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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회생?…1000억 날린 '11년 흉물' 창동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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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11년째 공사가 중단된 서울 도봉구 창동민자역사 현장. /전현희 기자

[땅집고] 지난 3일 서울 도봉구 지하철 1호선 창동역. 2번 출구로 나와 지상 3~4층 건물이 밀집한 상가와 이마트를 지나니 녹슨 철제 펜스가 보였다. 기존 창동역 상부에 지상 10층 복합상업시설을 짓는다는 계획으로 2001년부터 추진한 ‘창동민자역사’ 현장이다. 하지만 2010년 이후 11년째 공사는 중단됐다. 빛바랜 간판 너머로는 수풀이 우거져 있었다. 공사 현장 내부에는 근로자 한 명이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서울 동북부 최고의 랜드마크 쇼핑몰을 꿈꿨던 창동민자역사가 흉물로 방치된 지 11년째를 맞아 회생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의류도매업체인 디오트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난 것. 디오트 측이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이 오는 4월 승인되면 2~3개월 내 공사 재개가 가능하다. 그러나 디오트 측이 3000억대가 넘는 사업비 조달이 가능할지 등 변수가 있어 사업 재개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땅집고] 창동민자역사 공사현장 내부에는 수풀이 우거져 있다. /전현희 기자

■ 횡령 비리로 1000억원 날아가…피해자만 1000여 명 달해

창동민자역사 개발 사업은 2001년부터 추진됐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민간이 공동 출자한 창동민자역사㈜가 노후한 창동역사를 지하 2층~지상 10층, 연면적 8만7025㎡ 규모 복합시설로 현대화하는 사업이다. 노후한 역사를 현대식으로 바꾸고 그 위에는 다양한 상업시설을 넣어 지역 명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아이파크몰 등이 들어서 운영 중인 용산 민자역사와 비슷한 방식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개발이 끝나면 KTX 창동역과 연계한 복합환승센터와 함께 서울 북부 교통·상권·문화 중심지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땅집고] 민자역사공사 중단으로 지하철 1호선 창동역 플랫폼에는 스크린 도어조차 설치되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다. /전현희 기자

하지만 이런 기대와 달리 2010년 11월 공정률 27.57%에서 공사가 멈췄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처음에는 순풍에 돛을 단 듯한 모습이었다. 2007년 효성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고, 계열사였던 효성캐피탈로부터 280억원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도 받았다. 분양 역시 순조로웠다. 2007~2009년간 수분양자 1000여명으로부터 분양대금만 760억원을 받았다. 공사비로 1000억원이 넘는 돈을 확보한 것이다.

하지만 이 돈은 정작 공사에는 쓰이지 않았다. ㈜창동역사 일부 임직원들이 공사비로 사용해야 할 분양대금을 대부분 횡령해 구속된 것. 게다가 창동역사㈜는 지급보증까지 잘못 서며 치명타를 맞았다. 당시 창동역사㈜ 지분 67.29%를 보유한 서초엔터프라이즈의 대주주가 ‘디엔케이하우징’에 서초엔터프라이즈 지분 100%를 61억5000만원에 매각했다. 디엔케이하우징은 다시 2008년 서초엔터프라이즈 지분 100%를 블루센트럴스테이션에 310억원에 팔았다. 이때 블루센트럴스테이션은 인수대금 310억원을 한화자산운용으로부터 조달했는데, 창동역사㈜가 블루센트럴스테이션이 인수금을 갚지 못할 때 대신 갚아주겠다고 보증을 섰던 것이 화근이 됐다. 블루센트럴스테이션은 만기일이었던 2011년 2월까지 310억원을 갚지 못했고 한화자산운용은 보증을 선 창동역사㈜에 돈을 갚으라고 했지만 이미 돈이 바닥난 상황에서 보증채무를 이행하지 못해 부도가 났다.

 
[땅집고] 창동민자역사 공사 현장에 붙어있는 안내판. 코레일이 투자해 안정성이 높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전현희 기자

이 때문에 효성건설은 공사비 200억여원을 받지 못해 유치권 행사에 들어갔다. 고수익을 기대하며 상가를 분양받았던 수분양자 1000여명은 원금을 한푼도 건지지 못한 채 11년째 속앓이만 하고 있다.

■ 3번째 인수희망자 등장…사업비 조달 가능할까

창동민자역사가 살아날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동안 두 번이나 매각작업을 진행해 새로운 주인을 찾는 듯했다. 하지만 막판에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기면서 모두 무산됐다.

다행히 최근 세번째 시도한 매각 작업에서 새 인수희망자가 나타나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동대문 의류도매업체인 디오트가 주인공이다. 디오트측은 그동안 최대 난관이던 수분양자들의 분양대금 채권 문제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준 창동역사㈜ 관리인은 “디오트가 제시한 인수 희망가격이 1100억원에 달한다”면서 “수분양자 등에게 갚을 우선변제채권액(약 900억원)을 넘는 금액인데다 이미 계약금 110억원도 지불했다”고 했다. 그는 “지난 2월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이 4월 중 통과된다면 2~3개월 안으로 공사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땅집고] 창동민자역사 공사 현장에 붙어있는 공사개요 안내표지. /전현희 기자

하지만 디오트 측이 인수대금은 차치하고라도 향후 공사 재개에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는 3000억~4000억대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디오트 측이 수익성 증대를 위해 용적률을 현재 120%에서 400%까지 대폭 올려달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서울시가 아직 허가하지 않고 있다.

■“입지 잠재력은 높아…업종 구성이 성공 관건”

전문가들은 창동민자역사가 입지가 좋고 주변 개발 호재도 많아 사업이 살아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실제로 창동역 앞 창동환승주차장 부지에는 ‘창업 및 문화산업단지’가 2022년 12월 준공 예정이며, 향후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C 노선이 창동역을 지날 예정이다. 복합문화시설 ‘서울아레나’도 올해 말쯤 착공한다.

 
[땅집고] 창동역 일대에 추진 중인 주요 개발 사업. /전현희 기자

김영갑 한양사이버대교수는 “창동역 인근은 처음 사업을 시작한 2001년보다 거주민이 급증하고 교통 인프라도 개선돼 입지 여건이 더 좋아졌다”며 “창동민자역사가 완공됐을 때 주변 복합문화시설이나 교통망과 연계되면 서울 동북부 인구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유동인구를 흡수하는 중심상권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요즘은 워낙 민자역사가 많아진 데다 특색있는 상권을 찾아가는 형태로 소비 성향이 바뀌면서 유동인구가 많다고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손님이 찾아올 수 있게 할 수 있는 개발 콘셉트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성공한 민자역사인 영등포역·수원역·용산역처럼 대기업이 총대를 매고 하나의 콘셉트를 잡아 복합쇼핑몰 점포를 구성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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