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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유통가 결산 ①] 사회적 거리두기로 바뀐 유통 지도

2020년은 코로나19라는 전에 없던 위기 앞에서 우리 사회 시스템 전반이 변화한 해입니다. 전세계적으로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여행길이 막히고 사회적 교류가 끊어지는 등 사회, 경제, 교육, 문화 각 분야가 타격을 입었습니다. 실물 경제의 위기 이면에서는 온라인 비즈니스가 급성장하며 변화가 앞당겨졌습니다. 기업들은 사업 재편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위기에 적응하고 또 대응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생활 방식도 바뀌었습니다. 우리 생활과 밀접한 유통 업계의 모습도 변해가고 있습니다. 과거 흥했던 분야가 쇠하고 전혀 새로운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2020년 한 해 유통가를 정리하며 진행 중인 변화를 가늠하고 내년을 준비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총 5회 연재를 통해 올 한해 유통 시장을 되돌아봤습니다. 1회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달라진 유통 지도입니다. [편집자주]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올해 코로나19의 확산은 유통 지도를 빠른 속도로 바꿔놓았다. 외출자제나 대면 접촉을 꺼리는 분위기 속에서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위상은 줄어들고 온라인 기반의 이커머스 업체의 영역은 더욱 커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살펴보면, 국내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 이후인 2월부터 오프라인 매출은 7.5% 감소하고 온라인 매출은 34.3%로 큰 폭으로 신장했다. 직전 월인 1월 온·오프라인 매출이 각각 10.2%, 4.1% 동반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2월부터 본격적으로 온도차가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올해 내내 지속됐다. 지난 상반기 전반을 살펴봐도 오프라인 매출은 6.0% 감소, 온라인은 17.5% 증가해 온라인 유통업체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구체적으로는 대형마트, 백화점, SSM(기업형 슈퍼마켓) 매출이 각각 5.6%, 14.2%, 4.0% 급감했고 그 중 편의점 매출은 1.9% 소폭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소비 확산으로 온라인 매출은 크게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위기는 온라인 시장의 급성장으로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예견돼 왔지만 코로나19가 그 변화를 더욱 앞당겼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롯데백화점 전경. (롯데백화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실적부진으로 울상인 백화점·다시 반등한 대형마트

올해 현대·롯데·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 3사는 코로나19라는 악재 앞에서 맥을 추지 못했다. 백화점, 아울렛, 복합쇼핑몰 등 대형 점포는 특히 코로나19 초기였던 지난 2월 말부터 확진자 동선이 확인될 때마다 영업을 조기마감하거나 일일중단하는 등 타격을 피해갈 수 없었다. 

금융감독원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국내 주요 백화점들 모두 코로나19라는 직격탄을 피해가지 못하고 매출 규모가 줄어들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3분기 누적 매출 1조8920억원, 영업이익 150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6.4%, 55.4% 감소했다. 현대백화점도 동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2476억원, 1168억원으로 11.4%, 52.5% 줄어들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3분기 누적 매출액 1조2733억원, 영업이익 915억원으로 각각 7.4%, 52.3% 급감했다. 

아직 백화점 업계의 성수기로 불리는 12월 연말 대목이 남아있지만 정부가 현재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논의 중인 데다 이미 얼어붙은 소비심리 여파로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면 백화점 및 대형마트 등 300m2 이상 대규모 점포는 방역 지침에 따라 영업이 중단된다. 4분기 매출 감소 역시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업계 내에서는 이러한 악재 속에서 적자를 기록하지 않은 것만으로 선방했다는 말이 나온다. 그나마 지난해 대비 명품 매출이 20% 이상 증가하는 등 해외 명품을 중심으로 매출의 빈 곳이 채워지며 성장률 회복의 단초로 점쳐지기도 한다.

대형마트는 정부가 지난 5월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한 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배제되면서 올 상반기 부진한 성적을 보이는가 했지만 재난지원금 사용이 끝난 여름부터 반등을 이뤄냈다. 

특히 이마트는 재난지원금이 본격 사용된 5, 6월을 포함한 2분기 별도기준 매출이 3조5538억원, 영업손실이 150억원이었지만 3분기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면서 연초에 제시한 별도기준 매출 목표인 15조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이마트가 공개한 공시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이마트 누적 별도기준 총매출액은 14조9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다. 코로나로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대면 마케팅 위주인 오프라인 마켓이 대체로 주춤했던 상황에서 이마트의 성장을 이끈 동력은 새로운 먹거리로 내놓은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로 꼽힌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코스트코가 장악하고 있는 국내 창고형 시장에 연회비 없고 편리한 결제 시스템을 장점으로 내세워 안착한 오픈형 마켓이다.

롯데마트도 2분기 손실규모는 578억원으로 컸으나 3분기에는 반등에 성공해 오히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160% 넘게 올랐다. 이 같은 대형마트의 반등 요인은 식료품 수요 및 추석 선물세트 매출의 증가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SSG닷컴의 선물하기 서비스 화면. (SSG닷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집콕족에 웃는 홈쇼핑·언택트로 홈런 친 이커머스

언택트 채널인 홈쇼핑과 이커머스 업계는 코로나19로 집콕족이 늘면서 오히려 반사이익을 누렸다. 특히 1, 2차 대유행이 있을 때마다 더 높은 실적을 내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초기부터 수혜 업종으로 분류된 이유가 설명됐다.

