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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희비'갈린 유통업계...지각변동 -ing

2020년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닥친 위기에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시스템이 급변의 물살을 탔다. 각종 산업 간의 희비가 갈리며 세상의 변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우리의 삶과 밀접한 제조·유통업 분야는 이런 흐름을 더욱 절실히 느끼고 있다. 주 대면 수단이 아닌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도전이 활발하고 소비자가 찾는 물건에도 큰 격차가 생겼다. 이에 바쁘게 변화하고 있는 유통업계의 한 해를 되돌아보려 한다.  
 
코로나19로 1년 내내 한숨을 내쉰 업계는 단연 오프라인 유통업계다. 대면 산업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각종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코로나19가 시작된 후 발을 동동 굴렀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소식이 들리기라도 하면 위기의 불이 켜졌다.
 
반면 온라인 유통업계는 발전을 거듭했다. 외출을 꺼리는 사회 전반적 분위기가 조성되며 자연스레 쇼핑을 위한 발걸음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유통업계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었던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자리를 온라인 기반의 이커머스 업체들이 엿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월부터 오프라인 매출은 7.5% 감소하고 온라인 매출은 34.3%로 큰 폭으로 신장했다. 반면 1월은 온·오프라인 매출이 각각 10.2%, 4.1% 동반 상승했다.
 
특히 백화점의 하락세는 뚜렷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잠시 주춤했을 당시 회복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지만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며 연말 대목마저 기대하지 못할 상황에 내몰렸다.
 
금융감독원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지난 3분기 누적 매출 1조8920억원, 영업이익 150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6.4%, 55.4% 감소했다. 현대백화점도 동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2476억원, 1168억원으로 11.4%, 52.5% 줄었다. 신세계백화점 또한 3분기 누적 매출액 1조2733억원, 영업이익 915억원으로 각각 7.4%, 52.3% 하락했다.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대형마트나 편의점은 백화점보단 상황이 나은 실정이다.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극에 달았던 상반기에 비해 실적이 반등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이번 해 2분기에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롯데그룹은 대규모 폐점을 예고하기도 했다. 홈플러스 또한 일부 매장을 매각 중이다.
 
하지만 식료품 등의 매출을 통해 대형마트들은 다시 미소를 되찾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소비자 심리에 맞춰 신선식품 등을 강화하고 각종 최저가 생필품을 내밀었다. 그 결과 올해 3분기 롯데마트의 매출은 1조5900억 원으로 전년대비 4.4%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20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보다 160.5% 급증했다. 이마트는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대비 9.7% 늘어난 3조8598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301억 원으로 11.15% 늘었다.
 
반면 언택트 채널은 급부상하며 ‘주문폭주’로 인한 업무 마비에 대비하기도 했다. 집콕족이 증가하며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소비가 줄어든 대신 온라인 유통업체를 이용하며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다.
 
이마트 IR 자료에 따르면 SSG닷컴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95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4% 증가했다. 또한 SSG닷컴 선물하기 서비스 매출도 전년 동기간 대비 64.6% 증가했다. 이외에도 각종 이커머스 업체들은 인력을 확충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코로나19는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여행과 연관된 면세점 등의 수요는 자연스레 줄었지만 마스크와 같은 각종 위생용품, 건강기능식품, 가전제품 등은 매출이 증가했다.
 
그 중 이번 해 가장 두드러지는 소비는 ‘명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해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두 ‘명품 할인’을 내세운 기획전을 내놓기 바빴다. 백화점들은 연이은 하락 속에서 3분기에 신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패션, 뷰티 등에선 힘을 빼고 명품에 주력한 것이 신장의 원인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올해 1~3분기 명품 매출 신장률은 롯데 18.9%, 현대 14.2%, 신세계 16.2% 등을 기록했다. 또 롯데백화점은 본점을 비롯한 일부 지점에서 1층의 화장품 매장을 없애고 명품 매장을 배치하기도 했다.
 
이렇듯 해외 명품 브랜드의 수요가 증가한 이유는 코로나19로 위축된 심리를 보상하기 위함으로 분석됐다. 평년이라면 해외여행 등의 소비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했지만 이동이 제한된 만큼 해당 분야의 소비가 막혔기 때문이다. 이에 높은 가격의 해외 명품 구매를 통해 이런 심리를 보상하려는 ‘보복소비’가 소비자들에게 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생활필수품은 ‘최저가’ 경쟁에 돌입했다. 내부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증가하며 각종 생필품과 식료품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쓱데이, 최저가보상, 극한가격’ 등을 내세우며 고객 몰이에 바빴다.
 
