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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유통업계, 백화점은 '열고' 대형마트는 '닫는다'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생존을 위한 행보가 엇갈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도 백화점은 내년 신규 점포 오픈을 단행하는 가운데, 대형마트는 줄줄이 폐점 소식을 전하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내년을 목표로 '초대형 프리미엄' 신규 점포를 온픈한다. 
현대백화점은 2021년 2월 서울 여의도 파크원에 여의도점을 개점한다. 현대백화점의 전사 역량을 집중한 것으로 알려진 해당 점포는 영업면적만 8만9100㎡(약 2만7000평)으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뛰어넘는 서울에서 가장 규모가 큰 백화점이 된다. 

현대백화점은 여의도점을 ‘고객들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라는 컨셉으로 해외 유명쇼핑몰처럼 대형 보이드(건물 내 오픈된 공간) 및 자연요소를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는 2021년 8월을 목표로 대전 엑스포 부지에 ‘사이언스콤플렉스’ 개점을 준비 중이다. 사이언스콤플렉스는 약 6000억원을 들여 지하 5층, 지상 43층 규모로 건립 중으로 복합문화·상업단지다. 완공 시 높이는 193m로 대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되며, 꼭대기에는 전망대가 설치될 계획이다. 

사이언스콤플렉스는 신세계백화점의 점포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대전 엑스포의 이미지를 살려 과학테마파크와 사이언스센터 등이 입주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의 개념이 아닌 '복합 공간'으로 구상됐기에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며 “내년 소비 회복세와 맞물려 시장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화점업계가 신규 점포 오픈을 취소나 연기 없이 정상 진행하는 것은 점차 코로나19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체적으로 '온택트' 마케팅에 힘을 쏟아 온오프라인을 통합하고 있고, 무엇보다 보복심리로 인해 명품의 인기는 꾸준히 유지돼 실적 개선을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겨울 정기세일에서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5% 증가했으며,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도 명품 매출이 각각 23.9%, 18% 증가했다. 

이에 반해 대형마트는 정부의 월 2회 주말 의무휴업, 심야영업 금지 등이 담긴 영업규제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부진에 따라 폐점을 결정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올해 초 운영 효율성과 수익성 개선을 위해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의 700여개 점포 중 약 30%인 200여개를 3~5년안에 순차적으로 정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롯데마트 매장은 올해 안에 16곳을 정리하겠다고 발표했고 이에 따라 12개 매장이 점포정리에 들어갔다. 올해 미처 정리하지 못한 4곳은 내년에 추가 폐점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도 지난 6월 오프라인 유통업의 불황과 코로나19 영향으로 급격한 매출 감소 등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하기 위해 매장 자산유동화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며 점포 정리에 나섰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올해에만 안산점과 대전탄방점, 대전둔산점과 대구점의 매각을 확정지었다. 

한편 업계에서는 대형마트 한 곳이 문을 닫으면 수백명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보고있다. 신규 출점은 없는 가운데 폐점하는 매장만 늘어 결국엔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폐점한 매장의 직원들의 고용은 인근 매장으로 전환배치되는 등의 방식으로 보장되지만 원거리 출퇴근에 대한 부담으로 퇴사를 결정하는 직원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오프라인 유통업계, “유통 규제는 글로벌 추세 역행”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는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아닌 ‘출점과 영업 규제’를 강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통과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정통시장과 중소상인을 보호하겠다는 이유에서다. 

개정안에는 출점 규제 지역을 종전 전통시장 반경 1km 이내에서 20km까지 확대하는 내용과 월 2회 의무 휴업과 심야영업 금지 등을 적용하는 영업규제 대상에 현행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 외에 복합쇼핑몰, 백화점, 면세점을 추가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백화점, 면세점 등도 큰 타격을 입게 되는 셈이다. 

이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는 유통 규제 강화 방안이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미국은 소매점포에 대한 직접적인 유통 규제가 없어 월마트 등 대형업체의 자유로운 진입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업체간의 경쟁이 이뤄지고 가격 인하 효과와 서비스 질 향상을 끌어냈다는 평가다. 영국은 도심 외 지역에 2500㎡ 이상 규모의 점포를 설립할 경우 도심 내에 설립 공간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하는 등 도심 내 출점을 장려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국내 유통업체의 경우 출점 시마다 지역상인·지자체 등의 요구사항이 매번 달라 애로사항이 많다"며 "때로는 무리한 요구를 해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들어주는 경우도 있어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통 규제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 이전에 유통 규제가 유통 환경 변화에 적합한지에 대한 정책 효과 분석이 필요한 시기”라며 “유통 규제를 완화하는 글로벌 추세와 온라인 시장으로 재편되는 유통시장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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