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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침체' 딛고 근거리 상권 회복 성공할까

지난 10년간 쇠락의 길을 걸어 온 기업형 슈퍼마켓(SSM, Super SuperMarket)이 이커머스 시대에 새로운 근거리 유통채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SSM은 대형 할인점과 동네 수퍼마켓 중간에 위치한 체인형 슈퍼마켓이다. 2000년 초반까지 전성기를 달리던 SSM업계는 2010년대 유통산업 규제가 강화되면서 지난 10년간 서서히 힘을 잃어갔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온라인 채널에서는 이커머스 업체에, 동네 상권에서는 편의점에 밀리면서 이리 밀리고 저리 치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롯데슈퍼', 'GS더프레시', '이마트에브리데이',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등 대표적 SSM 브랜드를 운영하는 유통 대기업들은 그야말로 난감했다. 추가 투자를 통해 재정비에 나서기도, 과감히 청산하기도 어려운 애매한 채널로 전락해버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온·오프라인 유통 업태에서 SSM의 비중은 4.1%까지 축소됐다.

 


그런데 SSM업계에 최근 새로운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올 들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근거리 상권 유통 점포들이 재조명을 받으면서다. 실제로 코로나19가 심화됐던 올해 2월~4월 세 달 동안 SSM 점포당 매출은 반짝 성장세로 전환했다.

5월 이후 SSM의 점포당 매출은 역성장 기조로 회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경험은 SSM 업계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었다. 대기업들은 오랜 기간 정체하던 SSM 사업 재단장에 속속 나서는 분위기다.

 


◇10년 만의 회복, 반짝 반등 vs 가능성 재발견

SSM은 2010년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 개정을 기점으로 규제의 사슬에 얽매였다. 강화된 유통법에 따라 재래 시장 반경 1㎞가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정해졌고, 3000㎡ 이상 면적의 대형마트와 SSM은 신규 출점이 금지됐다.

2년 뒤에는 월 2회 휴업이 의무화됐고 영업시간 규제(오전 0시~오전 10시)도 생겨났다. 유통법은 2015년 한 차례 연장됐고, 이후에도 개정을 거듭하며 점점 규제 수위를 높였다.

SSM 업황은 그즈음 국내 이커머스업계가 발아기에서 성장기로 접어들면서 더욱 악화됐다. 배송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커머스업체들은 가공품을 넘어 SSM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신선식품으로까지 발을 넓혔다. SSM은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같은 추세는 작년 말까지도 지속됐다. 지난해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총 26개사의 매출을 조사한 결과 SSM 4개사 매출 감소폭은 1.5%로 전체 오프라인 유통점포(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SSM) 13개사의 평균 실적 감소폭 0.9%을 웃돌았다. 매출 감소율 5.1%를 기록한 대형마트 3개사(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에 이어 오프라인 유통업태 가운데 두 번째로 감소폭이 컸다. 업계 1위 롯데슈퍼의 경우 지난해 1000억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반전의 기미가 엿보인 것은 올해 들어서다. SSM 방문객당 구매단가는 2~4월 세 달간 6~9% 반짝 성장 전환했다. 이 기간 점포당 매출은 10% 내외 성장하기도 했다.

이커머스 채널 트래픽이 과중해지자 소비자들은 직접 근거리 채널을 활용해 물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내식 수요가 증가하면서 신선식품을 언제든지 구매할 수 있다는 점도 이 기간 소비자들이 SSM으로 발길을 되돌린 이유가 됐다. 이커머스 채널에서 부족한 '신선식품'과 '즉시성'이란 장점이 재부각의 요인으로 분석됐다.

 


◇SSM 4사, 변화한 소비 행태 지속 방안 '고심'…답 찾을까

반짝 성장세는 5월 이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 상황이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업계의 분위기다. 산소호흡기를 달고 존속에만 급급했던 SSM 업체들이 조금씩 의욕과 활기를 찾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에는 이커머스를 통해 해결하기 어려운 신선 식품군을 중심으로 점포 구성을 바꾸면서 손님 되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로 산업부 자료에 의하면 코로나19 기간 SSM 성장세를 이끈 것은 농수축산, 신선·조리식품, 가공식품 등 내식 품목군이다.

코로나19 직전 대대적인 슈퍼 구조조정에 돌입했던 롯데슈퍼의 경우 상반기 매장 리뉴얼에 집중하고 신선식품을 대폭 강화하는 등 점포 전략이 뚜렷해졌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슈퍼마켓도 최근 브랜드명을 GS더프레시로 바꾸고 새 단장에 돌입했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와 이마트에브리데이도 이륜배송 연계 서비스와 식품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손님 되찾기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시장 전문가들은 SSM에게도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2000년대 초반 SSM 전성기를 이끌었던 업태의 장점, 즉 할인점에 비해 출점 비용이 적게 들며 소규모 틈새 상권 공략이 가능하다는 장점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설명이다.

SSM에 예전처럼 적대적이지 않은 사회 분위기도 일조하고 있다. 유통업계 경쟁 구도가 10여년 전 '대형마트 대 재래시장' 프레임에서 '온라인 대 오프라인'으로 변하면서 SSM 규제를 지속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반론 역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남은 것은 코로나19에 따라 변화한 소비 행태를 어떻게 지속적인 패턴으로 발전시켜 실적을 증대시킬가이다. 슈퍼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분위기가 반전됐지만 업황이 여전히 좋아졌다고 하기는 힘들다"면서 "편의점이나 온라인 쇼핑몰이 해결해줄 수 없는 부분을 채워주면서 근거리 유통을 대표하는 업태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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