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 한강변 노른자 땅으로 통하는 용산구 한남재정비촉진구역(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에 관심이 높다. `황제 뉴타운`으로 불리는 이곳 사업은 속도에 탄력이 붙었다. 지난 6월 한남3구역이 시공사를 선정한 데 이어 최근에는 2구역이 서울시 건축심의 문턱을 넘었다. 지지부진하던 남은 구역 사업들도 속속 본궤도에 오르면서 용산구 한강변 일대 개발 기대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한남뉴타운이 일반분양 시장에 선보이려면 최소 내후년 상반기는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3구역 기준이고, 나머지 3개 구역은 시기가 더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강남과 강북 도심권을 편하게 오갈 수 있는 데다 한강을 남쪽으로 보는 조망권도 강력해 개발이익을 선점하고자 재개발 투자에 미리 나서는 수요도 높다.
한남뉴타운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보광동·이태원동·동빙고동 일대 111만205㎡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2003년 뉴타운으로 지정됐다. 5개 구역으로 돼 있었는데 구역에서 해제된 한남1구역을 제외한 한남2~5구역에서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워낙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다 보니 15년 넘게 개발이 지지부진했는데 최근 들어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 한남2구역, 이태원역 가장 가까워
한남2구역은 지난 8월 11일 서울시 건축위원회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건축심의는 개발 인허가에 앞서 도시 미관과 공공성 확보 등을 따져보는 절차로, 사업시행계획인가 직전 단계다. 아파트 설계 등에 관한 부분이 이 단계에서 정해진다. 재개발 사업에서는 가장 까다로운 단계 중 하나이기 때문에 한남3구역에 이어 한남2구역도 사실상 재개발 확정 단계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남2구역은 특히 지난 9월 23일 사업시행인가 계획안을 용산구청에 제출해 최대 30% 임대주택 비율 적용을 극적으로 피했다. 재개발구역은 전체 주택의 최대 20% 수준에서 의무적으로 임대아파트를 짓게 돼 있었는데 이 비율이 9월 24일을 기점으로 최대 30%까지 올랐다.
한남2구역 재개발은 용산구 보광동 일대 8만2821㎡ 땅에 새 아파트 1537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한남뉴타운 중에선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이 가장 가깝다. 이태원관광특구도 접근하기 쉽다는 뜻이다. 다만 재개발 이후 아파트 단지가 가장 적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사업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은 부담이다.
◆ 5816가구 매머드급 한남3구역
한남뉴타운에서 가장 사업 속도가 빠른 한남3구역은 6월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뒤 순조롭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남3구역은 총 사업비만 약 7조원, 예정 공사비만 1조8880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 재개발 사업지다. 앞으로 한남3구역은 지하 6층~지상 22층, 197개동 총 5816가구(임대 876가구)의 매머드급 대단지 `디에이치한남`으로 다시 탄생한다.
한남3구역은 당초 지난해 12월 시공사 선정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시공사 간 경쟁 과열 때문에 불법 수주 논란이 일며 시공사 입찰이 무효화됐다. 이후 검찰 수사, 재입찰,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일정이 지연되면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난해 3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뒤 1년3개월 만에 시공사 선정 절차를 마무리 짓는 등 빠르게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남3구역 조합은 이르면 내년 6월 착공해 2024년 완공한다는 목표다.
현대건설은 한남3구역에 현대백화점을 입점시킨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구역 전체가 언덕으로 돼 있어 일부 가구는 한강 조망권을 톡톡히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경사가 상당한 것은 한남3구역의 단점이기도 하다.
◆ 한남4구역, 상가 조합원이 많은 점은 부담
2595가구 규모 새 아파트를 지으려는 한남4구역은 2018년 11월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서울시에 제출하고 인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동안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신동아아파트를 철거하기로 결정하면서 조합 안에선 사업 기대감이 부쩍 높아졌다. 서울시는 오산중·고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는 한남4·5구역의 연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인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남4구역의 특징은 사업성이 가장 좋다는 사실이다. 대개 재개발 사업에선 조합원 수가 적을수록 사업성이 좋다. 아파트 일반분양분을 많이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남4구역은 조합원 수가 1200명으로 한남2구역(909명) 다음으로 적지만, 재개발 사업 후 가구 수는 2구역보다 70%가량 많다.
또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이 개통될 경우 동빙고역(가칭)이 근처에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 역세권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하지만 상가 조합원이 다른 3개 구역보다 많은 부분은 부담이다. 재개발 사업에선 주택 조합원이 상가 조합원보다 많은 것을 유리하게 생각한다.
◆ 한남5구역, 노른자 입지 주목
한남5구역은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 `변전소 이전 문제`였다. 하지만 최근 한국전력과 변전소 이전에 합의하면서 큰 고비를 넘겼다. 한남5구역 조합은 6월 보광변전소 이전과 관련해 변전소 용지를 당초 5500㎡에서 3100㎡로 축소하고, 이전 관련 비용을 조합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한국전력과 합의에 성공했다.
5구역은 현재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준비 중이다. 동빙고동 일대 용지가 18만6781㎡인 한남5구역에는 2634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 구역의 가장 큰 장점은 한강변과 바로 맞닿았다는 것이다.
거의 평지에 가까운데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입지가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용산민족공원이 완성되면 걸어서 접근이 가능해 `공(원)세권`도 누릴 수 있다.
한남5구역 조합 관계자는 "변전소 용지 면적이 기존 안보다 2400㎡가량 감소하면서 이 땅을 활용해 사업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촉진계획 변경과 건축심의 등 남은 인허가 절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비구역 해제된 1구역도 공공 재개발 검토
2018년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면서 사업을 포기하는가 싶었던 한남1구역에서도 최근 사업 재개 분위기가 감지된다. 최근 정부의 8·4 공급 대책으로 해제지역도 공공 재개발을 허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사업 재개를 검토하는 분위기다. 공공 재개발로 진행하면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제외되고 용적률과 기부채납이 완화되는 등 각종 인센티브를 얻을 수 있다. 한남1구역 주민은 "대로변 상가를 제외해 구역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업을 다시 추진하자는 계획이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완료되면 1만200여 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 서쪽으로 동부이촌동, 동쪽으로는 한남동 한남더힐·나인원한남 등 전통 부촌과 인접한 데다 북쪽으로는 남산, 남쪽으로는 한강 조망이 가능한 입지다. 서울 한가운데 위치한 만큼 강북·강남 어디로든 이동하기 쉽다는 것도 장점이다. 게다가 유엔사 용지, 캠프킴, 수송부 용지 등 주한미군 이전으로 생긴 `알짜 땅`과 가깝다는 사실도 큰 장점이다.
최근 한남뉴타운 전체가 사업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보니 가격도 많이 상승했다. 한남뉴타운 내 지분은 3.3㎡당 1억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현재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한남3구역에서는 30평대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빌라 매물이 18억~19억원에 나온 상황이다.
다만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구역별로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이상 돈이 묶일 수도 있다는 각오는 해야 한다. 구역별로 사업 속도가 다르지만 관리처분계획 수립, 관리처분인가 등 이주·착공까지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한남뉴타운 대부분 구역은 워낙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어 추가 분담금을 계산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사업 도중 조합원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거나 정부와 서울시 정책이 바뀌는 등 여러 가지 변수로 재개발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기사의 자세한 내용은 매일경제신문의 유튜브 채널인 `매부리TV`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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