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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스터 성지 ‘상수동 카페거리’ 유령도시 됐다

6일 오후 방문한 서울 마포구 상수동 카페거리는 말 그대로 휑한 모습이었다. 커피 등 음료와 디저트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사랑받던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싸늘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사진=강수지 기자
6일 오후 방문한 서울 마포구 상수동 카페거리는 말 그대로 휑한 모습이었다. 커피 등 음료와 디저트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사랑받던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싸늘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사진=강수지 기자
서울 홍대·합정·상수·망원 일대는 젊은이의 메카로서 유행 등 대중의 흐름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고유한 패션·음악 문화를 쫓는 ‘힙스터’들의 성지로 꼽힌다. 이 가운데 지하철 6호선 상수역 1번 출구와 4번 출구 인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상수동 카페거리’라는 명칭이 붙으며 특색 있는 분위기로 큰 인기를 끌었다.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는 물론 직접 원두를 볶는 개인 카페까지 그야말로 ‘카페 천국’으로 불리던 이곳이 코로나19 사태 1년 만에 유령도시로 전락했다.
 
 
바글바글하던 핫플레이스 어쩌다…
 
새해 첫주인 지난 6일 오후 방문한 상수동 카페거리는 말 그대로 휑한 모습이었다. 커피 등 음료와 디저트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사랑받던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싸늘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봐도 오가는 이들을 보기 힘들었다. 이전엔 밝은 불빛과 특색 있는 분위기로 손님을 맞이하던 상가가 텅텅 비고 ‘임대문의’가 걸린 곳도 수두룩했다.
 
20·30대 젊은 층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맛집과 카페 인증이 갈수록 인기를 더하며 한때 북적이던 이곳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가 연말연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유지하며 가장 먼저 인파가 줄어든 곳은 카페다. 음식점은 밤 9시까지 손님을 받을 수 있지만 카페는 실내 매장에서 음료 섭취가 금지되고 포장만 가능하다. 상수동 카페거리와 같이 분위기 때문에 찾는 손님의 입장에선 굳이 방문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한 프랜차이즈 카페 관계자는 “유동인구가 많은 홍대·신촌·강남 등을 비롯해 중심상업지역의 매출이 코로나19 이후 30% 이상 빠졌다”며 “주거밀집지역은 그나마 배달과 테이크아웃으로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KB부동산 리브온의 상권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서울 마포구 상수동 상권(점포 807개 기준)의 매출은 212억6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6% 감소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내 유명 카페거리가 다 매출 감소를 겪고 있지만 홍대 인근 상수동의 경우 대학의 비대면 수업으로 학생 손님이 현저히 줄었다”고 설명했다.
 
상수동 카페거리에서 어렵게 만난 행인 A씨는 “좋아하던 식당이 있어서 친구와 왔는데 문을 닫았다”며 “인기가 많은 곳이었는데 설마 문을 닫았을 줄 상상도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상수동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상수동 상권에 대해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는 카페 양도를 할 때 5000만~1억원의 권리금이 형성됐다가 요즘은 아예 권리금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빨리 처분하고 싶어도 처분이 잘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강수지 기자
상수동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상수동 상권에 대해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는 카페 양도를 할 때 5000만~1억원의 권리금이 형성됐다가 요즘은 아예 권리금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빨리 처분하고 싶어도 처분이 잘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강수지 기자
 
 
“단 한 명의 손님을 기다린다”
 
상수동 카페거리에서 문을 연 몇 곳 안되는 카페 중 하나에 들어갔다. 카페 주인 B씨는 “커피업에 종사한 지 올해로 17년이 됐는데 매장에 대한 애정과 고객에 대한 책임감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단 한 명의 손님이라도 찾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매일매일 매장을 열고 있지만 주변을 보면 가게 문을 닫은 지인이 많다”고 한숨지었다.
 
B씨가 운영하는 카페는 최근 매출이 지난해 여름 대비 90%가량 줄어 운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하반기 매출이 본격 하락하기 시작해 ▲9월 40% ▲10월 60% ▲11월 70%까지 떨어졌다. 매출을 조금이라도 늘리려고 12월부터 배달서비스를 시작했고 매출은 90% 하락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그는 “정부가 자영업자를 상대로 지원해준 긴급재난지원금 덕분에 조금이나마 숨을 돌렸고 월세는 그동안 모아둔 여유자금으로 막았다”며 “정부지원금을 누구 코에 붙이냐는 이들도 있지만 언제 나아질지 모르는 암담한 상황 속에 그나마 숨통은 트였다”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따르면 상수동 카페거리의 상가 매물 시세는 66㎡ 기준 월세가 최근 320만원 안팎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월세가 450만원대에 형성됐다. 100만원 이상 내린 것이다.
 
 
권리금 포기에 월세 인하해도…
 
상수동 인근 공인중개사업계에 따르면 최근 권리금을 포기하는 상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권리금은 새로 계약하는 상가 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에게 지불하는 무형의 가치 즉 일종의 프리미엄으로 손님이 많은 입지일 경우 수억원을 호가하는 게 일반적이다.
 
상수동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쪽은 공실률이 낮은 편이지만 상수동 카페거리는 공실이 많은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는 카페 양도를 할 때 5000만~1억원의 권리금이 형성됐다가 요즘은 아예 권리금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빨리 처분하고 싶어도 처분이 잘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이렇지만 올해 설 연휴 전후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침체된 상권도 회복되지 않을까 싶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https://moneys.mt.co.kr/news/mwView.php?no=2021010716528016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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