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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현장감·소통하는 광고 시대, ‘라이브 커머스’가 뜬다

네이버 ‘라이브 커머스’에서 판매자들이 생방송으로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한국경제신문

영상 속 여성이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자랑한다. 핏은 어떻고 소재는 무엇인지, 어떻게 코디해 입으면 돋보이는지 옷에 대한 특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여기까지만 보면 우리가 흔히 접하는 홈쇼핑 방송이다. 그런데 특이점이 있다. 시청자가 궁금한 점을 실시간으로 물어보고 이 여성은 즉각적으로 답하는 쌍방향 소통이 이뤄진다. 이른바 ‘언택트(비대면)’ 시대가 불러온 쇼핑의 진화 ‘라이브 커머스’다.

◆현장감의 생생함을 그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언택트 소비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라이브 커머스가 매섭게 성장 중이다. 라이브 커머스는 실시간 방송(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물건을 판매하는 미디어 커머스다. 판매자가 방송을 통해 제품의 상세 정보를 소개하면 시청자들은 댓글로 의견을 교환한다. 그러면 소비자들은 댓글과 방송을 시청하면서 얻은 정보로 구매를 결정하고 방송을 보며 바로 제품을 살 수 있다.

TV 홈쇼핑과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다르다. 라이브 커머스에는 현장감과 생동감이 있다. 물론 TV 홈쇼핑과 유사하게 스튜디오에서 전문 인력이 진행하는 라이브 커머스도 많지만 라이브 커머스에 참여하는 판매자가 증가하면서 제품과 콘텐츠도 다양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수산시장의 판매자가 살아 움직이는 활어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소통하는 라이브 커머스는 현장의 생생함을 그대로 전한다.

특히 표현에 제약이 있는 TV 홈쇼핑과 달리 라이브 커머스는 일반 유튜브 방송처럼 보다 더 생동감 있고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다. 온라인 서비스라는 특성에 맞게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전문 쇼 호스트 대신 인플루언서나 브랜드 관계자, 매장 스태프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출연하고 여과되지 않은 발언도 날것 그대로다. 일반 TV 홈쇼핑에서는 볼 수 없는 자유로움이 라이브 커머스에 장착돼 있다.

한국 시장에서 라이브 커머스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지만 사실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탄생한 지는 꽤 됐다. 2016년 중국의 대표적 전자 상거래 기업인 타오바오와 징둥 등이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을 처음 도입했다. 이후 왕훙(중국 인플루언서)들이 라이브 커머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최근 수년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여기에 올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언택트 소비가 떠오르면서 중국에서 라이브 커머스는 온라인 쇼핑과 함께 유통 시장을 주도하는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 시장 조사 기관 아이미디어리서치는 중국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지난해 4338억 위안(약 76조원) 규모에서 올해는 9610억 위안(약 166조원) 규모로 2배 넘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성숙한 중국에서는 화장품·의류와 같은 저가품뿐만 아니라 자동차·부동산 등 고가 소비재도 활발히 거래된다. 7월 기준 타오바오 라이브에서 활동하는 부동산 중개업자는 5000명이 넘는다. BMW와 아우디 등 글로벌 브랜드를 비롯한 25개 자동차 브랜드가 차량 시승 등을 콘텐츠로 한 타오바오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선두 주자인 중국의 사례를 통해 앞으로의 업황과 발전상을 내다보고 있다.

◆전자제품, 호텔 숙박권도 라이브 커머스로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의 수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 전문 플랫폼인 그립이 생겼고 네이버·카카오를 비롯한 포털 사이트와 티몬 등 e커머스 기업들이 플랫폼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이름을 알린 인플루언서가 판매자로 뛰어드는 경우가 많았지만 언택트 소비가 인기를 끌면서 현재는 기업들이 직접 라이브 커머스에 뛰어들고 있다.

제조품은 물론 호텔 숙박권과 영화 관람권, 패러글라이딩 이용권 등 각종 서비스 상품도 라이브 커머스로 판매된다.



아직까지 시장 규모가 집계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업계에서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시장 규모가 최소 10배 이상 뛰어올랐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고 이베스트투자증권 보고서에서는 올해 한국의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는 약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라이브 커머스 전문 플랫폼이자 시장 선두 주자인 그립의 올해 상반기(1~6월) 거래액은 작년 하반기(7~12월) 대비 15배 성장했다. 네이버의 라이브 커머스 채널 ‘쇼핑 라이브’는 처음 시작한 3월에 비해 6월 기준 라이브 커머스 기능을 이용한 판매자 수와 라이브 방송 수는 각각 660%, 790% 증가했다. 카카오는 지난 5월 21일 ‘카카오쇼핑라이브’를 선보인 지 100일 만에 누적 시청 횟수 500만 회, 톡채널 친구 수는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이처럼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기존 이커머스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선 쿠팡은 지난 9월부터 라이브 커머스 전담팀을 꾸리기 위한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11번가는 현재 유튜브를 통해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하고 있는데 내년 초 자체 플랫폼을 내놓을 계획이다. 2017년부터 라이브 커머스를 운영해 온 티몬도 최근 라이브 커머스 활성화 정책을 내놓았다. 라이브 커머스 방송 중 일정 수준 이상 실적을 낸 파트너사에는 방송 기회를 한 번 더 제공하는 것 등을 포함하고 있다.

전통적 오프라인 쇼핑 채널인 백화점도 변신을 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온라인 쇼핑 플랫폼 ‘엘롯데’와 롯데백화점 몰을 통해 라이브 커머스 채널 ‘100라이브(100LIVE)’를 론칭했다. 100라이브는 고객이 직접 백화점과 아울렛 등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 쇼핑하는 것처럼 브랜드 숍 매니저, 쇼 호스트, 인플루언서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방식이다. 작년 12월부터 시작한 100라이브 방송의 누적 시청 횟수는 7월 기준 58만 회에 이른다.

신세계TV쇼핑 역시 라이브 커머스를 운영 중이고 현대백화점은 아예 ‘라이브 커머스 인플루언서 아카데미’까지 개최했다. 이 밖에 갤러리아백화점과 AK플라자 등도 라이브 커머스에 적극적이다.

GS25가 강남프리미엄점에서 진행한 라이브 커머스 진행 현장./GS25

기업들도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을 반기고 있다. 콘텐츠만 있다면 적은 비용으로 많은 소비자를 그러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품 이슈 등 온라인 쇼핑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에 최근에는 자체 라이브 커머스 채널을 운영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동원F&B는 식품 전문 온라인몰 동원몰에서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잼라이브’와 연계해 추석맞이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했다. 동원몰은 잼라이브와 연계 방송을 통해 인기 상품 10종을 최대 54% 할인된 특가로 판매해 큰 매출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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