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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족도시’ 집착하다… 동탄2신도시 업무용 땅 55%, 13년째 공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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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도심의 업무-상업지구. 개발 13년이 지나도록 비어있는 땅이 많다. 새로 지은 대규모 지식산업센터는 입주기업을 찾지못해 빈 사무실이 넘친다. / 오종찬 기자
 
지난 21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도심의 업무-상업지구. 개발 13년이 지나도록 비어있는 땅이 많다. 새로 지은 대규모 지식산업센터는 입주기업을 찾지못해 빈 사무실이 넘친다. / 오종찬 기자

지난 21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의 한 지식산업센터는 층마다 마련된 사무실 11칸 중 9~10칸이 비어 있었다. 작년 10월 입주가 시작됐는데, 1층 상가를 포함해 80% 넘게 공실이었다. 이 건물에서 200m쯤 떨어진 공터에는 다른 지식산업센터 건설이 한창이었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들어온다는 기업은 없는데 자꾸 지식산업센터만 지으니 일대가 머지않아 ‘유령 도시’처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2기 신도시 10곳 중 최대 규모인 동탄2신도시는 개발 초기만 해도 ‘동탄 테크노밸리’를 조성해 주거와 일자리가 모두 해결되는 자족 도시를 표방했다. 그러나 2008년 개발이 시작되고 13년이 지나도록 전체 상업·업무 시설 용지(74만3000㎡) 중 55%(40만9000㎡)가 아직 주인도 없는 빈 땅으로 남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들어 수차례 ‘특단의 주택 공급’을 강조하면서 현 정부의 최대 공급 대책인 3기 신도시 건설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부는 3기 신도시는 기존 신도시보다 업무·상업 시설을 대폭 늘려 ‘자족(自足) 도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업이나 자영업자를 끌어들일 인센티브 없이 땅만 공급하는 것으로는 자족 도시를 만들 수 없다”고 지적한다. 자족 도시를 표방하며 조성한 2기 신도시가 상가·오피스 공실로 여전히 몸살을 앓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설픈 자족 도시를 지을 바엔 집을 더 짓는 게 수도권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빈 상가·오피스 넘치는 2기 신도시

당초 동탄2신도시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가까워 협력사들의 공장, 사무실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접근성 때문에 사업장을 옮긴 경우는 거의 없다. 경기도 안산의 한 삼성 협력사 관계자는 “고속도로가 잘 뚫려 있고, 이사 비용과 직원들의 출퇴근 여건을 생각하면 굳이 동탄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동탄역 주변으로 대형 지식산업센터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서지만, 대부분 입주 업체를 찾지 못해 골치를 앓고 있다. 동탄에서 지식산업센터를 분양 중인 한 시행사 대표는 “입지가 좋은 곳도 입주율이 70~80% 수준이며, 외곽은 절반 이상 비었다고 보면 된다”며 “보증금 500만원인 10평짜리 사무실의 월 임차료가 2017년엔 50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30만원까지 내렸다”고 말했다.

서울·성남·하남에 걸쳐있는 위례신도시와 수원 광교신도시는 서울 강남 접근성이 좋아 집값은 많이 올랐지만, 상가 분위기는 딴판이다. 위례광장로는 위례에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지만, 대로변 1층 상가에도 ‘임대’ 간판이 붙은 점포가 많다. 위례 외곽의 한 오피스텔은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상가가 거의 텅 비어 있다. 광교 역시 지하철역에서 좀 떨어진 곳은 빈 상가가 넘쳐난다. 파주 운정, 양주 옥정 등 경기도 북부에 조성된 2기 신도시는 수요가 워낙 적어 수년째 상권 형성에 애를 먹고 있다.

◇땅만 늘린다고 자족 도시 되나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3기 신도시는 자족 용지 비율을 2기 신도시보다 대폭 늘렸다. 지난해 LH연구원이 만든 보고서에 따르면, 3기 신도시 6곳(과천 포함)의 전체 면적 대비 자족 시설 용지 비율은 평균 16.4%다. 2기 신도시 평균(6.7%)의 2.4배에 달한다. 남양주 왕숙신도시는 전체 면적 중 자족 용지 비율이 12.3%로 3기 신도시 중엔 가장 낮지만, 동탄2신도시(5.4%)의 배(倍)가 넘는다. 인천 계양신도시는 자족 용지 비율이 무려 26.9%로 도로·공원 등 기반 시설 용지를 제외하면 전체 부지의 절반에 해당한다. LH연구원은 “1·2기 신도시는 물론 3기 신도시도 자족 용지 비율을 높게 설정하는 방식을 고수해 토지 미(未)매각 문제를 유발한다”며 “개발 초기에 자족 용지 규모를 확정하기보다는 수요에 맞춰 공급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밀한 수요 예측 없이 ‘자족 도시’ 목표에만 집착하면 대규모 공실을 유발해 오히려 도시의 자족성을 해친다”며 “서울과 인접한 3기 신도시는 자족 시설보다 주택 건설을 늘리는 게 집값 안정이나 국토의 효율적 이용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기업 유치에 적극적이어서 2기 신도시 때보다 여건이 나은 편”이라고 했다.

 

‘자족도시’ 집착하다… 동탄2신도시 업무용 땅 55%, 13년째 공터 - 조선일보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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