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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서소문! 상암 시대로 가는 중앙일보

  • 사무실임대,사옥이전

중앙일보가 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의 사옥으로 보금자리를 옮겨 갑니다. 서소문 55년을 떠나 새로운 상암 시대로의 전진입니다. 서소문에 중앙이 태(胎)를 묻은 때는 창간일이기도 한 1965년 9월 22일입니다. 『중앙일보 30년사』 등에 따르면 갓 태어날 신문의 제호는 중앙일보와 동양일보, 제일신문 등 3개가 최종 후보였습니다. 그러나 동양일보는 기존의 신문과 어감이 비슷해, 제일신문은 당시 제조 기업들 이름과 비슷해 언론으로선 중후함이 떨어져 탈락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당시 유력 신문들(경향·동아·서울·조선·한국)이 지역을 지칭했던 관행과 달리 ‘중앙’은 ‘윤리적으로 과불급(過不及, 과하거나 미치지 못함)이 없는 중용(中庸)의 상태라는 인문학적 측면이 발간 취지에 가장 적합해’ 낙점됐다고 합니다.
 

중앙일보 발행의 의미는 무엇보다 ‘시대에의 부응’으로 요약됩니다. 독립(1945년)과 한국전쟁(1950년), 4·19혁명(1960년), 5·16 군사정변(1961년)의 암울했던 격변기를 거쳐 근대화 단계에서 태어난 첫 전후 세대 젊은 언론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밝은 내일에의 희망과 용기를 갖도록 고취한다”는 창간 사시(社是)는 불운했던 한(恨)의 역사를 뛰어넘어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게 하라는 신생 언론의 소명을 스스로 부여한 다짐이었습니다.
 
발간 장소 역시 묵정동·필동·소공동·충무로·서소문동 등 도심 중앙이 후보였으나 취재원, 송신소와의 거리(당시엔 중앙일보·TBC가 공동의 사옥)를 고려해 현 서소문으로 터를 잡았습니다. 10층 서소문 건물이 당시엔 신문·방송·라디오 겸영의 최첨단 종합미디어센터 였다니 참 세월의 흐름을 실감합니다.
 
이사할 때면 사람들은 소중한 뭔가를 꼭 챙겨 갑니다. 낯설지만 신선한 곳으로의 심기일전(心機一轉), 다짐도 합니다. 서소문 55년에서 반드시 새겨가야 할 것은 변하지 않을 저널리즘의 원칙입니다. 대중적 종이신문의 효시인 ‘뉴욕 선’(1833년)지와 비슷한 시대의 발명품은 청진기(1819년)와 성냥(1826년)이었습니다. 요즘이야 청진기를 X선과 MRI, CT촬영이 대체하지만 청진기의 본래 콘셉트인 ‘보이지 않는 병원(病源)의 발견’이란 놀라운 효능만큼은 변치 않을 것입니다. 성냥 역시 라이터로 대체된 지 한참이지만 ‘간편한 발화(發火)’라는 인류사의 엄청나고 유용한 기능만은 영구적인 인간의 자산일 것입니다.
 
신문이라는 개념의 역사 340여 년. ‘보다 많은 정보와 그 속의 진실을 알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킬 저널리즘 본래의 사명에 상암 시대 중앙은 더욱 충실할 것입니다. 시민들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운용해 나갈 선택에 필수적인 정보를 빠트리지 않겠습니다. 오만과 편견, 독선과 부패에 빠지기 쉬운 권력의 감시자 (watchdog) 역할을 꿋꿋이 견지할 것입니다. “빛을 비춰 주라. 그러면 시민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길을 찾을 것이니”라는 미국신문편집인협회(ASNE)의 강령대로 늘 시민의 편에서 최대한 진실에 근접한 뉴스의 사명을 묵묵히 수행할 것입니다.
 
저널리즘은 그 시대만의 시급한 과제도 지니게 됩니다.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로 진입할 중앙 역시 시대의 보다 긴요한 책임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컴퓨터, 스마트폰만 있으면 “모두가 기자”라고 주장하는 세태입니다. SNS의 여과없는 정보 홍수 속에 넘쳐나는 가짜뉴스와 정보를 냉철히 가려줘야 할 저널리즘의 숙제가 상암에 놓여 있습니다. 매일 제호 밑에 놓인 ‘현장의 진실을 중앙에 두다’라는 새 미션을 중앙의 기자들이 공유하는 이유입니다.
 

이념과 진영의 광기, 확증 편향, 적에 대한 가학(加虐)과 양보 없는 극단 대치 속에 휘청이는 공동체를 치유할 과제도 상암에 쌓여 있습니다. ‘통합의 가치를 중앙에 두다’란 다짐을 함께 채택한 까닭입니다. 진보든, 보수 정치든 불합리하거나 실사구시 중용에 맞지 않는 일탈은 반드시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할 것입니다. ‘조중동’ 등 진영의 어떤 작위적 프레이밍도 거부하는 이유입니다. 차분하고 합리적이며 균형잡힌 비판과 대안이란 중앙 저널리즘만의 길을 걷겠습니다.
 
근대화 벽두에 탄생한 중앙의 앞엔 이제 선진화라는 미래의 과제가 다가왔습니다. AI, 빅데이터, 바이오, 블록체인, 대체에너지 등 공동체의 미래 먹거리를 함께 모색하는 지난한 사명입니다. ‘내일의 성장을 중앙에 두다’라는 세 번째 미션을 되새기며 상암으로 향합니다.
 
중앙일보는 1994년 재창간 선언 이후 조간화, 가로쓰기, 한글 전용, 베를리너판형 도입, JTBC의 개국과 성장, 디지털 전환 등 한국 언론사의 개혁을 선도해 왔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자유로운 공기가 모든 혁신을 창조했듯 상암 시대의 뚜렷한 변화는 독자들과의 인터랙티브(Interactive) 향상이 될 것입니다. 지면의 끊임없는 쇄신은 물론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콘텐트 수용자와의 쌍방향 소통을 확장하겠습니다. 상암의 첨단 디지털 스튜디오는 모바일 중앙 서비스의 새 전진기지가 될 것입니다. 상암시대 중앙일보에 독자분들의 변함없는 관심과 격려, 비판과 조언 부탁드립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886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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