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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은 ‘변신’ 중…다기능 공간으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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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업은 국제 관광이 중단되면서 최악의 타격을 입고 있다. 유엔(UN) 데이터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에 아시아ㆍ태평양지역의 방문객 수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2%나 줄었다. 호텔조사기관인 STR에 따르면, 2019년 12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이 지역 호텔의 사용 가능 객실당 수입(RevPAR) 감소폭은 싱가포르 70.6%, 인천ㆍ서울 71.0%, 상하이 58.8%, 북경 64.0%, 시드니 78.3%, 도쿄 88.7%, 홍콩 58.8% 등으로 나타났다.

호텔은 국내외 시장에서 부실자산 매물로 나오고 있지만 시장마다 잠재 고객 여부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다. 도시부동산연구단체인 ULI에 따르면 중국 호텔업은 절반 정도 정상화된 경제 덕분에 그나마 회복되었다. 싱가포르도 정부 검역과 위기관리 정책 덕에 작년 상반기 객실 점유률을 75%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글로벌 부동산서비스 기업 CBRE 자료). 중국, 일본, 대만 같이 부유한 국내 관광객이 많은 시장은 외국인 여행 손실을 일부나마 흡수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 여행자 수요에 크게 의존하던 아시아 신흥 시장은 상황이 매우 힘들다. 백신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종식된다 하더라도, 이 지역 관광은 조기에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 힘들어 보인다.

세계 각국의 호텔들은 국내 관광객으로 손실을 일부 보전하고 있으나, 코로나19 이전 해외 관광객과 비즈니스 여행자를 합한 수준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그만큼 호텔 자산은 과잉 재고문제에 직면해 있어 다른 용도로의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도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수요대비 객실이 과잉공급된 상태였다. 등록된 객실 수가 2007년 5만7158실에서 2018년 15만3379실로 2.7배 늘었다. 그러나 연 숙박객 수는 2012년 3798만 명에서 2017년 4477만 명으로 1.18배 증가에 그쳤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과잉공급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위기가 더해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지역여행 규제가 해제돼도, 고급형 비즈니스 여행은 코로나19 이전보다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ULI가 아시아 태평양지역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수준 정도로 여행한다는 응답이 13%, 코로나19 이전 수준보다 여행을 덜 한다는 응답이 24%, 중요한 업무만 협의하기 위한 여행 53%, 화상회의 위주로 하고 여행계획이 없는 경우가 10% 등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국제 관광은 예전 모델에서 변화된 새로운 모습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대형호텔 체인도 해외여행이 줄어들면서, 작년 매출이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메리어트는 작년 3월 전 세계 직원의 3분의 2를 감축했고, 힐튼도 인원을 22%나 줄였다. 호텔업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저성장 하던 상태라, 코로나19가 끝나도 예전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국내 특급호텔도 작년에 해외 입국자가 급감하면서 적자가 났다. 호텔신라는 연결기준 작년 영업손실이 1853억 원 적자다. 다만 제주 신라호텔 매출은 206억 원으로 전년대비 14.4% 증가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제주 고급 호텔로 신혼 여행객 등이 선회한 효과 때문이다. 호텔롯데와 신세계조선호텔, GS리테일 계열의 인터컨티넨탈, 한화 더플라자 등 대기업 계열 호텔들도 처지는 마찬가지다. 작년에는 중소형 호텔들이 무너졌지만 올해엔 중대형급 호텔들까지 문 닫을 위기다. 강남 최초의 5성급 호텔인 쉐라톤 팔래스호텔은 올 1월 문을 닫았다.

국내 빅3 여행사도 모두 적자로 영업이 거의 멈춘 상태다. 하나투어는 작년 10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기존 오프라인 패키지 사업, 여행·면세·호텔 전반을 정리하고, 플랫폼 중심의 여행사로 변신을 추진 중이다. 모두투어나 노랑풍선도 영업을 쉬고 있다. 작년에만 여행사 918곳이 문을 닫았다.

그러나 변화를 위한 도전이 실행되고 있다. 호텔 투자자들은 리노베이션이나 철거를 통해 문 닫은 호텔의 용도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도 과잉공급된 비즈니스호텔을 일부 용도전환하고 있다. 도쿄 도심의 일부 호텔은 데이터 센터까지 계획하고 있다.

노인 주택이나 주거용 같은 공동주택으로 호텔을 전환하는 사업이 큰 흐름이 되고 있다. 호텔은 주거용으로 전환하기 위해 배관과 난방 등을 갖춘 매력적인 자산이다. 2~3성급 호텔의 경우 공동의 거주와 업무 공간으로 전환되고 있다.

국내도 건설사를 중심으로 서울 시내의 일부 호텔을 인수해 고급 주거용으로 전환 중이다. 현대건설은 강남구 르메르디앙호텔, 이태원 크라운호텔 등을 인수하여 아파트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용도전환 사업을 위해 투자자들은 호텔가격의 하락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매물로 나온 호텔들은 여전히 호텔 수입모델을 토대로 가격을 내놓기에 아직은 가격이 그대로다.

지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에어비앤비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 압도적 대세다. 공간을 대여하는 오프라인 호텔의 적자 상황과는 반대다. 호텔 체인 1위인 에어비앤비는 각국의 국내 여행이 늘면서 작년 3분기에 흑자전환을 하고 12월에 상장해 시가총액이 1000억 달러를 넘었다. 고객은 이미 수억 명이 넘었고, 220개 국가 10만 개 도시에서 수백만 명의 호스트가 활동하고 있다.

호텔을 대신하여 차박(차+숙박) 경험을 제공하는 캠핑카 공유가 인기다. 미국 아웃도어시(Outdoorsy)가 이 분야 글로벌 1위다. 올 1월까지 누적 거래액이 1조1000억 원, 플랫폼 누적 예약 일수 320만 일, 가입 회원 수 3700만 명을 넘었다. 전 세계 14개국 4만8000개 도시에 캠핑카 20만 대를 확보했다.

예약 건수는 작년 4월~10월 사이에 46배나 증가했다. 한국도 작년부터 공유 업체 캠버를 시작으로 캠핑카 제작사 다온티앤티, 수입사 코센모빌리티 등이 참여하고 있다. 캠핑카등록 대수(국토교통부 자료 기준)는 작년 3월 2만 대로 2011년보다 19배, 캠핑 인구는 60만에서 600만 명으로 늘었다.

호텔업은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다른 차원의 개념이 진입하면서, 새로운 경쟁에 버거워하고 있다. 그래서 코로나19로 공급과잉이던 호텔 일부가 다른 용도로 전환하는 현상은 오히려 수요변화 적응 측면에서 다행이다. 이를 계기로 이제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시대 변화를 예측하고 순응하는 탄력적 공간사용이 필요한 때다.

주간한국:[최민성의 도시 부동산 이야기] 호텔은 ‘변신’ 중…다기능 공간으로 ‘진화’ (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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