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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숙박업 5년 생존률 20%… 아찔한 한국 자영업의 현실

지난 4일 공개 방역 저항에 나선 헬스장 관장은 SNS에서 ‘오픈 시위’를 제안하며 “자영업자 여러분, 모두 다 (가게를) 정상적으로 열자”고 말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맞아 업종 불문 자영업자들 사이에 ‘신(新) 취약계층’으로서의 집단의식이 공유되는 모양새다.

자영업자들이 집단화될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체 취업자 2652만6000명 가운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와 없는 자영업자를 합쳐 542만2000명(20.4%)에 달했다.

자영업자 수는 2002년 619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보인다. 하지만 감소 속도는 더디다. 지금의 자영업자 포화는 1997년 닥친 외환위기가 아직도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다. 당시 취업 시장에 쏟아져 나온 40대 실업자들이 줄줄이 자영업 대열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2010년대에는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 대열에 합류하며 자영업 시장에 몰렸다. 자영업자 주축 연령대는 40대와 50대이며 최근 50~60대 비중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도 한국 자영업자의 비중은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에서 자영업자들이 전체 노동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6%다. 콜롬비아, 멕시코, 그리스, 터키, 칠레, 코스타리카 다음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높은 국가일수록 비임금 노동자(자영업자+무급가족 종사자) 비율은 낮은데 한국은 이탈리아와 함께 1인당 GDP가 비슷한 국가 중에서도 비율이 높다.

자영업자 비중이 줄어들지 않으면서 자영업 내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중에서도 특히 진입 장벽이 낮아 비교적 쉽게 창업할 수 있는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의 포화 상태가 심각해졌다. 이들 업종의 소상공인 밀집도는 2005년 이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생계형 자영업의 생존율도 다른 업종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신생 기업 5년 생존율은 31.2% 수준이지만 숙박·음식점업만 떼어 놓고 보면 20.5%에 그친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장기화 영향으로 대면 서비스업종의 타격이 유난히 크다.

문제는 소위 ‘중산층 사장님’들이 속속 빈곤층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의 지난해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산층으로 볼 수 있는 소득 3~4분위 가구의 근로자 외 비중(자영업+무직)은 전년 같은 분기 대비 감소했다. 3분위는 36.7%에서 30.2%, 4분위는 27.9%에서 25.7%로 각각 감소했다. 반면 저소득층인 소득 1~2분위 근로자 외 비중은 높아졌다. 1분위는 63.4%에서 66.7%, 2분위는 35.4%에서 38.4%로 증가한 것이다. 근로자 외 비중에는 무직 가구도 포함돼 있지만, 자영업자들이 소득 감소로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경향이 반영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정도의 차이일 뿐 코로나19 이전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통계청은 2019년 말 “자영업 부진으로 자영업 가구가 소득 5분위 분포에서 아래 분위로 떨어지거나 무직 가구로 바뀌며 탈락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의 위기는 코로나19로 두드러졌을 뿐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74642&code=11151100&sid1=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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