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제한된 쇼핑환경에 식품·생필품 등 온라인 쇼핑은 1년간 그 어느 때보다 급격한 성장세를 이뤘다. 아이러니하게 온라인 쇼핑의 증가는 물류대란으로 이어져 평소보다 많은 근로자들이 몰려있는 물류센터는 코로나 창궐의 온상이 되는 일이 자주 벌어졌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은 물류업계에 스마트 시스템 도입에 대한 관심을 더욱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코로나 이전에도 온라인 쇼핑몰의 성장세는 연간 10% 전후의 높은 성장률을 지속해 온 만큼 스마트 물류 시스템 도입은 시간의 문제였다. 다만 대규모 실업문제 등 인간을 대체하는 물류 시스템에 대한 저항의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물류산업은 개인화된 욕망에 따른 맞춤 물류 서비스에 대한 수요 확대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자동화기술 등 디지털트랜스폼 기술의 등장으로 개별 맞춤 물류, 글로벌 물류로 근본적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먼저 주문한 상품이 물류창고를 거쳐 고객에게 배달 완료되기까지의 전 과정(상품 보관→제품 선별→포장→배송→처리)이 자동화되어 있는 풀필먼트(Fullfillment Service) 시스템 역시 일반화되고 있다.
아마존은 2006년 FBA(Fullfillment By Amazon)를 론칭하면서 풀필먼트 시대를 본격화하였고 이로 인해 미국 이커미스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한편 국내에서는 2014년 쿠팡이 로켓배송 서비스를 본격화하면서 풀필먼트 개념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물류 방식 또한 대량 물류에서 개별 맞춤 물류로, 자국 내 물류에서 직구 등을 활용한 글로벌 물류로, 규격화된 공산품에서 음식을 포함한 다양한 품목으로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손쉽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어 물류센터는 신속한 고객 서비스 대응을 위해 풀필먼트로 변화하고 있다.
이전까지 국내의 대다수 물류창고는 전통적 시스템에 머물러 여전히 주문단계부터 배송완료단계까지 전 과정에 걸쳐 한계가 존재했다. 스마트 물류 시스템은 이러한 한계를 이겨낼 4차 산업 기술의 집합체로 ‘물류 4.0’이라는 개념으로도 불린다. 인공지능(AI) 기술부터, AR,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기술까지 다양한 신기술을 활용하여 물류를 고도화시키는 것을 의미하는데, 예컨대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통한 현황 수집 및 분류,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물동량 정보 분석 및 예상 수요 대처 등이 실현 가능해질 수 있다. 자동화 외에도 공급 사슬 표준화, 물동량 예측 등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스마트 물류 시스템은 새로운 신기술 활용에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AI·블록체인이 가미된 물류 시스템
수요 예측·투명성 부여·불법행위 차단
제품의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고 관리하는 것은 모든 기업들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다. 여러 기업들은 AI를 도입하여 물류비용을 절감코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마존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기존 물류업계가 해결하지 못했던 시공간의 한계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방대한 고객 정보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의 수요를 예측하고 고객이 주문하기 전에 배송을 미리 준비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미국 이베이의 경우 인공지능 기술을 토대로 판매량을 예측하고 잠재수요를 파악하는 기술력을 획득하고자 이스라엘 스타트업 세일즈프레딕트(SalesPredict)를 인수하기도 했다.
한편 블록체인은 물품의 출처·출하 상태에 대한 조작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 신뢰도 향상에 많은 기여를 함으로써 물류의 효율을 극대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공급사슬 속 물류 데이터 교환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할 경우 중개인 없이 참여자 노드마다 정보를 분산 저장하고 암호화하게 된다. 또한 서류의 위·변조를 방지하고 절차를 간소화시켜 참여자 간 신뢰성 확보 및 실시간 정보 공유를 실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선사, 터미널 운영사 등이 등록하는 선박의 접안 스케줄, 컨테이너 양·적하 계획, 반·출입계획, 선박 입출항 신고 등 모든 참여자들이 블록체인을 통한 정보 공유가 가능해진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물류 시스템을 구축한 예로는 머스크와 IBM이 공동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인 트레이드렌즈가 있다. 기존의 수동 페이퍼 베이스 시스템을 전자화해 공급망 내 운송에 대한 핵심 데이터를 모든 참여자에게 위·변조할 수 없는 기록으로 제공하며, 정보가 입력되는 순간 참여자는 공급망 내 운송에 대한 데이터 추적이 가능하게 되어 무역금융, 물류 프로세스의 효율성이 향상된다.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SDS가 블록체인 기반 물류 플랫폼 첼로스퀘어를 개발한 바 있다. 첼로스퀘어는 사전에 운송 계획을 수립하고 결과를 분석하여 최소비용 및 최단배송경로 정보를 제공함에 따라 낭비되는 물류비용을 낮추는 다양한 툴을 제공한다.
