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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최초 특별공급도 나는 안 되네"... 속상한 싱글족들

정부가 확대한다는 생애 최초 특별공급 청약을 통해 내 집 마련을 해볼까 기대하던 회사원 노지혁(38)씨는 최근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지원 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노씨는 "모든 정책에서 1인 가구은 배제된 것 같다"면서 "생애 첫 청약에서 자격조차 없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정부가 가점식 청약제도에서 사실상 배제된 30대를 위해 생애 최초 특별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했지만, ‘싱글족’으로 대표되는 1인 가구는 대상에서 제외돼 이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상황이라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선DB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9일 개정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과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을 시행했다. 현재 공공주택에만 있는 생애최초 특별공급의 공급량은 늘리고, 민영주택에는 이를 신규로 도입키로 했다. 공공주택의 생애최초 물량 비율은 20%에서 25%로 확대된다.

생애 최초 특별공급에 참여하는 조건은 ‘입주자모집공고일 현재 혼인 중이거나 미혼 자녀가 있는 자’다. 즉 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한 부부이거나, 한부모 가정 등이어야 한다. 미혼 1인 가구는 청약이 불가능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1인 가구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몇년새 집값이 급등하면서 특별공급 청약을 통해 집을 마련하는 것이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방법인데, 정부가 젊은이를 배려한다고 내놓은 정책에서조차 소외되다 보니 실망감이 커진 것이다.

기존의 일반 청약 제도도 기혼 세대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청약 점수 84점 만점 중에 35점은 부양가족 수에 따라 결정된다. 1인 가구의 경우 부양가족 수가 0명이기 때문에 기본 점수를 5점만 받을 수 있다.

결국 무주택기간 15년 이상을 채워 32점 만점, 청약저축 가입기간 15년 이상을 채워 17점 만점을 받아도 1인 가구는 54점을 넘지 못하는 셈이다. 1인 가구 세대주가 만 45세가 되어서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이미 중년이 된 나이지만, 이 점수로도 서울 아파트 청약시장에서 기회를 노리긴 쉽지 않다. 분양가 상한제가 시작되면서 고가점자들이 청약시장에 몰리고, 당점 가점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 아파트 청약 시장 경쟁률이 평균 68대 1로 치솟은 점까지 감안하면 54점은 당첨을 장담할 수 없는 점수다.

회사원 정모씨(34)는 "기존 청약제도에서 싱글로 사는 사람은 발을 디딜 수 없는 상황인데, 이번에 나온 생애 최초 특별공급에서도 1인 가구는 배제됐다"면서 "불공평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생애 최초는 말 그대로 태어나서 집을 한 번도 사지 않은 사람이 대상이어야 하는데, 결혼 여부로 정부가 나서 차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1인 가구는 ‘영끌’(영혼까지 대출을 끌어올려 집을 사는 것)을 통해 기존 주택을 사는 것도 상대적으로 어렵다. 대출 규제가 점점 강화되면서 대출을 받으려면 총부채상환비율(DTI)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이 충족돼야 하기 때문이다. 맞벌이 가정과 비교하면 대출 가능액이 많지 않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외벌이와 1인 가구의 대출 가능액이 많지 않아 ‘영끌해서 서울 집을 산다는 것’도 결국 맞벌이 부부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고 했다.

부양가족 수가 많은 가구에 더 높은 제도를 주는 청약가점제는 2007년 9월부터 시행됐다. 당시에도 1인 가구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부양가족이 있는 사람을 우대해야 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는 주장이 더 공감을 얻었다.

하지만 이제는 1인 가구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인 가구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기준 전국의 1인 가구는 614만7516가구로 전체 가구에서 가장 많은 30.2%를 차지했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1인 가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청약에서 배제되며 구축 아파트를 사거나 오피스텔 등으로 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매년 제기되는 문제인 만큼 개선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10/06/202010060101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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