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block chain)은 물류 공급사슬 내 창고 상황과 물품 배송 이력 등 각종 정보를 가감 없이 정확하게 실시간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거래 과정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높일 수 있다. 바로 이런 특성이 코로나19 시대에 블록체인이 주목받는 이유다.
블록체인 기술은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할 때 원인을 신속하게 파악해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런 특성은 콜드체인 물류에 특히 필요한 기능으로 콜드체인 물류업체는 운송 과정에 이상이 감지되면 전체 운송 경로의 온도를 측정, 이상 경로를 확인한 뒤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 식품공급사슬(Food Chain) 개념도(출처: www.foodlogistics.com) 첨단 블록체인 기술은 글로벌 공급사슬에서 발생하는 각종 정보를 정확하게 실시간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쓰이기 때문에 월마트와 네슬레 등 거대 유통·식품업체들이 관련 서비스를 주도적으로 내놓고 있다.
블록체인 서비스를 도입한 대표적인 유통·식품업체로는 미국 월마트(Walmart), 스위스 네슬레(Nestle), 프랑스 까르푸(Carrefour) 등을 들 수 있다. 월마트는 청과물 공급업체가 소비자에게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전달하는 각 과정 단계마다 원산지·배치번호·공장·운송 등 이력 정보를 블록체인에 상세하게 기록, 유통 과정을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관리하고 있다.
월마트는 이를 통해 상한 냉동 망고를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이전에는 1주일이 넘었으나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이후 2.2초로 단축할 수 있었다. 네슬레는 식품 공급사슬 추적 플랫폼인 IBM 푸드 트러스트(IBM Food Trust)에 합류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자연기금(World Wide Fund forNature, WWF)의 블록체인 플랫폼 ‘오픈 SC’로 식품 이력을 추적하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까르푸는 가금류 공급사슬에 도입한 블록체인 기술을 우유 및 치즈 공급사슬로확대·적용하고 있다. 또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으로 물품 이력을 추적할 뿐 아니라 제조공정 및 레시피 정보에도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들과 생산자들이 모인 협동조합에서도 콜드체인 물류망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미국 전역 2,000여 슈퍼마켓에 식료품을 공급하고 있는 미국 최대 생산자 협동조합인 Topco Associates는 미국 물류업체Envisible사가 마스터 카드 기술로 구축한 풀체인 플랫폼을 이용해 육류·농산물·해산물 원산지 추적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스위스 최대 슈퍼마켓 체인점이자 스위스를 대표하는 협동조합 Migros는 독일 기술업체 Te-Food 사가 구축한 블록체인 기반‘farm-to-table’ 솔루션을 도입하고 6,000여 기업 고객에 하루 40여만 건의 농산물 추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Migros에 납품하는 청과물 공급업체들은 블록체인 식품 이력 추적 시스템에서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plication ProgrammingInterface, API)’를 통해 데이터를 입력하고 있다.
글로벌 식품·유통업체, ‘IBM 푸드 트러스트’ 플랫폼 도입 붐
글로벌 식품·유통업체들이 식품 추적성을 확보, 거래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즐겨 찾는 것이 블록체인 기반의 ‘IBM 푸드 트러스트(Food Trust)’ 플랫폼이다. IBM 푸드 트러스트는 블록체인 기술로 식품 거래 또는 이와 관련된 상호작용에 대한 디지털 기록을 만든다. 이를 통해 식품이 생산에서부터 소비자에 전달될 때까지 공급사슬 전 과정의 가시성을 높임과 동시에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IBM 푸드 트러스트에서는 데이터가 업데이트되더라도 원 데이터는 그대로 보존된다. 또한, 분산형 플랫폼을 통해 △공급사슬 프로세스 최적화, △신선도 유지, △식품 안전 개선 및 비용 최소화를 이룰 수 있다.
IBM 푸드트러스트의 최대 장점은 최종 소비자와 농부 같은 공급사슬 구성원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데 있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식품에 부착된 QR 코드를 스캔하면, 플랫폼에 저장된 사용 재료·제조일·제조장소·포장 날짜·운송 기간 등 식품 이력을 추적할 수 있다. IBM 푸드 트러스트는 거래의 투명성을 강화해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면서 기업의 수익성도 높이는 상생 효과를 창출한다.
프랑스의 식품 대기업 에이브릴 그룹(Avril Group)은 지난해 2월 주력 제품인 식물성 기름과 달걀을 중심으로식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공급사슬 전 과정의 추적성을 확보하기 위해 IBM 푸드 트러스트 플랫폼을 도입했다..
에이브릴은 소비자가 IBM 푸드 트러스트를 통해 공급사슬 데이터에 접근해 현재 위치와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면서 식품 안전성 제고와 품질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미국 월마트는 IBM 푸드 트러스트를 다양한 공급망 관리 프로그램에 사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도에서 수입되는 해산물 이력 추적에도 활용하고 있다. 또한 리콜된 식품을 식별해 표시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 구축을 위해 IBM과 협업을 시작했다.
프랑스 까르푸(Carrefour)사는 IBM과 협업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추적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육류, 우유, 과일류를 대상으로운영 중이다. 까르푸는 IBM 푸드 트러스트를 2022년까지전 세계 매장으로 확장할 계획이며, 주문자 상표부착 생산(OEM) 제품 추적에 초점을 맞춘 시스템 통합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스위스 네슬레사는 자사 제품이 소비자에게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게 IBM 푸드 트러스트를 도입했다.