주요 홈쇼핑 업체는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매출이 꾸준히 신장했다. GS, 현대, CJ, 롯데 등 주요 홈쇼핑 매출은 분기별로 적게는 8%에서 많게는 16%까지 성장했다. 이를 시작으로 대부분의 2분기와 3분기에 두 자릿수 신장을 기록하며 코로나 특수를 누렸다. 

특히 코로나 2차 확산이 있었던 3분기 GS홈쇼핑과 현대홈쇼핑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0% 증가하며 20~30% 성장을 예상했던 시장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3분기 누적 매출만 봐도 각각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6%, 11.4%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홈쇼핑 성장률이 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올해 유통가에 연말 대목은 없다는 말이 홈쇼핑 업계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홈쇼핑과 함께 코로나 시대의 강력한 소비 플랫폼으로 떠오른 것은 온라인 쇼핑몰을 비롯한 이커머스다. 

특히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 쇼핑몰인 SSG닷컴은 올해 성장과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으면서 오프라인 기반 유통 대기업의 온라인 전환 성공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이마트 IR 자료에 따르면 SSG닷컴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95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4% 증가, 1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영업 손실도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4분기나 내년 상반기 중 흑자 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SSG닷컴의 전체 매출 중에서도 성장률이 가파른 분야는 신선식품이다. 패션 카테고리와 백화점몰도 성장을 견인하는 한 축으로 분류된다. 올해는 SSG닷컴 선물하기 서비스 매출도 전년 동기간 대비 64.6% 늘면서 언택트 시대의 새로운 소비 양상을 보여줬다. 온라인 장보기 시장이 점점 커져감에 따라 SSG닷컴은 온·오프라인 시너지 강화에 더욱 힘쓸 것이란 계획을 내놓았다. 

올해 언택트 트렌드 아래 급성장을 이룬 쿠팡과 마켓컬리 등 대규모 이커머스 업체들은 성장에 따른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물류를 비롯한 IT, MD 등 전 영역에서 공채를 진행하며 성장폭을 가늠하게 했다. 

쿠팡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격적인 인력 확충에 나섰다. 주문량 폭증으로 배송직원만 5000명 넘게 신규 채용하고 글로벌 물류 전문가 양성을 위해 로지스틱스 리더십 프로그램을 통한 두 자릿수 인력도 충원할 예정이다. 쿠팡은 인력 확충과 더불어 다방면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성장세를 몰아 내년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사업 확장과 인력 확충을 진행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마켓컬리는 수백명 규모의 채용에 돌입했다. 내년에 문을 여는 김포 물류센터 관련 인력과 함께 서비스를 확장하고 고도화시키기 위해 IT 분야 경력 개발자도 수시로 채용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면세점 등 오프라인 점포에서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2020 코리아세일페스타 개막선언. (코세페 사무국)/그린포스트코리아
◇ 달라진 2020 코세페... 소비 기대심리에 역대 최대 기업 참여

올해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 속에서 기대 이상의 흥행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세페 추진위원회에 따르면 2020 코세페에 대한 기대심리는 전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고 참가 기업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올해 코세페 참여 기업은 1784개사로 전년도 704개사보다 2.5배 이상 늘어났다. 코로나19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던 기업들의 매출 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반영돼 참여율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소비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국내 카드 승인액은 코세페 기간 동안 37.4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올해 코세페는 철저한 방역을 전제로 참여 기업별 자율 세일행사를 진행하는 한편 사회적 거리두기로 온라인과 비대면 행사의 비중이 커졌다. 홍보 역시 온라인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이웃을 위한 코세페 하이파이브, 엄지척 챌린지 등 나눔 행사가 함께 진행된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행사 직전까지 공정거래위원회의 판촉지침 재개정 이슈로 백화점이 세일행사에 적극 참여하기 어려웠던 것과 달리 올해는 관련 규제가 한시적으로 유예됐다. 마트, 백화점, 이커머스 등 대형 유통채널이 대거 참여한 데다 제조·유통·서비스 업체들의 소비 진작을 지원하는 차원에서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백화점 주요 3사는 가전제품, 가구 등 행사 상품으로 전년 대비 5.4% 늘어난 1조5000억원이라는 오프라인 매출을 기록했다. 대형마트 주요 3사는 육류, 수산물, 식품군 매출 신장으로 전년 대비 1.4% 증가한 9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 온라인 주요 쇼핑몰 8개사 매출은 3조100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27% 성장했다. 

올해 코세페에서 특히 긍정적으로 평가된 점은 민간기업뿐 아니라 정부와 전국 17개 시도에서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모멘텀 마련에 나섰다는 것이다. 전통시장 세일행사, 농특산물 기획전 등 지자체 소비진작 행사를 위해 코세페 예산이 추가 반영되기도 했다.

다만 올해 코세페 역시 소비에만 무게를 두고 기업의 환경적 책임에 대한 지침이나 방안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아쉬움을 남겼다. 국내 최대 규모의 쇼핑 행사임에도 지속가능한 소비 기준에 대한 논의는 계속 뒤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http://www.greenpost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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