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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뉴스

서민용이라더니…평당 8000만원짜리 '고급 소형 아파트

최근 서울 강남과 도심권에서 3.3㎡(1평)당 7000만~8000만원에 육박하는 고분양가를 내세운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이 늘어나고 있다. 당초 서민용 주거 상품으로 도입했지만 도심형 라이프 스타일·프리미엄 주택 등을 내세우면서 아파트에 목마른 고소득 1~2인 가구를 공략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도시형생활주택 분양가격이 계속 오르는 데다 세금 계산시 주택 수에 포함돼 중과세를 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도시형생활주택은 당초 도시지역 내 서민과 1~2인 가구의 주거 안정을 위해 2009년 5월부터 도입한 주거 형태다. 전용면적 85㎡ 이하 300가구 미만까지 허용된다. 3가지 형태가 있다. 단지형 연립주택, 단지형 다세대주택, 원룸형이다. 연립주택과 다세대 주택은 기본 4층, 최고 5층까지 지을 수 있다. 원룸형은 층수 제한이 없는 대신 전용면적 14~50㎡ 독립방 하나만으로 가구를 구성해야 한다.

■ 원룸형인데 아파트보다 비싸다?
 
[땅집고] 최근 도시형생활주택의 평당 분양가는 인근에 위치한 비슷한 면적의 아파트 주택형보다 비싸다. /장귀용 기자

도시형생활주택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거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 대상도 아니어서 분양가 책정이 자유롭다. 시행사 입장에서는 분양가를 더 비싸게 받을 수 있어 매력적이다. 수요자들도 청약통장이 필요없다는 점에서 임대 투자용이나 실거주용으로 나름 인기가 높았다. 특히 아파트가 부족한 서울 강남이나 도심권에서 이른바 하이엔드 주택을 표방한 1~2인가구용 프리미엄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도시형생활주택은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는 평가다. 일단 1개 단지가 최대 300가구 밖에 지을 수 없어 이른바 ‘나홀로’ 단지가 많다. 서울에서는 층수 제한을 받지 않는 원룸형을 많이 짓는데, 원룸은 향후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건축할 때 중요한 대지지분도 아파트에 비해 적다. 집값 대부분을 사실상 땅값이 차지한다는 점에서 건물이 오래될수록 가치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택 면적이 작고 소규모 단지로 지어지기 때문에 가격 상승 여력이 없고 전월세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도 매력이 떨어진다”며 “특히 분양가가 높고 세금 계산할 때 주택 수에도 포함되기 때문에 덜컥 분양받았다가 종합부동산세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같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최근 도시형생활주택 분양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서울 강남이나 도심권에서는 3.3㎡(1평)당 분양가격이 주변 아파트 시세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다.

 
[땅집고]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높은 분양가를 책정한 서울 서초구 도시형생활주택 더샵 반포 리버파크 조감도. /더샵 반포 리버파크 홈페이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 KT 부지에 올 상반기 분양예정인 140가구 규모 ‘더샵 반포 리버파크’의 3.3㎡당 분양가는 7990만원에 달한다. 반면 재건축 호재가 있는 인근 한신서래 아파트(414가구) 45㎡(이하 전용면적)는 시세가 12억8000만원으로 평당 6275만원에 불과하다. 반포에서 가장 입지가 좋은 곳 중 하나인 신반포역 인근 반포푸르지오(평당 약 8000만원)와 맞먹는 수준이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공급한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인 ‘오데뜨오드 도곡’도 평당 분양가격이 7282만에 달했다. 주변 비슷한 크기의 아파트 시세보다 평당 2000만원 이상 높았다.

■ 고급 소형 아파트?…꼼수 마케팅 논란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분양가에 비해 투자가치가 높지 않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도시형생활주택이란 사실을 최대한 숨기고 분양하는 이른바 꼼수 마케팅이 확산하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고급형 소형 아파트’라는 말을 버젓이 내걸기도 한다.

‘더샵 반포 리버파크’는 분양 홈페이지 어디를 찾아봐도 ‘도시형생활주택’이란 단어가 없다. 분양회사 측은 “전용 49㎡ 원룸형 아파트”라며 “혁신적 특화 설계의 컴팩트 주거상품”이라고 홍보한다. 오데뜨오드도곡은 홈페이지에 올린 사업개요에 도시형생활주택이라는 사실을 밝혔지만, 강남 지역의 고급 주거생활지라는 점을 더 강조하고 있다.

 
[땅집고] 더샵 반포 리버파크 홈페이지에는 도시형생활주택이라는 안내는 없이 중소형 아파트라고 소개돼 있다. /더샵반포리버파크 홈페이지 캡쳐

아파트 부지를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부동산개발업체(디벨로퍼)들은 서울시내에서 입지가 좋은 역세권 중심으로 나대지나 기존 건물을 사들여 도시형생활주택으로 공급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개발회사인 엠디엠그룹은 지난해 5월 서울 광진구 광장동 옛 한강관광호텔 부지를 1850억원에 매입해 도시형생활주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엠디엠 측은 분양가를 1채당 10억원 선에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인근에서 분양한 ‘광진 롯데캐슬 리버파크 시그니처’ 전용면적 59㎡ 분양가가 7억 8200만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 3억원 높다.

일각에서는 HUG가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아파트 분양가는 통제하면서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도입한 도시형생활주택 분양가는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평당 8000만원에 육박하는 도시형생활주택인 더샵 반포 리버파크에서 600m 떨어진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의 일반 분양가격은 평당 5668만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HUG가 미분양 가능성이 매우 낮은 아파트 분양가 규제에 나서는 동안 고가의 도시형생활주택이 팔려나가고 있다”면서 “앞으로 가격 조정기가 오면 아파트보다 틈새상품부터 떨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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