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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주택, 17년 만에 최저… '미친 집값'의 역설

연일 치솟는 부동산 가격 속에 주택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지르는 현상이 계속되면서,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가 17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최근의 주택·전세난이, 소비자에게 외면 당하고 건설사에겐 만년 골치였던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분양 주택, 17년만에 최저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1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2만3,620호)은 한 달 전보다 11.5% 더 줄어들면서 2003년 5월(2만2,579호) 이후 17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지난달 미분양 감소는 수도권(-11.8%)과 지방(-11.5%)을 가리지 않았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2019년 6월(6만3,705호) 이후 벌써 17개월 연속 감소세다.

통상 입지나 분양가, 브랜드 등이 좋지 않아 수요자에게 외면 받았던 미분양 물량이 갈수록 줄어드는 건, 집값 폭등에 따른 수요자의 불안한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불안한 전세가격과 구축 아파트값 상승, 높은 평균 청약 가점, 매물 부족 등이 맞물리면서 수요자들이 미분양 주택으로 눈을 돌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분양 선택한 수요자들, 재미 볼까?

전통적으로 업계에서는 '미분양 물량 6만호'를 부동산시장의 활황과 불황을 가늠하는 척도로 봐 왔다.

2000년 이후로 보면, 미분양 물량은 2007년 10월 처음 10만호를 돌파했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장이 급격히 침체된 2009년 3월 16만5,641호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미분양 물량은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여 2014년 12월 4만호까지 낮췄지만 1년 만인 2015년 12월에 다시 6만호대까지 치솟았다.

2015년 12월 6만1,512호에서 올해 11월 2만3,620호까지 최근 5년 사이 미분양 물량이 크게 줄었다는 건 그만큼 건설사에 호재라는 의미다.

최근에는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터라, 미분양 물량이 나와도 금세 소진되는 분위기다. 29일 진행된 서울 은평구 ‘DMC파인시티’ 미계약분 잔여 1가구 무순위 청약은 사상 최고의 경쟁률인 30만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 물량이 있으면 공사비를 거두지 못해 건설사가 큰 위험을 안게 되지만 지금은 미분양이 나와도 모조리 소화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분양 주택 매입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건설 후 분양에 실패했다는 건 뭔가 단점이 있어서였는데, 분위기에 휩쓸린 매수로는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워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미분양 주택은 입지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1차적으로 외면 받은 곳"이라며 "당장은 조급증과 불안감으로 일단 집을 장만하고 보자 하겠지만 시장이 냉각되면 가장 먼저 악영향을 받게 될 위험이 있어 신중히 조건을 파악하고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0123015210000860?di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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