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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망할 줄은…대학생 들끓는 동네서 15년간 유령 신세

[땅집고] 서울 서대문구 이대 상권과 신촌 상권 중간쯤 위치한 신촌기차역 밀리오레 건물. 2006년 준공한 뒤 유령건물 상태로 방치돼 있다. /이지은 기자
 
[땅집고] 신촌기차역 밀리오레 건물 2~4층 점포. 낮에도 불이 꺼진 채 텅 비어있다. /이지은 기자

[땅집고] 지난 13일 서울의 대표적인 대학가 상권인 서울 경의선 신촌역. 역사 바로 왼쪽에 외벽을 회색으로 단장한 대형 쇼핑몰이 자리잡고 있다. 지역 주민과 바로 옆 이화여대 학생들은 ‘신촌기차역 밀리오레’라고 부른다. 이 건물이 들어선 지는 15년이 지났지만, 5~6층 영화관을 제외하면 텅텅 비어 있다. 외벽에 아직도 ‘임대분양’이라고 적힌 빨간 현수막이 걸려있다. 장사가 가장 잘된다는 1층 대로변 점포 10여 곳도 모두 비어 있다. 사실상 유령 건물이나 다름없다.

한 지역 주민은 “가끔 지나가다 쳐다보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건물 입구에는 ‘새단장을 위해 부득이하게 불편을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예쁜 모습으로 다시 뵙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하지만 ‘예쁜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2~4층 점포 유리창에는 ‘외부인 출입금지’ 전단이나 테이프로 만든 ‘X’자 표시를 달고 있었다.
 
[땅집고] 신촌기차역 밀리오레 건물 1층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현수막. /이지은 기자

신촌기차역 밀리오레는 2006년 준공한 지하 2층~지상 6층, 연면적 3만㎡ 대형 복합쇼핑몰이다. 동대문 의류쇼핑몰 ‘밀리오레’를 운영하는 성창F&D가 2004년 민자역사인 신촌역을 소유하고 있는 신촌역사㈜로부터 임대사업권을 따낸 뒤, 총 1200억원을 들여 신축한 뒤 분양에 나섰다. 입지가 좋아 건물을 지을 당시에는 “랜드마크 상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전모(25)씨는 “대학에 들어온 뒤 이 건물에서 영화관 빼고 장사하는 점포를 한 번도 본 적 없다”고 말했다.

■ 5년 소송전에 상가 활성화 방치

 
[땅집고] 성창F&D가 신촌기차역 민자역사에 밀리오레 브랜드를 달고 임대분양할 때 활용한 홍보 전단.

서울 알짜배기 땅에 들어선 이 상가는 준공도 하기 전부터 ‘허위 과장 광고’로 소송에 휘말렸다. 성창F&D는 신촌역사㈜로부터 이 건물 1~4층을 2006년부터 30년 동안 임차하는 계약을 맺고, 수분양자들에게 상가를 의류쇼핑몰(밀리오레) 테마로 임대분양했다. 약 1.2평 짜리 점포 한 칸 당 분양가가 적게는 5000여만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에 달했다.

성창F&D는 분양 당시 “신촌기차역이 경의선 복선화 사업 구간에 포함돼 열차가 하루 5~10분 간격으로 총 288회 드나들면서 상가가 ‘분수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열차 정차 횟수가 시간당 1회에 불과했다. 준공 무렵 유동 인구는 턱 없이 적었다. 결국 분양받은 124명이 2007년 분양대금 반환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5년 만인 2012년 성창F&D가 수분양자들에게 총 188억원을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장기간 소송이 진행되면서 건물이 방치됐다.

■ 면세점·복합문화공간 추진…한한령과 코로나에 발목

 
[땅집고] 신촌기차역 밀리오레 4층에 임시로 개점했던 탑시티면세점 내부. /조선DB

상가가 살아날 기회도 있었다. 한 때 면세점 등이 대규모 입점을 추진했던 것. 2016년 탑시티면세점이 2~4층을 빌려 면세점을 차리기로 했다. 그러나 이듬해 사드(THAAD) 문제로 중국이 한국 여행 금지령(한한령·限韓令)을 내렸다. 이화여대 상권을 먹여살리다시피했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급감하면서 면세점 개장일이 점점 미뤄지다가 결국 4층만 임시 오픈했다가 끝내 사업이 중단됐다.

올 초에는 SM(삼라마이다스)그룹이 1~4층 상가 운영권을 200억원에 인수했다. SM그룹은 푸드코트·베이커리·카페 등 식음료매장을 비롯해 복합 스포츠 문화공간, 패션·스포츠·아웃도어몰을 입점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상가 활성화 자체가 어려워졌다.

■ 임대주택 전환도 가능성 적어

 
[땅집고] 신촌기차역 밀리오레 분양회사와 수분양자들의 갈등이 극에 달했을 당시 건물에 걸렸던 현수막들. /커뮤니티 캡쳐


서울 요지에 들어선 신촌기차역 밀리오레가 텅 빈 채 방치되자, 관할구청이 나섰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지난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신촌 역사를 청년들에게 임대주거 공간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제안했다. 김 장관은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촌기차역 밀리오레 상가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해서다. 허준녕 서대문구청 주무관은 “서울시에도 임대주택 활용 방안을 제안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 2036년까지 운영권을 갖고 있는 SM그룹이나 토지주인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협의도 진행해야 한다. 고성훈 SM그룹 이사는 “운영사 입장에선 임대주택은 상가에 비해 임대효율성이나 수익률이 떨어지고,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면 이후에도 유지·보수 비용이 만만치 않아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ttp://realty.chosun.com/site/data/html_dir/2020/12/15/202012150242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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