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뉴스
“이런 것 까지 구독을?”…일본의 이색 구독 서비스 현황
- 주거부터 관광지까지… ‘경험’을 판매하는 서비스 활성화
이른바 ‘경험을 사는 시대’가 왔다. 물건으로부터 오는 물질적 풍요보다 새로운 경험으로 얻는 정신적 풍요를 중시하는 사회적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액에 다양한 경험을 소비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의 경우, 아침에 세탁물을 집 앞에 놓으면 퇴근 전까지 세탁물을 가져다주는 ‘런드리 고(Laundry Go)’ 같은 세탁 서비스부터, 원하는 자동차를 월 단위로 변경하면서 구독할 수 있는 현대자동차의 ‘현대 셀렉션(Hyundai Selection)’까지 그 경험의 범위는 날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입과 고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색다른 경험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구독 경제 모델이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4200억달러(약 487조원) 규모였던 구독경제 시장이 2020년엔 5300억달러(약 61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옆 나라 일본의 경우는 어떨까? 일본 야노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구독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5627억 엔(약 6조 원) 정도이며 오는 2023년까지 연평균 8.9%씩 성장할 전망이다. 화장품, 건강 식품 등 일부 상품에 머물러 있던 구독 서비스의 범위도 관광지 입장권부터 맥주, 미용실, 자판기 음료까지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면서 소비자의 다각화된 니즈를 충족해주고 있다.
일본은 오랫동안 ‘저출산’과 ‘초고령화’라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겪어 왔다. 일본 총무성이 작년에 발표한 ‘기초 인구동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1월 기준 일본 전체 인구의 28.41%가 65세 이상의 노인이고 이는 유엔이 구분한 초고령화 사회의 기준점인 20%를 훌쩍 넘긴 수치이다. 젊은 노동 인구 비율이 감소하고 노인 고독, 노인 범죄 같은 새로운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자 이러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려는 구독 서비스가 일본 내에서 주목받고 있다.
'빈집 문제’ 해결을 목표로 2019년 런칭한 일본의 주거지 구독 서비스 ‘어드레스(ADDress)’ /출처=ADDress 홈페이지 |
1. 주거 구독 서비스 – 어드레스(ADDress)
어드레스는 ‘주거’를 구독 형태로 선보인 일본 최초의 기업으로, 2019년 4월 처음 서비스를 런칭했다. 월 4만엔(약 45만원)의 비용을 지불하면 일본 전국에 퍼져 있는 약 40여개의 거점에서 일정 기간동안 무제한으로 머물 수 있다. 한 집에서는 최대 7일간 체류가 가능하고, 한 사람이 예약할 수 있는 최대 일수는 14일로 제한되어 있다. 어드레스는 제공하는 집의 위치와 형태를 다각화하면서 색다른 경험을 필요로 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공략했고, 그 중 일하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프리랜서(freelancer)’를 주요 타겟으로 사업을 전개했다.
인터넷과 IT 기술의 발달로 사무실에서 일할 필요가 점점 사라지자 ‘재택 근무’ 트렌드가 확산되었고, ‘워케이션(work+vacation: 휴가의 일정 기간 동안은 현지에서 업무를 하고 일정 기간 동안은 휴가를 즐기는 현상)’이라는 새로운 용어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어드레스는 증가하는 프리랜서들과 ‘워케이션’ 트렌드를 정확히 공략하고, 일본 내에 심화되고 있는 빈집 문제 해결을 아예 ‘주거지’를 구독하는 서비스로 풀어냈다.
