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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뉴스

팬데믹 시기, 부동산 시장의 두 모습

미국의 부동산 전문 분석기관, 리얼 캐피털 애널리틱스(RCA)에서 최근 발표한 통계자료가 국·내외 부동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RCA는 아시아 지역 3분기 상업용 부동산 투자시장의 규모를 26억 달러로 추산하며, 작년 동기 대비 38%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모든 국가에서 투자 규모가 감소하였는데 예외적으로 한국은 작년 동기 대비 22%나 증가했고 더구나 한국보다 시장 규모가 2배 이상 큰 일본과 중국 등의 국가를 제치고 아시아에서 1위를 기록했다.


경제 성장이 정체되며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라는 환경은 팬데믹 이전부터 어느 나라에서나 유사하게 지속됐다. 물론 팬데믹 이후 각국 정부가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으나 유독 한국에서 3분기 투자 시장이 더욱 활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좋은 매물이 많았다는 점과 팬데믹 발생 이후에도 임대시장의 공실률이 급격히 상승하지 않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경제가 하락하고 미래에 대한 전망이 어려워지면 투자자들은 우량물건을 선호하게 되는데, 팬데믹 이후 경제는 눈에 띄게 어려워지고 시장 예측은 거의 불가능해지면서 불안감이 증폭되자 우량물건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가 더욱 공고해졌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에서는 5000억원을 상회하는 대형 거래의 종결이 3분기에 집중돼 그 결과 투자 규모를 키웠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임대시장의 공실률은 여전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9월 말 기준, 서울 대형 오피스 시장의 평균 공실률이 12.4%이고, 특히 여의도의 경우 파크 원 프로젝트의 준공으로 53층과 69층이라는 초고층 오피스 2개동이 공급되어 공실률은 역대 최고치인 27.2%를 기록했다.

여의도에서도 파크원 2개동을 제외하면 공실률은 지난 2분기보다 1%포인트 감소하여 공급 증가가 공실률 상승을 주도했다고 파악되지만 팬데믹 발생 이후 임대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공실률은 상당 기간 높은 수준에 머물 것이다.

2019년에도 임대수요의 뚜렷한 증가 없이 유동성이 밀어붙인 오피스 가격이, 몇몇 사례에서 신고가를 기록했는데 팬데믹 시기에 투자시장은 거의 매번 신고가를 기록하고 임대시장은 정체된 모습이 더욱 확연해졌다. 오히려 두 시장의 괴리가 팬데믹의 영향에 따른 현상으로도 보인다.

3분기 도심과 강남 지역의 평균 공실률은 지난 분기와 유사하지만 평균이 설명하지 못하는 내용은 사뭇 다르다.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과 상대적으로 선방하거나 오히려 성장하고 있는 기업들의 오피스 수요 증감이 뚜렷하다. 주로 중동 지역에서 플랜트, 신도시 건설 등을 하고 있던 우리나라 건설회사 중 일부는 코로나가 그 지역에서 빠르게 확산되자 사업이 지연, 표류하여 사업장을 철수했다.

이와 함께 프로젝트를 위해 서울 주요 건물에 세워졌던 합동사무소도 축소되거나 아예 없어지면서 임대수요의 감소를 가져왔다. 이외에도 외국 관광청, 소형 자산운용사, 일부 콜센터, 외국 기업의 한국지사 등이 사업을 접거나 오피스 면적 축소, 저렴한 지역으로 이전하는 경우가 목격됐다.

반면에 비대면 금융 서비스 업종, IT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업체, 게임업계 등은 사무실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투자중개업 최종인가를 받아 증권사 설립을 앞두고 있는 간편송금앱 회사의 경우 지난 1년간 꾸준히 오피스 면적을 확장했음에도 여전히 부족해 기존 빌딩에서 추가 임차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주요 게임업체 중 일부는 본사가 있는 판교의 공실률이 0에 가까워 서울에 지점을 내기도 한다.

투자시장과 임대시장의 온도차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투자시장도 향후에는 이번 3분기와 같은 투자 규모를 달성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대형 매각 건이 거의 종결되었고 우량 물건이 줄어든 상황에서 리스크가 높은 물건에도 투자가 이뤄지기에는 팬데믹 상황이 여전히 예측불가하기 때문이다. 백신 개발이 시장에 확신을 주고 임대 수요가 골고루 살아나는 모습이 목격되면서 우량물건 외 다양한 물건들의 거래도 늘어날 때 시장은 팬데믹 시기를 벗어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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