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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도 길다…유통업계 ‘30분 배달 전쟁’

GS25는 지난 8월부터 도보 30분 배달 서비스인 ‘우리동네 딜리버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GS25 제공
GS25는 지난 8월부터 도보 30분 배달 서비스인 ‘우리동네 딜리버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GS25 제공

 

 

국내외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30분 배송’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당일 배송, 새벽 배송 등 주문 뒤 수시간 안에 배송해 주는 시스템으로 영향력을 키우면서, 수세에 몰린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라스트 마일(고객에게 물품을 직접 전달하는 마지막 배송단계) 30분 배송에 힘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U는 이달부터 근거리 30분 도보 배달을 실시하고 있다. CU 제공
CU는 이달부터 근거리 30분 도보 배달을 실시하고 있다. CU 제공

 

 
국내 편의점 ‘도보 30분 배달’ 선보여…중국에선 슈퍼마켓도 30분 배송

 

 

최근 국내 오프라인 유통 업체 중 30분 배달을 앞세우고 있는 곳은 편의점이다. 지난 5일 씨유(CU) 운영사 비지에프(BGF)리테일은 도보 배달 전문 업체인 엠지플레잉과 손잡고 근거리 30분 도보 배달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씨유는 지난해 6월부터 배달 앱 요기요와 협업해 오토바이 배달을 시행 중인데, 점포 반경 1㎞에 한해 30분 안에 배달해 주는 도보 배달 서비스를 추가한 것이다. 지에스(GS)25는 씨유보다 앞선 지난 8월 도보 배달 플랫폼 ‘우리동네 딜리버리’를 선보였다. 점포 반경 1.5㎞ 이내 30분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이들 업체가 30분 배달에 뛰어드는 이유는 일단 이 서비스를 원하는 수요가 꾸준히 커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1만원 안팎의 최소 구매 금액 기준이나 3천원 수준의 배달 이용료를 감수하더라도 당장 필요한 물건을 빨리 배달 받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뜻이다. 씨유는 “8월 편의점 배달 주문량이 7월 대비 90% 증가했고, 9월은 8월 대비 2배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지에스25 쪽도 “9월28일~10월4일 기준으로 도보 배달 건수가 시행 초기 대비 6배 증가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주로 간편식 상품 주문이 많았으나 현재는 생활용품까지 주문 품목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한다. 점심과 저녁 식사 시간 대에는 도시락 등 신선 먹거리, 조각 치킨 등이 집중 판매되고 있다.

 

단거리 배달 수요가 늘자 배달 앱도 자체 물류센터를 통해 신선식품 및 생활용품을 30분 내에 배송하겠다고 나섰다. 요기요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의 자회사 딜리버리히어로스토어스코리아는 지난달 16일 서울 강남 지역에 있는 물류센터 3㎞ 반경 내에서 신선식품, 생활용품 등을 30분 내에 오토바이로 배송하는 ‘요마트’ 1호점을 시범운영하고 있다. “기존 익일 배송·새벽 배송·3시간 배송을 뛰어넘어 30분 이내로 무엇이든지 배달해 주는 차세대 물류 서비스”라는 게 회사 쪽 설명이다. 딜리버리히어로 관계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라이더 배차, 최적의 동선 짜기 등을 하기 때문에 30분 내 배달이 가능하다”고 했다.

 

세븐일레븐 재팬 누리집 갈무리
세븐일레븐 재팬 누리집 갈무리

 

30분 배달은 최근 국외에서도 주목하는 ‘배송 골든타임’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점포 수가 감소하며 시장 축소 조짐이 나타난 일본 편의점 업계는 최근 30분 배달을 공언하고 나섰다. 일본 최대 편의점 체인인 세븐일레븐 재팬은 올해 안에 도쿄 내 100개 점포에서 편의점 배달을 시작하고, 내년에 1천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시간 이내 배송으로 시작하지만, 향후 배달시간을 30분으로 단축하는 것이 목표이다.

 

중국에서는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운영하는 오프라인 슈퍼마켓을 중심으로 30분 배달이 활성화되고 있다. 중국 1위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신선식품 오프라인 매장 ‘허마셴셩’이 2016년 처음으로 ‘반경 3㎞ 이내 30분 배송’을 도입한 후, 2위 업체인 징동닷컴의 슈퍼마켓 ‘세븐프레시’도 2018년 ‘반경 5㎞ 이내 30분 배송’을 앞세우며 30분 배송 경쟁에 불이 붙었다. 이들 업체는 스마트 물류, 빅데이터 활용 등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오프라인 점포에 이식해 30분 배송을 가능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때 패스트푸드 업체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30분 배달이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부활한 데에는, 전자상거래의 공세 속에서 더 빠른 배송만이 살 길이라는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의 전략이 깔려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올 상반기 유통업체 매출 동향 자료를 보면,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0% 감소한 반면 온라인은 같은 기간 1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쇼핑 선호도가 높아졌고, 전자상거래 업체가 새벽 배송, 당일 배송 등으로 주문 후 수시간 내에 배송해 주는 시스템을 갖추게 되면서 오프라인 업체도 배송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소매업체들이 판매하는 상품이 비슷하다 보니 최근 온·오프라인 소매업계의 경쟁은 배송 중심으로 바뀌었다”며 “빠른 배송을 하는 업체가 승자가 되면서 30분 배송도 나타나게 됐다. 30분 배송은 배달원의 상품 픽업 및 배달 시간을 고려할 경우 한계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세븐일레븐 재팬의 30분 배송 소식을 보도한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도 “코로나19로 성숙기에 접어든 편의점 업계에 배송 능력 향상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하면 빨라도 다음날 배송되지만 (편의점 배송은) 더 빠른 배송으로 온라인 쇼핑몰에는 없는 우위성을 가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30분 배송이 지속되긴 어려울 거란 분석도 있다. 전자상거래 업계가 배송으로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는 데에서 보듯, 배송 시간 단축은 막대한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30분 배송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경영학)는 “마케팅 차별화 전략 차원에서 배송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데, 현재는 (30분 배송이) 소비자 니즈 때문이라기보단 업체 간 경쟁에서 나온 것"이라며 ”이런 사업 모델을 계속 유지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향후 이 같은 스피드 경쟁은 후퇴하고 미국처럼 적정 이윤을 내는 수준에서 배송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배달 앱에서 시행 중인 오토바이 30분 배달은 안전성 문제도 있다. 과거 패스트푸드 및 치킨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30분 배달제가 활성화됐는데, 무리한 배달 시간으로 배달원이 사망하는 등의 사고가 이어지면서 2017년 고용노동부와 경찰청, 배달음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시간 내 배달 제도 폐지 결의를 한 바 있다. 롯데마트도 지난해 초 오토바이를 활용한 30분 배송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안전 우려 등이 이어지면서 도입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딜리버리히어로 관계자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배달이 가능한 동선까지만 배달하고, 도로에서 정하는 안전 수칙도 지켜서 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consumer/964802.html#csidx2f37a75580fb708afb28c1d3e7add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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