▶힘든 노동에서 인간을 해방시키는
택배로봇·스마트모빌리티 구축 본격화
로봇은 물류센터 및 공장 내 물품의 포장, 분류, 적재 및 이송과정에서 활용될 예정이다. 온라인 쇼핑이 급증함에 따라 물류센터에서의 물류로봇 채택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인력부족 문제에 대한 대응 및 물류센터의 효율향상을 위해 도입되는 추세다. 이에 기업들은 물류혁신을 위해 하드웨어(H/W) 주행, 인식, 조작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페덱스의 경우 자율주행이 가능한 로봇 트랙터를 이용해 물류센터의 복잡한 길도 사고 없이 이동 가능한 시스템을 구현하였으며 알리바바는 몇 년 전부터 물류센터 입고 이후 재고적치부터 피킹, 포장에 이르는 전 과정에 로봇을 적용해 물류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외에 아마존은 ‘키바 로봇’을 활용해 물류창고를 거대한 그리드(바둑판 좌표)로 삼아 제품들을 운반하게 만들어 300명이 해내야 할 일을 단 25대의 키바 로봇으로 대체하고 있다.
아마존은 배송분야에서도 로봇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월 택배배달 로봇 ‘스카우트(Scout)’의 시험배송을 시작해 점차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스카우트는 몸통에 바퀴 6개가 장착된 소형 자율주행 로봇이다. 성인 무릎높이의 스카우트는 사람의 보행 속도로 주행하면서 인도를 따라 보행자나 반려동물을 피해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하도록 설계되었다.
자동차 업체인 포드는 지난 2019년 5월 어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와 공동개발한 배송로봇 ‘디지트(Digit)’를 공개했다. 디지트는 인간처럼 2족 보행으로 움직일 수 있으며 팔이 있어 택배차량에서 직접 물품을 하차시켜 고객이 지정한 배송지 바로 앞까지 배송할 수 있다. 카메라와 라이다 센서를 통해 장애물을 회피하고 계단을 이용할 수 있어 불규칙한 장소에서도 안정적인 보행이 가능하다.
구글은 배송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지난 2015년 드론 전문 자회사 ‘윙 애비에이션(Wing Aviation)’을 설립하고 6년간 드론 ‘윙(Wing)’의 개발에 몰두해 왔다. 호주에서 약 7만 회의 시험 비행과 3000번의 시범배송을 선보인 윙은 2019년 4월 업계 최초로 호주 민간 항공안전국(CSA)과 미국연방항공국(FAA)에서 상업용 드론 배송서비스에 대한 사업승인을 받은 바 있다. 실제로 같은 해 10월부터는 이를 기반으로 물류업체 페덱스(Fedex)와 손을 잡고 배송을 진행 중이다.
윙은 프로펠러 드론과 고정익 드론의 장점을 결합한 특징을 지녔다. 최고 120m 상공에서 시속 120㎞로 비행할 수 있는 윙은 향후 빠르고 저렴한 운송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트윈·5G가 불러온 혁신
실제 물체를 가상의 디지털 세계에서 똑같이 시뮬레이션하도록 하는 기술인 디지털트윈(Digital Twin)은 물류기업들이 실시간 모니터링을 가능하게 만들어 물류 효율화를 실현하고 있다. 2019년 8월 DHL는 스웨덴의 종이용기 생산업체인 테트라팩과 공동으로 아시아 최초의 디지털 트윈 물류창고를 싱가포르에 설립했다. 시설 자체의 3D 모델과 연결된 창고 플랫폼에서 수집한 IoT 데이터와 모든 품목의 크기, 수량, 위치 및 수요 특성을 포함하는 재고 및 운영 데이터와 결합시켜 이를 활용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이밖에도 화물 관리 및 추적, 물류시스템 설계 등 전 과정에서 다양하게 적용 가능하다.
또한 5G 네트워크 기술의 도입은 화물취급(책임)을 위한 분석, 도난 방지, 컨테이너 배치 과정에서의 비효율적인 수작업 과정을 줄이고, 상시 가동 기술을 통해 투명하고 최적화된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 절약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외에도 화물차 등 모빌리티의 자율주행 시 네트워크의 속도와 안정성 덕분에 도로상태 및 다른 운전자의 행동에 대한 실시간 분석이 가능해지고 센서로부터 중단 없이 데이터를 수신할 수 있어 보다 안전한 주행이 가능해질 수 있다.
