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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값이 가르는 공공주택 운명… "강북에선 속도, 강남에선 좌초

  • 신축부지매매

정부가 공공주택 공급을 늘리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잘 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비강남권에서는 사업이 잇따라 추진되는 반면, 강남권에서는 사업계획을 세우고도 비용 문제로 사업이 좌초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2일 마포구청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하철 2호선·공항철도 홍대입구역 인근인 마포구 동교동 약 1131㎡ 부지를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촉진지구로 지정하고, 지구계획 승인과 건축허가안과 함께 마포구청을 통해 열람 공고를 진행했다.
남은 단계는 이 기간 접수한 주민 의견을 검토하고 서울시 의회의 의견을 청취하는 정도다. 필요에 따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큰 이변이 없으면 사업 진행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민간 부동산중개·임대업체 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촉진지구로 지정된 부지는 변경된 지구계획에 따라 용도지역도 준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됐다. 용적률 제한이 200~500%에서 300~1300%로 완화되는 효과를 얻는다. 인근 창전동의 4237㎡ 너비 부지에 529가구가 조성된 ‘이랜드 신촌 청년주택’ 사업과 비교해보면, 이번에 지정된 동교동 부지에는 100가구 안팎이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이 지원하는 민간임대주택인 역세권 청년주택은 정부가 청년층 주거안정 대책 중 하나로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이다.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청년층을 대상으로 임대료를 주변 시세의 30~95% 수준으로 책정하고, 임대보증금의 50%(최대 4500만원)까지 무이자로 대출해준다.

 

서대문구 역세권 청년주택 ‘어바니엘 충정로’ 전경 /롯데자산개발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10/09/2020100900934.html

역세권 청년주택은 해당 주택이 지어지는 지역에서 거주한 기간이 길면 가점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존 생활권을 유지하길 원하는 예비신혼부부나 직장과 가까운 지역에 거주하기 원하는 사회초년생의 관심이 많은 편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개한 ‘2020년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 계획’에 따르면, 2020년 2월부터 2021년 1월 중으로 562가구가 입주한다. 동작·동대문·마포·광진·강서구 등 비강남권에 집중돼 있다. 오는 2021~2022년 입주하는 물량도 마포·용산·동대문구 등이 중심이다. 강남권에서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강남권에서는 오히려 공공주택 사업이 무산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서초구 서초동 1430-6번지에 행복주택을 건설하는 사업계획의 승인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임대주택으로 운영 중인 주거용 건물과 부지에 아파트를 재건축해 행복주택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추진할 예정이었다. 문제는 공사기간 동안 임대계약이 남은 임차인들이 머물 곳을 마련하는데서 나왔다.

사업계획이 승인된 지난 2016년 이후 이 지역의 매매가는 물론, 전월세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 서초동에서는 LH가 비슷한 임대조건으로 제공할 만한 매입임대주택 후보지를 찾기 어려웠고, 집값이 저렴한 다른 지역의 주택을 제공하는 방안에는 임차인들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LH 관계자는 "서초구 등 집값이나 임대료가 비싼 지역에서는 노후된 임대주택을 재건축하려고 해도 임차인의 이주 문제와 비용 문제가 있다"면서 "LH가 인근의 빈집을 매입하거나 비슷한 조건으로 이주할 집을 구해주려고 해도 비용 부담 때문에 쉽지 않아 사업이 계속 지연되면서 결국 사업계획이 취소됐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시범사업 대상지를 발표한 행복주택은 강남권 등 주요 지역의 경우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28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던 양천구 목동지구는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 정부가 소송전까지 벌였지만, 결국 사업을 접었다. 각각 1600~1800가구를 조성할 예정이던 송파구 잠실동 잠실지구와 가락동 송파지구는 시범지구로 지정된 상태에서 진척 없이 방치돼 있다.

그나마 행복주택이 건설된 지역은 구로구 오류동지구, 서대문구 남가좌동지구, 노원구 공릉동지구 등 서울 서남권과 강북권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토지 가격이 모든 부동산개발사업의 수익성을 좌우하기 때문에 강남에서는 사
 
업시행자가 공공주택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면서 "현재 부동산 시세로는 강남은 원룸이라고 해도 월세 등 임대료를 비싸게 책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저렴한 임대주택은 비강남을 중심으로 공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주택이 특정 지역에만 계속 들어서는 것은 부동산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면서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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