어드레스는 전국 각지에 퍼져 있는 빈집을 각 지역 테마에 맞게 리모델링하여 회원들이 머물 수 있는 거점으로 재탄생 시켰다. 어드레스 회원들은 현지 어드레스 거점에 머물면서 ‘야모리(家守)'라 불리우는 지역 거점 호스트와의 대화를 통해 주민들만 아는 맛집을 소개받거나, 알려지지 않는 명소를 추천받아 해당 지역을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그 지역을 자주 방문하게 되는 동기로 작용할 수 있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실제로 어드레스는 작년 12월에 개최된 ‘2020 일본 구독비즈니스 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어드레스 대표이사 사사키는 "지역 주민 입장에서도 단골 방문객이 있으면 안심이 된다"면서 "지역 축제 등을 기획해서 지역 가치를 올리는 기회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사태가 맞물리며 재택 근무 트렌드가 확산된 지금 시점에서, 어드레스 서비스의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 관광지 구독 서비스 – 레저 미(Leisure Me)
‘레저 미’는 관광 및 문화시설 구독 서비스를 표방하며 2019년 6월 런칭한 서비스로, 월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레저 미에 등록된 약 550곳의 관광지, 레저 시설, 체험 활동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월 정액은 월 1200엔(약 13,000원, 3곳 이용 가능), 월 2000엔(약 21,000원, 5곳 이용 가능), 월 3600엔(약 38,000원, 10곳 이용 가능) 등 총 3가지로 구분되어 있다. 레저 미는 현재 규슈와 야마구치현을 중심으로 지방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다양한 지역 기반 체험 프로그램(딸기 수확하기, 카약 체험, 도자기 체험 등)과 이용자들의 커뮤니티 플랫폼도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월 정액 결제를 통한 관광지 입장권 제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 간의 활발한 여행 정보 교류를 도모하며 지역 관광 활성화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레저 미는 현재 일본 일부 지역(규슈, 야마구치 현)에서만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지만, 향후 이용 가능한 지역 및 시설 수를 늘릴 예정이다. 레저 미의 창업자 나카모토(中元)는 대만의 관광 시설과도 연계하여 일본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런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JR 동일본 철도회사의 자판기 브랜드 '어큐어(Acure)'가 운영하는 자판기 구독 서비스 '에브리 패스' / 출처=어큐어 홈페이지 |
3. 자판기 음료 구독 서비스- 에브리 패스(Every Pass)
‘자판기 천국’이라 불리는 일본에 자판기 브랜드 ‘어큐어(Acure)’가 최초로 2019년 10월, 자판기 구독 서비스 ‘에브리 패스(Every Pass)’를 선보였다. 어큐어는 일본의 ‘JR 동일본 철도회사’가 전개하는 자판기 브랜드로, 에브리 패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전국 JR 동일본 철도 역사에 설치된 약 400여대의 스마트 자판기에서 매일 1개의 음료를 골라 마실 수 있다. 요금제는 980엔(약 11,000원)의 ‘아쿠아 메이드 플랜’과 2,980엔(약 31,000원)의 ‘프리미엄 플랜’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980엔의 ‘아쿠아 메이드 플랜’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어큐어의 PB(유통업체에서 직접 만든 자체브랜드 상품) 브랜드인 ‘아쿠아 메이드’ 상품만 골라 마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가 2017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내에 운용 중인 자동판매기 개수는 2013년 509만대를 정점으로 이후 매년 감소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길어지는 경제 불황과 수요 감소로 줄어드는 매출에 대응하여 대표적인 자판기 브랜드 어큐어는 구독 모델과 인 앱(in-app) 결제를 내세웠다. 소비자는 번거롭게 동전을 준비하거나 카드를 꺼낼 필요 없이 ‘어큐어 패스(Acure Pass)’ 앱 내에서 실시간으로 재고를 파악하고 결제까지 미리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혁신성을 인정받아 ‘2019 일본 구독비즈니스 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어큐어의 영업 본부 자판기 사업부의 미사토는 “에브리 패스는 5명의 각기 다른 부서원이 생각해낸 사내 프로젝트”라면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일본의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 외에도 현재 일본에는 월 980엔을 지불하면 등록된 레스토랑과 펍(Pub)에서 매일 술 한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는 ‘구비또(Gubit)’, 월 10,500엔에 전국의 제휴 미용실을 무제한으로 이용가능한 미용실 구독 서비스 ‘메존(Mezon)’, 월 6,800엔에 개인 맞춤형 피부 영양제를 제공받는 ‘후지미(Fujimi)’ 등 다양한 구독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한정된 라이프스타일을 보완해주는 새로운 구독 서비스가 생겨나고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평가 모바일 사이트, “이런 것 까지 구독을?”…일본의 이색 구독 서비스 현황 (iconsum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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