▶SSG·롯데·LG유플러스
분야를 막론한 스마트 물류 경쟁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는 지난해 발간한 ‘코로나19가 앞당긴 스마트 물류 시대’ 보고서를 통해 국내 대표 스마트 물류 선도기업을 소개했다. 그중에 하나는 SSG닷컴의 새벽배송 시장 진입을 가능케 한 최첨단 자동화 물류 설비 ‘NEO’다. ‘NEO(NExt generation Online store)’는 급성장하고 있는 이커머스 물량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주문에서 배송까지 전 과정의 80% 자동화 공정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SSG닷컴은 GTP(Goods to Person) 시스템을 구현, 작업자가 상품들을 찾으러 다닐 필요 없이 화면 속 상품 정보와 수량을 확인하면 상품이 고객 배송 바구니에 담길 수 있도록 했다. 또한 DPS(Digital Picking System)를 도입하여 구매 빈도가 높은 상품은 더 빠르게 바구니에 담기고 부족한 재고는 즉시 자동 보충되도록 했다. 이 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SSG닷컴은 새벽배송 시장에 무리 없이 안착할 수 있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한편 SSG닷컴은 코로나19로 인하여 급증한 물량을 NEO를 통해 하루 배송 물량을 2만 건까지 차질 없이 소화시키고 있으며 올해 연말을 목표로 발표했던 계획을 6개월가량 앞당기기도 했다. 현재 경기도 용인시 보정동(001)과 김포시 고촌읍(002·003)에서 NEO를 운영 중이며 2023년까지 1조7000억원을 투자해 네오를 11개까지 늘리고 하루 26만 건 배송을 목표로 롯데정보통신, AI를 활용해 스마트 물류를 구현한 아시아 최대 택배 터미널 사업을 실행 중이다.
두 번째로 롯데정보통신은 그룹 내 종합물류기업 롯데글로벌로지스와 충북 진천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접목한 최첨단 물류 터미널 ‘중부권 메가허브’를 2022년 구축할 예정이다. 건설비만 3000억원이 투자될 예정인 이 프로젝트는 지상 3층 연면적 5만 평 규모로 조성될 예정으로 완공 시 아시아 최대 택배 터미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메가허브에는 AI 등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택배 분류 자동화를 구현할 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기반 분석으로 물동량을 예측해 운송에 필요한 차량 수와 배송 인력을 미리 준비하는 등 최적의 물류 지원계획 수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류센터는 물론 배송자원까지 최적화하는 모델로 세부사항을 설계할 예정이다. 한편 롯데정보통신은 향후 스마트팩토리와 연계한 공정물류 자동화 프로젝트까지 염두에 두고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데 향후 스마트 물류·팩토리와 연계된 파생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LG유플러스 자동화 설비 기업들과 협력하여 5G 기술을 도입한 스마트 항만 구축을 시도 중이다. 이를 위해 LG유플러스는 2019년 8월부터 서호전기와 부산항에서 세계 최초로 5G 상용망에 기반한 스마트 항만 운영을 실증 중이다. 2020년 3월에는 LG유플러스는 무인자동화 로봇 개발 전문업체 포테닛과 ‘5G 기반 스마트항만 물류 자동화 사업 협력’을 체결하며 스마트 항만 물류 자동화 프로젝트 본격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5G 기반 무인 설비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 ▲무인 설비와 5G 네트워크 인프라 연동 ▲모바일 에지 컴퓨팅 기반의 관제 시스템 구축 ▲초저지연 영상전송 기술 기반 무인 설비 원격제어 등에 대해 협력키로 했다. LG유플러스의 5G 스마트 물류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될 경우 항만 내에서는 작업자들의 수동 조작 없이 다수의 물류 설비가 자율주행으로 컨테이너를 운반할 수 있게 되고 관제 센터에서는 5G 통신을 통해 실시간으로 현장 모니터링 및 원격제어 등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편 스마트 항만 물류 시스템 내 5G 도입은 항만의 운용 효율성을 높여 운영비용 절감에 많은 기여를 하는 것은 물론 각종 안전사고 또한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장경석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스마트 물류 시스템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다수 적용되는 최신 산업기술의 집합체”라며 “유통기업뿐 아니라 SI, 통신기업의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 물류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 중”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 물류창고 특허출원 활발, 최근 5년간 연평균 10.7% 증가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며 물류산업 수요와 관심이 급증하는 만큼 물류 입고, 보관 및 출고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스마트 물류창고’ 관련 특허출원이 활기를 띠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물류창고 자동화 관련 출원은 2015년 44건에서 2019년 66건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10.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내국인 출원은 2015년 24건에서 2019년 52건으로 연평균 21.3% 증가하여 전체 출원 증가율(10.7%)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물품을 선반에 입고 및 출고하기 위해 이동시키는 입출고 관련 기술이 121건으로 전체의 44%를 차지했고 ▲물품이 적재되어 보관되는 선반·랙 관련 기술이 71건(26%) ▲물품을 선반에 수납 및 인출하기 위한 피킹(picking) 관련 기술이 55건(20%) ▲물품 정보를 자동으로 저장 및 관리하는 재고관리 관련 기술이 24건(8%) 순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물류창고 자동화의 핵심기술인 피킹 및 입출고 관련 기술은 내·외국인 모두 관심을 가지는 분야로 총 176건(내국인 83건, 외국인 93건)으로 64%를 차지했고, 물품이 보관되는 선반·랙 관련 기술은 외국인의 경우 5건(2%)을 출원한 데 반하여 내국인은 66건(24%)을 출원하여 내국인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로 분석됐다.
특허청 유준 운송기계심사과장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택배 대란으로 물류의 효율적 관리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정부도 디지털 뉴딜의 하나로 빅데이터, 인공지능 및 로봇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물류창고에 대한 인증 및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므로, 물류창고의 자동화에 대한 특허출원이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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