월마트 캐나다, 블록체인으로 3PL ‘송장 분쟁’ 격감
블록체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곳이 있다. 월마트 캐나다(Walmart Canada)는 블록체인 기술 플랫폼으로 배송 추적과 결제 관리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인 결과, 3PL 업체와의 송장 분쟁(invoice dispute)을 무려 97%나 줄이는 효과를 얻고 있다.
월마트 캐나다는 공급사슬 개선 정책의 하나로 캐나다 기술업체 DLT 랩스(DLTLabs)와 협력해 분산원장기술(Distributed LedgerTechnology)을 도입한 후 이를 이용해 배송 위치를 추적하고, 거래를 인증하며, 결제와 정산을 자동화해 수개월 만에 이런 성과를 거둔 것이다. 월마트 캐나다 플랫폼은 일반 물류기업의 레거시 시스템과 연계를 할 수 있고, 모든 공급사슬과 물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관리·동기화할 수 있다.
특히, 월마트 캐나다와 3PL 간의 데이터를 공유 원장에 통합하기 때문에 부정과 오류 발생 가능성이 원천 배제되는 완전한 투명성을 실현할 수 있다. 월마트 캐나다 플랫폼은 월마트 캐나다 블록체인 플랫폼은 웹 포털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접속할 수 있다.
美 FDA, 라스트마일 블록체인 모바일 앱 ‘브루인체인’ 출시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2021년부터는 의약·바이오 산업 콜드체인의 중요성이 더욱 주목받을 것이다.
연장선상에서 블록체인은 이런 콜드체인 트렌드의 중심에 설 전망이다.화이자(Pfizer), 아메리소스버겐(Amerisource Bergen), 월그린(Walgreens), 페덱스(FedEx) 등 의약품 제조와 유통, 택배 업체들은 미국 식품의약청(FDA)에 의약품 추적을 위한 공급사슬 블록체인 시스템 구축을 꾸준히 촉구했다. 불법 의약품 유통을 막고 의약품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블록체인 기반의 공급사슬 시스템 구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FDA는 업계의 의견을 수용해 지난해 초 기술 플랫폼 업체 레저도메인(LedgerDomain)에 의뢰해 실제 환자에게 의약품이 전달되도록 설계된 라스트마일 블록체인 모바일 앱 ‘브루인체인(BRUINchain)’을 출시했다. 브루인체인은 유효기간 확인, 바코드 검증, 변질 여부 파악, 이중 계산 및 부정 거래 방지 등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관련 정보를 소비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미국 의회는 의약품 공급사슬을 개선해 위변조 제품의 거래를 근절하고 의료 안정성을 강화한다는 목표 아래 의약품공급사슬보안법(DSCSA: Drug Supply Chain Security Act)을 제정했다.
여기에 전자 의약품 추적 시스템 개발이 포함돼 있다. FDA는 전자 의약품 추적 시스템 구축을 위해 오는 2023년까지 모든 포장 단위에 일련번호가 기록된 ‘GS1 데이터매트릭스(GSI Datamatrix)’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DSCSA에 따라 미국 약국들은 2023년부터 자체적으로 제조약 추적·검증이 의무화된다.
블록체인 모바일 앱을 개발한 레저도메인은 미국 제약산업이 공급사슬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연 1억 8,000만 달러를 절감할 수 있으며, 재고 관리 효율 개선까지 더해지면 연 3억 5,000만 달러 추가 절감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디지털 전환이 뉴노멀이 된 시대… ‘선제적 물류(Preemptive Logistics)’ 중요성 더욱 부각
물류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2021년부터의 대세 트렌드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세부적인 트렌드 텍스트로 꼽히는 게 ‘선제적 물류(Preemptive Logistics)’로, 앞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선제적 물류는 디지털 전환으로 소비자 수요를 예측해 서비스를 계획하고 적시에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웨덴의 에릭슨(Ericsson)사는 지난해 9월 미국·독일·스웨덴·중국 등 주요국 물류 전문가 1,9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현재 글로벌 물류산업에서는 디지털 전환이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80%는 물류 정보 공유 시스템 구축이 향후 3~5년 내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전체의 20%는 이미 AI와 데이터 분석 관련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40%는 디지털 전환을 저해하는 주요 걸림돌로 정보추적 및 물류 프로세스 가시화 시스템의 구축 미흡, 모바일 연결의 불완전성을 꼽았다. 또, 응답자의 33%는 공급사슬 참여자 사이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않아 물류 서비스 혁신이 저해 받는다고 대답했다.
에릭슨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6%가 향후 3~5년 내 선제적 물류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시스템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술로는 물류 자산 추적과 무선통신(각각 73%), 수송 수단 전기화(69%), 블록체인(66%), AI(65%) 등을 지적했다(복수 응답).
에릭슨은 선제적 물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①전통적 운영, ②프로세스 연결을 통한 가시성 확보, ③정보 공유를 통한 투명성 확보, ④프로세스 최적화로 효율성 제고, ⑤예측력에 바탕을 둔 서비스 창출이라는 5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선제적 물류 시스템이 도입되더라도 물류창고와 온라인 풀필먼트 센터의 중요성은 여전할 것으로 예측됐다. 경쟁 기업이라도 물류 정보와 자원을 공유하는 협력적 시스템 구축을 통해 더 유연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선제적 물류 달성을 위한 필수 단계 (출처: Ericsson, Pre-emptive Logistics report (July 2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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