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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묘수'…리츠 통해 사옥도 지키고 자금도 모은다

  • 사옥매매,사옥이전

SK(034730)그룹이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설립을 추진하는 속내는 무엇일까? 공모리츠 시장 침체의 분위기 속에서도 본사 사옥으로 사용 중인 서린빌딩을 첫 편입자산으로 점찍고 리츠 설립을 추진 중이다. SK그룹은 알짜 부동산의 소유권은 유지하면서도, 자산 유동화로 자금 조달을 꾀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는 현재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인가를 받기 위해 국토교통부의 심사를 신청한 상태다. 새 회사에 근무할 인력도 뽑는 등 법인 설립을 위한 행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SK가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리츠(이하 ‘SK리츠’)는 SK디앤디 리츠 ‘디앤디플랫폼’과는 별개다. 지주사인 SK 산하의 또 하나의 계열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상장한 롯데리츠와 유사한 형식이다. SK리츠의 첫 번째 편입자산으로는 SK사옥 서린빌딩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SK는 서린빌딩이라는 우수한 매물의 소유권도 유지하면서 해당 자산을 통해 자금을 모으는 ‘묘수’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펀드의 수익자로서가 아닌, SK리츠라는 투자회사를 통해 직접 운용하는 한편 일부 지분은 공모로 모집해 자금 융통에 쓸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현재 서린빌딩은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구성한 펀드와 범양산업이 구분소유하고 있다”라며 “국민연금과 지주사 SK 및 계열사들이 해당 펀드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펀드라는 집합투자기구를 씌우면서 운용사에 줘야 하는 수수료가 많아 SK가 스스로 투자수단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서린빌딩은 너무나 투자성이 우수한 매물인 만큼 SK가 이를 자체적으로 소화하려는 것”이라며 “현재 자산가치도 약 10년 전과 비교해 크게 올랐다”라고 말했다. 
 
중심업무지구(CBD) 오피스의 평당 평균 가격이 3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서린빌딩의 예상 매각가는 약 7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2011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펀드를 통해 해당 빌딩을 약 5500억원에 매입했는데, 9년 만에 27% 넘게 올랐다. SK 및 계열사들은 하나대체투자운용의 펀드 ‘하나대체투자랜드칩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33호’의 지분을 60% 넘게 들고 있다. 해당 지분을 새 투자자에 넘기는 ‘셰어딜’ 방식으로 해당 거래가 진행된다면, SK 계열사와 국민연금이 얻게 될 이익도 상당한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가치의 상승분은 셰어딜 형태에서도 거래가격에 반영이 된다”라며 “에쿼티(지분) 가치는 가치상승분에서 펀드의 대출금과 보증금을 제외해 산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셰어딜 형태로 진행된다면 부동산 취득세를 절감할 수 있어 거래 비용도 아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SK’라는 브랜드 가치는 국내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충분히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 흥행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해 롯데리츠 역시 해외투자자를 상대로 투자설명회(IR)를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공모리츠 시장이 위축된 상황이지만 SK가 리츠 설립을 여전히 진행하는 이유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SK가 국내외에서 기관 및 개인투자자 모집에 소위 ‘대박’을 낼수록 향후 해외 인수·합병(M&A)에서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은 많아지는 것”이라며 “이것이 SK리츠 설립의 배경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SK가 보유한 서린빌딩 우선매수권은 관건이 될 수 있다.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사옥을 사들인 뒤 SK리츠로 넘기려면 부동산 취득세를 별도로 내야 한다. 결국 SK가 제3자를 SK리츠로 지정하거나, 우선매수권 자체를 넘길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SK가 보유한 우선매수권 계약 내용에 제3자를 지정할 수 있는지가 중요할 것”이라며 “그게 아니라면 권리를 SK리츠에 넘기는 방법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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