실제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앞으로 유통 시장은 '초저가'와 '프리미엄' 두 형태만 남게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유통업계는 ‘프리미엄’과 ‘최저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보복소비는 대한민국 쇼핑주간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에도 영향을 미쳤다. 코세페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을 내걸면서 시작돼 올해 8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저조한 할인율과 참여율을 보였다. 소비자들에게 홍보마저 부족해 명성 또한 저조했다.
 
특히 2018년에는 코세페가 단 10일 개최되기도 했다. 참여기업 또한 231개로 이마저도 유통업체가 대부분(96개)를 차지했다. 2017년도에 446개사가 참여한 것에 비하면 절반 가량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해 코세페는 전조부터 심상치 않았다.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들이 참가하고 전국적으로 행사가 진행되며 ‘진정한 국가적 행사’로 자리잡았단 평이다. 이번 해 코세페에 참여한 업체의 수는 약 1300여 개로 자연스레 제조사의 비중도 증가했다.
 
이를 통해 가장 침체됐던 백화점의 매출이 증가하는 등의 성과를 보였다. 지난 11월 1~5일 백화점 3사의 오프라인 매출은 약 11.0% 증가해 4138억 원에 달했다. 성적 부진으로 인한 업계의 회복 기대와 소비자의 보복심리가 합쳐지며 역대 최대 성과를 낸 것이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는 없다. 아직까지도 높지 않은 할인율과 제조사 참여율이 고민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할인율이 90%에 달할 정도의 충격적인 가격을 볼 수 있다. 이는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로부터 상품을 직매입 해오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유통업체는 상황에 맞춰 대폭 할인율을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유통업체들이 제조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으며 판매 공간을 대여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통업체 자체에서 할인율 조정이 어렵다. 이에 코세페의 제조업체 참여가 큰 숙제로 남게 된 것이다.
 
이번 해는 위기의 해로 모든 상황이 변화했다. 코세페는 그 속에서 예상치 못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앞으로의 성장을 위해선 끊임없이 고민에 빠져야 할 상황에 다다랐다.
 


◇ 배달에 사활건다...“물 하나도 배달되는 시대”
 
이번 해 가장 크게 성장한 분야는 단연 ‘배달업계’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음식 배달을 넘어서 이젠 물 한 병, 과자 하나도 배달이 되는 시대가 자리했다.
 
한편 유통업계와 배달업계의 구분도 모호해지는 ‘빅블러 현상(Big Blur·변화가 빨라져 전에 존재하던 것들 간 경계가 모호 해지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유통업계는 배달업을 눈여겨보고 있고 배달업계는 유통업계를 노리고 있다.
 
국내 최대 배달 어플리케이션인 ‘배달의 민족’은 지난해부터 ‘B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B마트’는 소규모의 생필품이 즉시 배달된다는 장점을 내세우며 빠르게 자리 잡았다.
 
B마트는 배달의 민족에서 직접 물류창고를 운영하며 주문 즉시 배달돼 약 30분 정도면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 코로나19의 힘까지 더해져 출범 1년만에 매출이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 히어로 또한 ‘요마트’를 선보였다. 요마트 역시 신선식품과 밀키트, 생활용품, 가정용품, 반려동물용품 등 3천개 이상 상품을 직접 매입해 판매하며 30분 이내 배달을 내세웠다.
 
반면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국내 최대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은 ‘쿠팡이츠’를 선보이며 배달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쿠팡이츠는 ‘치타배달’이 적힌 가게는 30분 이내로 배달되는 등 빠른 배달 속도를 장점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사업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오프라인 중소 업체들이 위축되는 결과를 낳았다. 규제 없이 대기업이나 각종 플랫폼들이 여러 사업에 뛰어들며 골목상권의 소비층을 앗아간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존 대형마트나 편의점은 판매 품목과 영업일수, 영업점 위치 등을 규제받고 있지만, 플랫폼 업체는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 플랫폼 업체의 불공정 행위를 조사해야 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http://www.today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8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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