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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뉴스

한때 5000명 일했는데…줄줄이 무너지는 미국 쇼핑몰

[땅집고] 올 5월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JC페니 백화점. /게티이미지

우리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 풋볼 경기장 5개와 맞먹는 50에이커(약 6만1200평)에 달하는 오피스 파크가 있다. 사무 공간만 190만 제곱피트(약 5만3400평). 바로 미국의 대표적 백화점 브랜드 JC 페니 본사다. 1992년 JC 페니가 뉴욕 맨해튼 본사에서 텍사스주 플레이노시로 이주하면서 지은 캠퍼스다. 한때 직원 5000여명이 일하던 곳.

하지만 이제 과거의 영광이 됐다. 올해 5월 파산보호 신청을 한 후 조용히 이 거대한 본사 캠퍼스를 비우고 있다. 팬더믹 이후 대부분 직원이 집에서 일한다. 지난 몇 개월간 임대료도 내지 못했다. 결국 설립자인 제임스 캐쉬 페니의 동상만이 중앙 로비에 덩그러니 남아있다. 118년의 화려한 역사를 가진 리테일 거인이 집까지 잃은 꼴이다. 이는 비단 JC 페니만의 일은 아니다. 수많은 대형 리테일러들이 부도에 내몰리고 있다. 이런 대형 임차인의 몰락은 쇼핑몰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대형 소매점 연쇄 부도

코로나 팬더믹이 오기 전부터 미국의 몰(mall)과 소매점은 위태로운 외줄타기를 해왔다. 벌써 약 5년 전부터 시작된 조정이다. 2018년 미국에서 1만2000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2019년에도 이런 추세는 계속됐다. 코로나로 올해는 눈 위에 서리까지 덮은 격이다. 아예 몇 달째 문을 열지 못한 매장이 부지기수다. 수많은 리테일이 부도에 몰렸다. 올해만 제이크루, 니만 마르코스, 브룩스 브라더스, JC 페니 등이 챕터11(파산보호)을 신청했다. 이에 따라 쇼핑몰을 소유한 상장 리츠도 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다.

수많은 쇼핑몰을 소유한 펜실베니아 부동산 투자 트러스트와 시비엘앤어소시에이트 프라퍼티즈(CBL&Associates Properties Inc.)가 최근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챕터11에 들어가 법원을 통한 기존 대출 조정으로 회생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사실 프랜차이즈 소매점과 다르게 쇼핑센터 자산을 보유한 부동산 트러스트가 부도가 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소매점보다 대출 구조가 훨씬 보수적이고, 수많은 임차인과 다년 계약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갖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부도난 임차인들이 자리를 비우고, 팬더믹으로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임차인이 늘면서 이를 버텨내지 못하는 곳이 나오고 있다.

 
[땅집고] 미국 워싱턴주 벌링턴에 있는 캐스캐이드 몰. 최근 문을 닫았다. /구글지도

■부실채권 사상 최대 수준

올 1~10월까지 리테일 자산이 담보인 총 금액 10억 달러에 달하는 76개의 대출만이 청산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반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대출 연장이나 이자를 내지 못하는 대출이 많다는 소리다. 한 대형 쇼핑몰 소유 회사 임원의 입을 빌리면 리테일 관련 부실채권이 사상 최대 수준이다.

팬더믹 영향으로 아예 문을 닫는 쇼핑몰도 늘어나고 있다. 영업이 되지 않아 수지가 맞지 않는 것이다. 피닉스에 위치한 메트로센터 몰, 워싱턴주 벌링턴의 캐스케이드 몰, 노스캐롤라이나 더럼의 노스게이트 몰 등이 최근 몇 개월 사이 문을 닫았다. 최근 미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면서 문을 닫는 쇼핑몰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백신 소식에 쇼핑몰 소유회사 주가 들썩

이에 따라 몰 소유주들은 누구보다 백신 보급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지난 11월 초 화이자의 백신이 90% 효과를 보였다는 뉴스가 나오자, 쇼핑몰을 보유한 부동산 트러스트 주가가 올랐다. 미국에서 가장 큰 쇼핑몰 소유 회사인 사이몬 프라퍼티 그룹 주가도 급등했다. 지난 11월 6일 61.86달러였던 주당 가격이 백신 뉴스 발표 후인 11월 9일 79.1달러로 28%나 상승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사이먼의 주식은 주당 150달러에 달했었다.

 
[땅집고] 최근 3개월 미국 사이먼프라퍼티그룹 주가 추이. /사이먼프라퍼티그룹

코로나 이전부터 리테일과 쇼핑몰의 체질 변화 시도는 활발했다. 기존 대형 백화점 자리에 피트니스나 대형 식료품점을 넣거나, 푸드코트 등을 강화해 지상과제인 방문객을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팬더믹은 이런 변화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물론 임차인에게는 기회다. 이보다 더 좋은 조건에 임대 공간을 확보할 수 없다. 성장을 노리는 소매점이라면 요지를 선점할 수 있다. 투자자에게도 기회다. 부실한 몰을 저렴한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열렸다.

■체질 개선 위한 고난한 조정

매년 11월은 미국에서 ‘쇼핑의 달’이다. 일년 중 가장 세일을 많이 한다는 블랙 프라이데이가 있기 때문이다. 보통 미국 대형 쇼핑몰들은 추수감사점 휴일인 11월 넷째 주 목요일 낮에 문을 닫았다가 오후 10시쯤 문을 열고 밤샘 영업을 한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코로나로 안전하게 금요일 아침부터 문을 여는 쇼핑몰이 많다. 이 또한 쇼핑몰 매출에는 부정적 영향이다. 하지만 간만에 금요일 아침부터 쇼핑몰 앞에 줄을 서는 미국인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인은 쇼핑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쇼핑을 스포츠처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온라인 쇼핑만이 미국인을 만족시킬 수 없다. 오프라인 쇼핑몰 몰락은 없다는 소리다. 더 건강해지기 위한 고단한 조정이 있을 뿐이다.
http://realty.chosun.com/site/data/html_dir/2020/12/08/202012080265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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