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독립 심사 없이 대체투자 못…

증권사, 독립 심사 없이 대체투자 못한다

앞으로 증권사가 따낸 대체투자 딜을 최종 확정할 때 영업 부서로부터 독립된 심사 없이 투자를 마무리할 수 없게 된다. 증권사 내 대체투자 심사 완료 부서를 딜 소싱 등 영업 부서와 전면 분리해 실적 달성을 위한 요구가 투자의 최종 판단에 반영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다.
금융감독당국은 실적을 늘리기 위해 투자 부서가 대체투자 심사 과정에 관여해 적절하지 않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또 가이드라인에는 증권사 고유재산 투자, 셀다운(총액인수 후 기관에 재매각) 목적 투자 때 인수 가격의 적정성 등을 따져 무리한 가격에 대체투자 자산을 매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도 담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금융투자협회와 이러한 내용을 담은 '금융투자회사의 리스크관리 모범규준' 개정안 초안을 마련하고 협의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은 대체투자 관련 대형 증권사 등 업계를 포함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해왔다.

새 증권사 대체투자 가이드라인은 금투회사의 리스크관리 모범규준 중 '부동산 PF 리스크관리' 항목에 대체투자 항목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마련된다. 새 모범규준은 이르면 이달 말 나올 전망이다.

가이드라인은 대체투자 시작 단계부터 마무리 단계까지를 망라할 예정이다. 투자 계획, 투자 심사, 사후 리스크 관리, 위기상황 점검 등 투자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세세한 가이드라인이 나오는 것이다.

금감원은 영업 조직이 의욕적으로 투자 완료해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대체투자 심사 부서에 의견을 내는 행위가 증권사 자산건전성에 악영향을 준다고 판단하고 부서 분리, 의견 차단 등을 준수하도록 하는 내용을 가이드라인에 담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사 영업부서는 투자 계획, 실행, 마케팅, 자금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을 말한다. 딜을 따오는 투자은행(IB) 부서와 셀다운 역할을 맡는 법인 영업, 리테일 조직 등을 모두 포괄한다. 영업 부서의 목소리가 투자 심사에 반영될 시 부실한 해외 대체 자산까지도 매입해 증권사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또 증권사 고유재산이나 셀다운 목적의 투자자산 인수 시 가격의 적정성 등을 따지도록 해 터무니없는 가격의 인수를 막기 위한 조치도 가이드라인에 담긴다. 증권사는 자산 매입 때 적정 가격 산출을 위해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그 평가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조치 또한 국내 증권사 간 가격 경쟁으로 해외 부동산 인수 때 높은 가격을 제시하게 돼 비싼 가격에 부동산을 사들이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이다. 증권사가 인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비싼 가격을 제시했다가 급작스러운 금융 위기를 맞이했을 때 리스크를 모두 떠안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외에도 증권사가 투자 때 실사를 필수적으로 이행하도록 하고 심사·관리 조직의 운영 방안, 기간별 사후 모니터링 횟수 등도 정해진다. 또 금감원은 리스크 관리 조직이 투자 심사에만 그치지 않고 인수 후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을 주문할 방침이다.

금투협 모범규준은 금융투자회사가 위반할 시 제재를 받는 법규와 달리 자율적으로 지키게 돼 있다. 일종의 권고 성격이지만 모범규준이 개정되면 증권사는 내규를 바꾸는 방식으로 금융당국의 지침을 따르게 된다.

가이드라인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윤 원장은 연내 대체투자 리스크 관리를 위해 상세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종합관리시스템 구축하고 업권별 대체투자 리스크에 대한 상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6월12일 '연기금의 대체투자' 심포지엄에서 "대체투자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경영실태평가 항목 마련하는 등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전문성, 객관성을 고려해 대체투자 피해를 줄이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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