 지난달까지 야채 가게가 있던 자리에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들어섰다. 가게 간판은 아이스크림 가게였지만, 매대에는 아이스크림 외에도 과자, 라면, 음료 등 다양한 식료품이 진열돼 있었다. 직원이 계산대를 지키는 대신, 고객이 직접 키오스크에서 바코드를 찍고 결제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23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의 한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 /최상현 기자

최근 아파트 상가 등 주거밀집지역을 중심으로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 창업 붐이 일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체인 픽미픽미아이스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맹점이 빠르게 늘어 550곳을 돌파했다"면서 "CCTV를 통해 원격으로 매장을 모니터링하고, 매장청소·상품입고·정산 등 업주가 직접 해야할 일은 하루 30분~1시간 정도면 끝나 투잡 목적으로 창업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다른 아이스크림 할인점도 창립 1년만에 가맹점이 500곳에 육박하고 있다.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급격히 확산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먼저 ‘상가 내 동종업종 금지’ 규약을 피해갈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상가에 이미 입점해있는 편의점이나 수퍼마켓 등은 매장을 인수하는 방식이 아니면 신규 출점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업종이 겹치지 않는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많아 출점이 쉽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는 술과 담배, 간편식, 생활용품 등만 제외하면 취급 품목 상당수가 편의점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두 번째는 도난 사고로 인한 기회비용이 인건비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것이다. 일반 편의점에서 매일 16시간씩 아르바이트 근로자를 고용한다고 할 때, 최저임금 8720원에 주휴수당까지 합산하면 시간당 1만원 정도의 임금이 지출된다. 하루에 16만원, 한달이면 480만원이 인건비로 나가는 셈이다. 10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아무리 많이 훔쳐간다고 해도 ‘새발의 피’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이커머스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진 오프라인 소매업은 점차 무인 매장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풍토상 도난 사고가 많지 않다는 점도 무인화를 부추기는 유인"이라고 했다. 서 교수는 "특히 아이스크림은 보존 기간이 길어 무인 매장에 적합한 상품"이라면서 "앞으로는 소매점 뿐만 아니라 식당·카페 등에도 무인화 바람이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무인 창업 대세였던 코인노래방과 독서실 등이 코로나19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는 점도 있다. 특히 코인노래방은 지난해 거의 영업을 하지 못해 고사한 업체가 많고, 지금도 까다로운 방역 지침 때문에 손님이 줄고 수익성도 떨어진 상황이다. 출입명단 작성과 마스크 상시 착용 등의 방역 지침을 위반하면 벌금과 영업정지 등에 처해지는데, 이를 막기 위해 직원을 상시 고용하면 인건비 부담이 더해지는 이중고다. 이 때문에 ‘방역 리스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다른 무인 창업으로 전환하는 업주가 많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가 권리금과 임대료가 하락하면서 소자본 창업의 문턱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로 폐업하는 업체가 늘면서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도매 및 소매업’ 상가 권리금 존재 비율은 43.6%로 전년(56.7%) 대비 13.1%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권리금 수준도 4464만원에서 4092만원으로 하락했다. 전국 소규모 상가 평균 임대료는 지난해 4분기 1만9600원으로 전년 동기(2만300원) 대비 3.5%가량 낮아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인건비가 들지 않는다고 해서 섣불

리 무인 창업에 뛰어들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인건비 외에도 임대료나 판매관리비, 가맹비 등 다양한 부대비용이 들어가는데, 기대했던 것만큼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 손실을 볼 수도 있다"면서 "특히 무인 소매점은 상권 분석을 할때 인근 매장 뿐만 아니라 쿠팡 등의 온라인 쇼핑몰도 경쟁 상대가 된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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