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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부동산에 발등? 홈플러스 인수 MBK 투자금 회수 우려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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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 회계법인들이 올해 외부감사 시즌 때 상업용 부동산의 장부상 가치를 대폭 깎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인해 이커머스(온라인 쇼핑) 시장이 만개해 사무실 필요성이 줄어든 만큼 이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올해는 부동산 가격이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이와 동시에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부동산 개발을 막는 조례 개정안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한 회계사는 “부동산 비중이 높은 대형마트와 같은 유통회사는 대규모 손상차손이 발생하는 등 타격이 예상된다”고 했다. 손상차손이란 유형자산(부동산 등)의 미래 경제적 가치가 장부가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을 경우 재무제표에 손실로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 강서구 화곡로 홈플러스 본사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부동산금융으로 빚 갚기 전략 차질?

시장이 주목하는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홈플러스다. 홈플러스는 국내 1위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2015년 인수했는데, 그동안 할인점 업황 자체가 부진했던 데다 과도한 구조조정의 후유증으로 피인수 5년 만에 기업 경쟁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약 7조 원에 샀다. 지분 100%를 5조 6000억 원에 인수했고, 기존 최대주주로부터 차입금 1조 3700억 원을 떠안았다. 지분 매입에 쓴 돈 중 2조 7000억 원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빌렸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에 들인 자체자금은 약 2조 7000억 원에 불과했다.

그동안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부동산 자산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해왔다. 현재까지 약 2조 2000억 원을 현금화한 것으로 파악된다. 부동산을 판 뒤 재임대해 영업을 하는 사례(세일즈앤리스백)가 있고 부동산을 아예 매각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부동산 매각은 지난해부터 노동조합과 지자체의 반대가 변수가 된 상황이다. 실제 대전시의회는 지난해 11월 순수상업건물을 오피스텔 등 주거 기능이 포함된 주상복합건물로 개발할 경우 용적률을 1100%에서 700%로 낮추는 ‘대전시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공포했다. 이 개정안은 12월 14일 본회의에서는 한 차례 보류됐지만, 다음 회기 때는 처리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용적률을 1100%로 설계하면 50층 오피스텔 건립이 가능하지만 700%로 적용하면 최대 30층으로 제한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 재무제표상 부동산 가치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맞게 될 것이라는 것이 회계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형마트 임차 사업자들은 거리두기 여파로 의류업부터 요식업까지 모두 고전하고 있다. 손상차손이 발생한다고 해도 당장은 재무제표상 평가손실에 불과하지만, 추후 부동산 금융을 일으키려 할 때는 애초 기대했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이는 홈플러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모든 오프라인 유통점포들의 숙제다. 한 회계사는 “이커머스 시장은 한번 확장되면 계속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배달업체와 같은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시장 또한 커지고 있어 예전처럼 접근성이 중요하지 않게 됐다. 기존 상업용 부동산은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상업용 부동산을 오피스텔 등 주상복합으로 개발해 가치를 높이는 밸류애드(Value-added) 전략이 지자체 반발로 막힐 수 있다는 점도 유의미한 수준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업으로 이자 부담 상쇄 못 하는 홈플러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3사 중 유독 더 빠른 속도로 영업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홈플러스는 공식적으로는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자발적 퇴사자가 많다는 게 업계 평가다. 홈플러스는 2015년 전체 임직원이 2만 6000명 정도였고, 지난해 기준 임직원 수가 2만 3000여 명이다. 그 외에도 신용카드 제휴 할인 폐지 등 비용 구조조정을 다수 실시해 그만큼 이용객 입장에서는 매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점객 수 기준으로 업계 2위 롯데마트에도 뒤지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있다.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홈플러스의 이자 부담이다. MBK파트너스가 인수자금의 상당 부분을 빚으로 충당한 만큼, 홈플러스의 이자 부담 또한 상당했다. 홈플러스 노조는 “과도한 인수 차입금에 대한 이자 부담을 홈플러스가 떠안으면서 회사가 망가졌다”고 주장하는데, 수치를 보면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다.

2월 결산법인인 홈플러스는 지난 결산연도(2019년 3월~2020년 2월)의 영업을 통한 현금창출액이 4394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이자지급액은 3267억 원이었다. 이것만 보면 영업을 통해 번 현금이 이자 부담을 웃도는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에 리스(임대) 부채도 고려해야 한다. 한 회계 전문가는 “재무활동현금흐름에 기재돼 있는 리스부채 상환액 2398억 원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이것 또한 영업자산(마트)에서 발생한 현금유출액이므로 실질적으로는 영업활동의 현금유출액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리스부채 상환액을 영업현금흐름에 반영하면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현금흐름은 1996억 원에 그쳐, 이자지급액 3267억 원보다 적다.

더구나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치다. 지난해 3월 이후 점포 내점객 수가 감소세라 영업실적 또한 더 악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홈플러스는 1분기(3~5월) 순손실 935억 원을 기록했다. 한 유통업계 회계사는 “부동산을 팔면 팔수록 그만큼 이자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무인화를 잘 적용시키지 못하면 홈플러스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홈플러스 관계자는 “지난해 매각을 추진했던 곳 4개 점포 중 3개 점포의 잔금이 입금되는 등 점포 매각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자 부담의 경우 1년여 전부터 새롭게 추가된 이자 부담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산을 제외하고 다른 지자체의 경우 용적률 하향 등의 움직임이 결정된 곳은 없다”고 덧붙였다. 

MBK파트너스가 고도의 금융기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끝내는 홈플러스를 통해 투자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채권투자회사 대표이사는 “홈플러스는 임대보증금 유동화도 추진한 적이 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보기 드문 선진 기법이었다”면서 “업황 부진이 너무 가파르긴 하지만 할인점업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므로 부동산 자산이 남아 있는 이상 결국은 투자금 회수에 성공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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