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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른자 땅의 텅빈 오피스, 테크기업이 채운다

  • 신축부지매매

국내 대표 게임 업체인 엔씨소프트가 경기도 성남 판교의 ‘금싸라기’ 땅을 사들였다. 성남시가 판교구청을 지으려고 남겨놨던 2만5719㎡ 규모 부지다. 엔씨소프트 컨소시엄은 지난달 30일 땅 주인인 성남시와 8377억원에 매입하기로 합의했고, 조만간 최종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엔씨소프트는 이곳에 소프트웨어 진흥 시설을 짓고 기존 사옥에서 근무하던 직원 일부를 이동시킨다는 계획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대형 IT·게임 업체가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코로나발(發) 불황에 어려움을 겪는 유통·항공·제조 등 전통 산업들과 달리 IT·게임 관련 기업들은 ‘나 홀로 호황’을 누리며 의욕적으로 부동산 확보에 나서는 상황이다. 국내 IT 기업·스타트업이 몰려 있는 경기도 판교와 서울 강남 일대에서는 빈 사무실을 찾기 어렵고, 해외에선 아마존·페이스북 같은 ‘IT 공룡’들이 사업·인력 확대에 따른 사무 공간 확보를 위해 부동산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선 “대형 IT 기업이 풍부한 유동성을 앞세워 글로벌 부동산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IT 기업들, 판교·강남서 ‘신사옥 쟁탈전’

엔씨소프트 컨소시엄이 매입 예정인 판교구청 부지 바로 맞은편에서는 초대형 상업용 빌딩 ‘판교 알파돔시티’ 2동(棟)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그중 한 동은 카카오가 10년 동안 건물 전체를 통째로 빌리는 계약을 맺어 내년 입주할 예정이다. 바로 옆 동은 네이버가 공동 주인으로, 이 건물을 짓는 미래에셋 사모펀드에 2018년 1963억원을 투자했다. 네이버는 분당구 정자동 사옥 바로 옆에 제2사옥도 짓고 있다.

국내 대표 IT 기업이 대형 오피스 건물에 거액을 투자하는 것은 최근 몇 년 사이 직원 수가 급증하면서 사무 공간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 직원 수는 2017년 3206명에서 작년 9월 기준 4115명으로 3년 만에 1000명 가까이 늘었다. 카카오 역시 같은 기간 5832명에서 9825명으로 68%(3993명)나 증가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IT 분야는 개발자·기획자 등 협업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들이 함께 일할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국내 IT 스타트업도 코로나 사태에도 호황을 누리며 사무 공간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권은 서울 주요 오피스 시장 권역에서 가장 낮은 공실률(1.5%)을 기록했다. 비바리퍼블리카·니트로스튜디오·직방 등 IT·게임 업체가 속속 임대차 계약을 맺으며 공실을 없앴기 때문이다. 진원창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리서치팀장은 “판교는 빈 사무실 자체가 없고, 삼성동·역삼동 일대도 좋은 자리만 있으면 IT 스타트업들이 경쟁적으로 높은 임대료를 제시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코로나로 빈 도시, 테크 기업이 채운다”

거대 IT 기업이 부동산 시장의 ‘큰손’이 된 현상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페이스북은 코로나로 뉴욕 도심이 텅 비어가던 지난 8월 옛 뉴욕우체국 건물을 임차하는 계약을 맺었다. 코로나로 페이스북이 재택근무를 선언했을 때라 현지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아마존 역시 뉴욕 맨해튼 소재 로드 앤드 테일러 건물을 지난해 8월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에 사들였고 앞으로 이곳에서 직원 2000여 명이 근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플도 지난해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 인근에 2만㎡ 규모 새 사무실을 임차하는 계약을 맺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애플·아마존·페이스북은 2020년 뉴욕에서 15만여㎡ 공간을 사거나 임차하며 사무실 규모를 늘렸다”며 “코로나 동안 맨해튼이 텅 비었지만 빅테크 기업만은 도심으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해 미국 기술 대기업들은 상업용 부동산 용지를 전년 대비 25% 이상 늘리면서 최근 10년 사이에 가장 공격적으로 부동산을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도 테크 기업들이 대형 부동산 계약을 잇달아 맺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 업체 JLL에 따르면 ‘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는 최근 베이징 새 사무실 확보에 16억달러를 쓰겠다고 발표했고, 징둥닷컴은 베이징의 한 호텔을 4억2200만달러에 인수해 R&D센터로 바꿨다. JLL은 “알리바바·텐센트 등 상위 기업 5곳이 지난 2년과 같은 고용 성장률을 유지하면 앞으로 직원을 32만명 더 고용하게 되고 그에 따라 오피스 수요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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